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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 방식 입력단자 @


@ caps lock키는 스페이스바의 우측 끝에 위치한다 @


@ 5170의 측면 모습 @


@ 굵고 뻣뻣한 꼬인줄 - 블랙 색상이 부조화스럽다 @


@ 귀엽게 생긴 높이 조절기 @


@ 다리를 편 모습 @


@ 특이하달까.. num lock LED가 가운데 위치한다 @


@ 승화인쇄의 명료함을 보여주는 키캡들 @


@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메탈로고 @


@ 케이블은 하우징의 한 가운데서 나온다. 모델 M이 분리형 케이블을 쓴 것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



하나둘씩 떠나보내는 키보드들..
사실 이미 거의 다 나눠주고 뭐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몇 대의 키보드가 남아있었다.
얼마전에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애플의 어드저스터블 키보드 신품 박풀을 신세진 동호회 회원분께 선물로 드렸으니 더 이상 사실 아까울 키보드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비엠의 5170을 모 회원님께 드릴려고 이번에 가지고 올라오니, 내게 쓸 수 있는 멀쩡하게 생긴 키보드는 이제 지금 쓰고 있는 빨간불 하나와 애플의 llgs 오렌지 하나만 남은 듯 하다.
5170은 키보드매니아 초창기에 많은 회원들이 갖기를 희망했던 1순의 키보드였는데.. 지금은 사진이나 장터등에서 전혀 구경을 할 수가 없게 되버렸다.
커스텀 키보드들이 너무 득세(?) 하는 시절이다보니 기성품 키보드들은 과거 구입당시의 값을 받을 수도 없거나, 아예 관심권 밖이거나 하기때문에 대부분 그저 소장 모드로 전환한 탓일듯 하다.

선물로 가져오긴 했으나 한때 사용기를 쓰려다 포기했던 일도 있어서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남겨두려고 몇 장 후다닥 찍어봤다. 조리개를 좀 조이고 찍어야 하는데 형광등 불빛만 의존해야하다보니 셔터 스피드 확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초보들이 즐겨한다는 (나도 초허접 초보라 개방샷이 좋긴 하다..ㅎㅎ) 개방샷만 난무하는 증명사진을 남겨둔다.

IBM의 모델 F 5170은80년대의 5170 퍼스널 컴퓨터 시스템에 딸려있던 키보드로, 키보드 배열면에서 보자면 84키 배열로 키보드 조상격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5170의 전신이었던 5150이 XT 방식이었던데 반해 5170은 AT 방식으로 천원정도 하는 젠더 하나만 있으면 현재의 시스템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150이 배열과 키캡등이 실사용하기 난해한 키보드였다면 5170은 84키 키보드의 전형적인 배열을 탑재하였기에 84키 키보드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배열을 지니고 있다.
5150은 배열과 키캡의 모양도 적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XT 방식의 키보드인지라 수제로 만들어진 (예전에 모 회원님이 자작하여 판매한 적이 있다) 고가의 컨버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와 더불어 군용으로 제작되었던 EMR2또한 컨버터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던 키보드다.
다만 과거에 5150과 EMR2가 인기가 있었던 건 5170의 스프링보다 부드럽다는 이유를 들어 두 대의 키보드의 스프링을 교환하는게 유행이었던 적도 있었기에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어 적어본다.

IBM은 이후 현재 모두에게 익숙할 풀 사이즈 배열의 모델 M을 내놓게 되는데 버클링 방식의 클릭 키감을 준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우징의 소재라던가, 키입력의 작동방식등에서 현저한 다운그레이드를 감행한 체인지업 모델을 내놓은 셈이 되버렸다. 지금도 모델 M 은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들에게서 기계식이냐 아니냐라는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모델 M은 멤브레인 시트지를 사용하여 키입력을 하는 멤브레인 키보드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내부의 철판무게와 튼튼한 만듦새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특유의 키감면에서나 여러가지 면에서 과거 모델 F의 명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5170은 모델 M 이 승화인쇄와 이색사출방식, 이중키캡 방식의 여러가지 키캡들을 사용하였던 것과 달리 승화인쇄 한가지 방식만 존재하며 승화인쇄를 위한 고품질 소재를 사용하였기에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상태를 보여준다. 하우징은 항공기에 사용되기도 하고, 인테리어 장비등을만드는 소재로GE에서 만든노릴이라는 소재 (Noryl- 가볍고, 강하며, 200도정도까지 견딘다고 함) 를 사용하였고, 입력은 무한동시입력을 지원한다. 키값의 작동방식은 정전용량방식을 취하고 있고 AT플러그에 매우 두껍고 긴 검정색 꼬인줄 케이블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 키캡의 각인을 위한 성형 방식이라던가, 키보드의 소재나 키값의 입력을 위한 작동방식에 대해서도 적어 나가자면 증명 사진을 남겨두자는 취지에서 안드로메다로 넘어가는 논문 수준이 돼버리기 때문에 간략하게 정의만 하고 넘어간다. 어차피 이 글을 첨부터 끝까지 읽어볼 사람은 동호회에서 놀러오신 분들이나 읽어보실테고 그 분들에게 용어 설명은 무의미한 일일 테니까....

키보드에서 키감을 빼고 무얼 말할까..
모델 M 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그 특유의 커다랗고 철컹거리는 키감에 황홀해 한다. 하지만 버클링 방식의 키감을 제대로 경험해보려면 모델 F 시리즈를 경험해보지 않고서 버클링의 키감에 대해 논해선 안된다... 라고 생각한다..ㅎㅎ
둔탁하며 툭툭 끊어지는 듯한 모델 M의 클릭음과달리 F (5150, 5170, EMR2를 포함하여) 의 클릭음은 끊임없이 물결치듯 리드미컬하게 촤르륵 거리며 귓전을 맴돈다. 경험해보지 않은 이가 절대 인식할 수 없는 최상급의 클릭음. IBM의 모델 F 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말해서 바로 그것이다.

초보 시절 간신히 5170을 구하고 (5150은 XT방식의 다른 키보드를 팔아치우면서 컨버터도 팔아버리는 통에 방출해서 없다) 키감에 황홀해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열심히 뜯어보고.. 조립하는데 8시간이 걸렸다. ^^;;
5170을 뜯었다가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렸던 사람들이 올려준 글을 보면 대부분 8시간 이쪽 저쪽이다..ㅋ
나도 그런 글들을 먼저 읽어봤다면 절대 뜯지 않았을텐데.. 이미 뜯은 뒤에는 늦다..ㅎㅎ
대신 뜯어서 얻는 고통 뒤에 따르는 즐거움은 내부의 철판에 적힌 엔지니어들의 싸인을 보는 즐거움이다. 과거 애플의 일체형 구형맥을 뜯으면 내부에 엔지니어들의 서명이 적혀있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F 시리즈들에도 마찬가지로 조립과정에서 검수하고 각자 서명한 기술자들의 싸인을 보면 묘한 전율감 같은게 느껴진다. 확고부동한 신뢰성과 자신감의 구현. 여기서 단지 키보드가 단순한 입력장치가 아니라 예술품으로 승격될 만한 가치가 있슴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주절주절.. 5170에 대해서 몇 마디 적어봤다.
컬렉팅에 열심인 회원분에게 보내는 것이니 걱정은 안되지만... 이제 남은 키보드가 없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오래 오래 보관해오던 녀석을 떠나 보내려니 자식을 떠나보내는 기분이든다.
그러고보니 딸이 생기면 물려 주겠다고 애지중지했던 애플 어드를 선물 (딸이 생길일은 죽을 때까지 없을 것 같기에) 하면서는 기념 사진도 못 남겨두고 아무 말도 남겨두지 못했네. 서운.. 미안.. ^^
좋은 주인 밑에서 사랑 받으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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