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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순수」

빨간부엉이 2018. 10. 9. 10:07

 

 

「순수」 

지은이 : 조너선 프랜즌
옮긴이 : 공보경
펴낸곳 : 은행나무
분량 : 817쪽
2018년 5월 11일 1판 1쇄본 읽음

 

영화를 보면 보통은 그렇지 않지만, 책은 자아를 돌아보게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생각이란 건 보편적인 듯 하지만 자아가 결부되는 한 언제나 자기 자신만의 것이다. 그것을 활자화 하고자 할 때 세상의 도덕성이라는 기준에 따른 자기 검열이 자신만의 것을 보편적인 가치의 기성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난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돌이켜 보면 행동, 삶, 생명의 영위에 대한 집착 같은 것들로 점철된 위선 덩어리 그 자체인 내면과 직면하게 된다. 안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 것이다.


잠깐 눈을 붙이고 고통 속에서 깬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내려 마시고 아주 오랫동안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몇 시간에 걸쳐 마무리 지었다. 컴퓨터를 켜기 전 커피 도구를 설겆이하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나는 뭐지? 나는 왜 이런 생각과 다른 모순된 삶을 꾸려가며 고통받는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런 설득력 없고 답도 없는 지난한 모래 구덩이 속에 빠져 있는 내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읽는 시간이 편치 않았슴을 고백치 않을 수 없다. 8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다 읽고 이 책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날 장시간 이 책에 매달리게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로 돌아가자면 이것은 자기 검열에 의한 순화된 보편적 가치의 나열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감정에 대한 고백은 '순수' 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많은 등장 인물이 등장하는 것 같지만 실은 몇 안 되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거기에 수반되는 현대사의 질곡들. 그 이야기들이 가진 삶의 형태가 순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렇기에 이 작품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성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책을 읽을 때면 언젠가 다시 읽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정말 다시 읽은 책을 살면서 정말로 몇 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책을 다시 읽지는 못할 거 같다. 이 책에서 내가 받아들인 순수라는 관념은 오늘 아침의 이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책의 띠지에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 이라고 적혀있다. '절대' 라는 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지만 절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표현은 거의 과장과 상술의 다른 이름이지만 최소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작품' 이라고 고쳐 적고 싶어진다.


인터넷의 실체 없는 삶이 주는 공허함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이런 내용을 타이핑하고 있는 것을 포함하여) 에 헛헛한 날들에 내 마음이 조금은 나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주었슴에 이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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