티스토리 뷰
「아무도 아닌」
지은이 : 황정은
펴낸곳 : 문학동네
분 량 : 211쪽
1판 2쇄본 (2016년 12월 20일) 읽음
「파씨의 입문」 한 권 읽어봤을뿐인데 황정은의 글은 너무나도 새로웠고 놀라웠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라고 부르기엔 형식 파괴의 파장이 너무 크게 느껴졌고, 단순한 새로움을 추구함이 아닌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고전성의 영향은 충격 그 자체였었다.
나중에 전작을 읽어보리라 결심은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음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에 발표된 소설집 「아무도 아닌」 을 가운데 과정을 건너뛰고 읽어보게 되었다.
무겁고 두려움 가득하게 만들고 불편한 결말들이 단편의 끝자락마다 흘러 넘쳤다. 그래서 황정은 작가의 근작인 「아무도 아닌」 은 마음을 굉장히 무겁게 만든다.
어찌보면 해체적이고 형태 탈피적인 글쓰기에서 보편적 정서로 돌아와있슴에 실망하기도 하겠지만 안에 내재된 것들이 던져주는 불편함은 수십배 커져서 돌아와있었다.
꼭 그래야만 했던 것인가하고 작가에게 물어볼 수는 없겠기에 내 맘대로 그 불편함을 견뎌야만했다.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는 생의 한켠들을 바라봐야 하는 생각의 어리석음.
중간의 그녀 소설들을 모두 읽어보게 되면 첫 작품집인 「파씨의 입문」 에서부터의 변화와 행간의 이해를 건져낼 수 있을까.. 라고 내게 나는 질문한다.
당연하게도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다면 황정은의 글은 그저 신선함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질문에 답할 수 없는 나를 본다.
책의 표지 그림처럼 벌판에 홀로 버려진 나와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 그 시간의 조직들이 점점 더 세밀해져 내 마음을 조여온다.
다음엔 좀 밝은 책을 봐야할 것만 같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포의 세기」 (0) | 2017.02.27 |
---|---|
「빈자의 미학」 (2) | 2017.02.26 |
「익숙한 새벽 세시」 (4) | 2017.01.19 |
「복수는 나의 것」 (0) | 2017.01.07 |
「핑거스미스」 (4) | 2016.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