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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인간 수업>을 봤다. TV를 잘 안 보고 어쩌다 나중에 뭔가를 보게 돼도 굉장히 긴 시간에 걸쳐 보는 것과는 달리 이 드라마는 며칠 만에 주행을 마쳤다. 일단은 넷플이다 보니 시즌제 드라마인 듯, 결말이 없이 끝이 났다.

다음 시즌에 무슨 얘길 할지 기대가 사뭇 되는데, 이 드라마의 놀라움은 소재도 아니고 연기도 아니고 연출의 힘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주인공에 대한 연민 - 시작부터 끝까지 꼬이기만 하는 그의 삶이라니..- 이 생길 정도로 한없이 밀어붙이는 극의 연출은 실로 대단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새총에 돌을 끼우고 고무줄을 잡아당기는데 이게 어느 시점에 놓아야지 돌이 날아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고무줄을 계속 잡아당기면 언젠가 끊어져서 조준하던 내 눈퉁이에 맞게 될 터인데.. 비유하자면 이 드라마는 돌을 날려 보낼 시점을 재는 게 아니라 언제 이 줄이 끊어질 것인가 하는 두려움과 불편함을 시청자에게 안기우는 방식으로 연출을 풀어가고 있다고 보였다. 
끊임없이 10회의 극이 마감 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긴장의 고무줄은 당겨지고만.. 당겨지고만 있었다. 또 하나의 놀라움은 여기서부터다. 당겨지던 고무줄의 돌멩이는 날아가지도 않았고, 고무줄은 그저 위태한 모습으로 당겨진 채 의식 안에서 유보 상태다. 
다음 시즌이 기대 되는 것은 이 폭발할 듯한 긴장감의 끈이 뭔가를 멀리 날려 보내려 할 것인가, 아니면 칼로 줄을 끊어 버리면서 이 극을 보는 나의 상념에 상처를 내게 만들 것인가 하는 잔혹한 기대감이다. 빨리 돌아와서 이 당겨진 줄이 어떻게 될 것인지 내게 증명해 주길 바라본다.

 

 

우연히 밤에 자기 전에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봤다.

하여 방송을 찾아서 봤는데.. 또 다른 포맷의 경연 프로그램이 하나 등장을 했고, 이 분이 나온 건 3회 차 방송에서다. 
외국인을 내세운 경연 프로그램인 것이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2절의 가사를 자국어로 번역하거나 의역해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방식은 참신하면서 박수를 쳐줄만한 기획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단순히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언어를 자신의 모국어로 번역하는데서 오는 진지한 고민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봤다. 설령 의도는 그저 새로운 경연 프로그램 하나를 던져준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안에서 본 중요 포인트는 그런 부분이었다.

조이 블랭크라는 미국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는 정말 참신한 새로움으로 놀라움을 줬는데 아쉽게도 방송에서는 중국 싱어가 다음 회차로 진출을 했다. 
이 방송이 아쉽고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진보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경연 프로그램의 새로운 길을 버린 채 흔해빠진 고음의 가창과 애드리브 향연을 선택해 버리는 구시대적 관습을 그대로 따라한 게 아닌가 하는데서 오는 실망감이었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면면이 아티스트를 발굴할 만한 음악인들로 구성된 게 아니라 연예인들을 모아놓은 것에 다름 아닌 사람들로 채워진 것이 실수의 큰 축이 아니었을까.. 두 번 만나기 힘든 이런 독창적인 보컬을 버리는 카드로 내놓은 방송의 결말이 이젠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다. 

조이 블랭크의 노래는 새로웠으며 그 자신의 철학으로 바꾼 가사는 심오한 시적 언어의 세계에서 자유로웠다. 
지금은 그것으로 족하지만 다음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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