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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빨간부엉이 2017. 8. 6. 10:13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지은이 : 마일리스 드 케랑갈

옮긴이 : 정혜용

펴낸곳 : 열린책들

분 량 :  347쪽

2017년 6월 30일 초판 1쇄본 읽음

 

 

우선 이 소설을 읽어내는데 상당한 피로도가 가중됐다는 말을 하고 싶다.
뭐라고 해아할까.. 냉면을 먹기 좋게 하려면 가위로 십자 모양으로 두 번 정도 잘라내야한다. 이 소설의 문장들은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잘게 잘려있거나, 또 어떤 것들은 너무 길게 잘려 있거나... 불편하다는 얘기다.
외국문학을 번역으로 읽어야하는 한계성의 극한까지를 체험케 하는 어려움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다 읽고나면 큰 흐름과 맥락은 이해가 가능하지만 작품이 보여주어야할 세세함들은 알기가 어렵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작품의 제목은 안톱 체홉의 희곡 「플라토노프」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위해 필요한 장기가 발생하고, 그 장기가 발생하게 된 상황과 주변 인물들에 대해 얘기하고, 장기 수여자에 대해서, 장기를 적출할 사람에 대해서, 적출되는 장기를 분배할 사람에  대해, 지켜볼 사람에 대해, 이식 수술을 할 사람에 대해.. 짤막하게 치고 나가는 상황들이 몰입을 지나치게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가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른채 그저 책을 관습처럼 읽어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거기서 생긴다.
만 하루의 이야기동안 벌어지는 이 시간속 인물들의 끊임없는 나열과 묘사들은 날 지치게 만들고 이 책 한 권을 읽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하게 했다.


장엄한 카타르시스도 없고, 내밀한 교훈도 발견하긴 힘들었다. (정말 그런게 있긴 했던걸까?) 다만 한가지 곱씹어 생각해보자면 선택의 문제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자식의 몸을 가르고 많은 장기들을 적출하는데 동의해야하는 부모의 선택, 그 이야기를 어떻게 건네야할지 고민하는 코디네이터의 선택, 죽음을 마무리하는 의식에 무엇들을 동참시켜야하는지의 선택, 장기들의 수혜자를 골라야하는 선택.. 무수한 선택과 선택.
잔혹한 선택의 서사. 종결되지 않는 감정의 끈들을 이어붙여야 하는 살아있음의 잔혹성을 상기시키는 선택의 서글픔.
생을 영위한다는 것은 이리도 복잡하고 어지러워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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