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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의 오디오 시스템 8 - Bookshelf Speaker (짧은 사용기 포함)

빨간부엉이 2020. 3. 25. 16:44

ACE 를 만나다

 

계획에 없던 북쉘프 스피커를 만났습니다.

원래 원했던것은 저출력 진공관 앰프로 울리기좋은 고능률의 구수한 소리를 내주는 빈티지 괘짝같은 커다란 스피커를 돈 모아서 장만하려고 했었죠.

 

다른 카페에서 누군가 스피커 네트웍을 손봐주는 곳을 문의했는데 댓글에 LRSL 이라는 곳이 추천되어있더군요. 칼라스도 있었는데 거긴 이미 알고 늘 들락거리는 곳이어서 전혀 생소한 이름의 카페인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메제드라는 3웨이 스피커가 한차례 공제가 있었더군요. 맘에 들었지만 일단 공제도 끝난 상태고 (나중에 알았지만 주문하면 지금도 구매 가능합니다) 가격대도 제 수준에서는 많이 높아서 카페 들어갔을 당시에 공제 계획중이던 ACE라는 북쉘프 스피커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방장님께서 ATC스피커와 비교 청취한 영상을 장르별로 올리시는 걸 보게 되었고, 관심이 없었는데 마지막으로 올리신 타마시 바샤리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을 들어보고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헤드폰을 끼고서 모든 영상을 청취해봤습니다. 오래전에 오디오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가장 맘에 들었던게 하현상님이 운영했던 솜스피커 부스에서의 소리였고, 그 다음으로 맘에 들었던게 ATC 부스에서 들은 소리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ATC부스에서의 소리가 가장 좋았지만 가격대가 제가 접할 수준이 아니어서..ㅎㅎ)

헤드폰 속에서 장르별로 올리신 8~9개의 클립을 들어 볼 때 딱 한 곡만 빼고는 모두 ACE의 소리가 좋게 들렸습니다. 그러면서 이 스피커에 갑자기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예정에도 없는 북쉘프였슴에도 말이죠.

 

ACE 제작하면서 비교 청취당한 고가의 북쉘프 스피커들 면면은 익히 아는 것들이었고 가격대도 말 그대로 제겐 넘사벽 가격대였던지라 천만원 이하의 북쉘프들.. 사각의 평범한 디자인만 빼면 그것들을 모두 능가한다는 방장님의 말씀은 어쩌면 닥쳐온 지름신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죠..^^

그러면서도 망설였던건 역시 제 형편에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년 정도 스피커 사려고 모은 금액이 있어서 조금 무리하면 장만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 고민하던차에 ACE 공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라면 방장님의 스피커에 대한 철학 같은 것이 맘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 같네요.

 

1.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스피커를 왜 만들지 못하는가? 거기로 부터 ACE 는 출발을 했고 그 목적을 달성했다

2. 다른 카페들에서 모두들 자신의 스피커가 지구상 최강인것 마냥,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미사여구로 사람을 현혹시키려 하는 것에 못 마땅해 했었는데 ACE의 소개엔 그런게 없었습니다.

 

오직 실력으로 모든 걸 보여주었으며 모든 장르를 커버해서 2~3배 비싼 ATC 와의 비교청취를 통해서 말보다 소리가 먼저임을 일깨워 주셨던 것에 감동해서 최종적으로 공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과장보다는 소박함이 허위보다는 진솔함이 제 마음을 움직인거죠.

물론 그 바탕에는 비교 청취된 사운드가 절 만족시켜 주었던 것이었고, 트로트 정도를 제외하면 락부터 국악, 클래식까지 장르를 마다하지 않고 듣는 제 음악 감상의 스펙트럼 모두를 만족시켜줄 말 그대로의 올라운드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제일 컸을 것입니다.

방장님이 의문을 가졌던 '왜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스피커는 없는 것인가?' 는 늘 제게 한쪽으로만 특화된 스피커들의 성향에 대해 불만을 느끼던 제 마음과 많이 와 닿았던 거 같습니다.





 

ACE의 소리에 대해

 

자고로 모든 스피커들은 에이징이 필요하다는 얘길 많이 합니다. 처음 ACE를 앰프에 물리고 SAL의 SCDA CDP에 정태춘 님의 음반을 걸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저음이 너무 강하게 나오는 거 같아서 당황했습니다. 실수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틀째 지네트 느뵈의 바이올린 음반을 걸고서 소름이 돋는 경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한달쯤 동안 LP도 여러장 틀어보고 CD 도 다양하게 들어봤습니다. 에이징이란건 ACE에는 큰 의미가 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일차 부터 나오기 시작한 훌륭한 사운드는 계속 유효한 상태이며 앞으로 아마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가장 훌륭한 사운드를 꼽자면 현악기 소리, 피아노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편성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현악 4중주 정도까지만 좋아하다보니 대편성 음악이 어떻게 들리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솔로 연주나 피아노 연주 정도를 들을 때면 확실히 탁월한 사운드 재생 능력이 어떤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락 음악을 들을 때 카르멘 마키&OZ 1집을 들을 때 예전부터 제가 많이 듣던 음반이라 소리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ACE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보컬 카르멘 마키의 목소리가 쇠를 찢는듯한 금속성 소리를 내면서 속을 후벼파는데 소름이 쫙 돋으면서 거짓말 안하고 정말로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오디오나 소리에 대해서 제가 왈가왈부 할 수 있을만큼의 내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접해서 들어본 스피커들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접하고 들어본 스피커 중에는 단연 발군의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 받아서 볼 때면 과거의 스피커들은 중음역대가 부실해서 인지 대사 전달이 제대로 안되서 청취에 애를 먹곤 했는데 ACE에서 그런 말 소리들이 확실히 들리는 것에 감탄하면서 제일 중요한 영역대를 잘 잡아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고음역대나 저음역대가 나쁘지 않습니다. 어느 장르에 특화된 스피커들이 한쪽으로 영역대가 치우쳐서 특정 장르에서만 좋게 들린다는 건 불만이었는데 ACE는 탄탄한 중역대를 기반으로 위 아래 소리들의 배분을 정확히 균등하게 -아마도 다이아몬드 형태로- 잡아가면서 전 영역대의 소리가 과하지 않고 정감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라운드를 염두에 둔 네트웍 튜닝의 성과가 아닐까 싶긴합니다. 어쩌면 이것에 대해 '나는 고음이 강하거나', ' 나는 저음이 강하거나' 한 스피커를 원한다고 하신다면 ACE는 피하시는게 맞을 거 같구요. 그런면에서 전에 듣던 튜브링크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들어보면 너무 예쁘고 찰랑거리는 고음에 감탄을 했었는데 좀 빠른 음악을 들을 때면 여지없이 소리가 뭉게지는걸 경험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는게 꽤 유의미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음악을 듣는 이들에겐 쥐약이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죠.

 

저음에 대한 얘길 해보자면 많은 스피커들이 가장 어려워하는게 좋은 저음을 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저렴한 스피커들이 어김없이 나타내는 증세가 벙벙거리거나 과한 울림을 가지는 소리를 만들어 내곤 하는걸 경험하고 살았는데 ACE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6.5인치 우퍼가 낼 수 있는 한계를 튜닝을 통해서 넘어서려하기보다는 그 한계의 끝까지에서 양질의 저음을 만들어 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국악 음반들을 요즘 들으면서 가야금이 가지는 농현의 떨림이 주는 잔잔한 저음과 술대를 통한 거문고 현의 튕김이 주는 임팩트 있는 잔향들을 들으면서 음악 듣는 즐거움이 새삼스럽게 샘솟고 있습니다. 피리 소리나 대금 등에서 청아하고 맑은 고음은 아직은 좀 부족한게 아닌가 싶지만 통일성있는 사운드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합격점을 주어도 충분할 만큼 고음역대도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가 쓰고 있는 튜브링크의 DAC이 고음이 좀 날카로워서 이 부분은 차후에 DAC 교체를 통해서 개선해 나갈까 싶습니다.

 

 

 

* 글 본문에 등장하는 기기와 음반 사진 첨부 (튜브링크의 풀레인지는 시골집에 갖다놔서 2013년 사진으로 대체)

 

 

 

 

 

ACE라는 스피커에 대해

 

6.5인치 우퍼가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다면 깊은 잔향을 통해 몸을 감싸고 울림을 주는 그런 소리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을 네트웍 튜닝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면 아마 한쪽으로만 치우친 엉망의 사운드 솔루션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ACE를 만나서 책을 통해 배우던 상식을 한가지 깨뜨린게 있다면 음압이 낮은 스피커들은 앰프 출력이 높은 -소위 말하는 앰프 밥을 많이 먹는- 앰프를 매칭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스피커는 음압이 85db로 낮지만 현재 사용하는 앰프에서 볼륨을 한두 스탑만 더 올리면 만족할만한 소리를 들려주도록 튜닝이 되어있다고 하는데 상식을 깨는 네트웍 튜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SAL의 SIA-R은 고작 50와트 앰프입니다만 시골집에서 듣던 89db의 스피커와 동일한 볼륨에서 충분히 좋은 소리를 뽑아줍니다.

 

더불어 늦은 밤 낮은 볼륨에서도 충실한 사운드 해상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파트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근에 각종 카페에서 저렴하지만 좋은 소리로 평가되는 스피커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두들 과장되이 그 소리들을 평가하고 카페내의 제작자나 운영진들이 자신들의 스피커가.. 앰프가 세계 최강인 것처럼 말하는 것들은 좀 지양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 곳에서 말의 수사에 현혹되기 보다는 LRSL 을 방문하여 과장되지 않고 제대로 된 소리를 들려줄 스피커 소리가 어떤건지를 만나보기를 희망해봅니다.

 

 




짧은 사용기를 마치며

 

소리에 대한 내공이 있더라면 좋은 사용기를 썼을 건데 그렇지 못하기에 한 달여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가감없이 적어봤습니다. 부족하겠지만 ACE 라는 스피커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도로요.

무리를 해서 장만한 스피커지만 가장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지금은 생각합니다.

살면서 몇 대의 스피커를 더 장만해서 들어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오랫동안 제 곁을 지켜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언젠가 LRSL 에서 메제드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저출력 앰프로 운영하기 좋은 스피커가 나온다면 좋을 거 같다는 바램으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ACE SPEC

Encloser Bass-Reflex 2wayb (재질 고강도 HDF)
Dirvers Tweeter 30mm Silk Dome Wavecor TW30A
Mid woofers 6.5 inch Woven glass-fiber Dayton Esoteric
Frequency range 40Hz~25Hz
Impedance 8ohm
Sensitivity 85db (283V, 1m)
RMS 100wats
Dimension WHD 196*360*317

 

* 마지막으로 아래는 ACE 사진 찍은것들 올려봅니다.


"2년을 모아서 스피커 하나 겨우 샀는데, 원하는 궤짝 스피커 장만하려면 3~4년은 모아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