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아이」, 「지켜야 할 세계」
지은이 : 다케미야 유유코
옮긴이 : 최고은
펴낸곳 : 다산북스
분량 : 551쪽
2024년 3월13일 초판1쇄 발행본 읽음
책 소개에서 이미 장기 이식에 대한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기에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고 짐작은 되었지만, 그 반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영화 <아일랜드>와 같은 느낌으로 '사육'된 아이들이 장기매매를 위해 이용될 거라는 것 정도가 책 소개에서 짐작되는 부분이었다.
장기 밀매에 대한 내용은 책의 거의 말미에 시작되며, 그 앞의 내용은 청춘드라마, 청춘영화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진행된다. 가스라이팅이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건 맞는데 많은 부분에서 할당되고 있는 '청춘'덕분에 쉽고 가볍고 즐겁게 읽힌다.
장기 공급용으로 자라온 아이가 맞이하는 청춘의 이야기로 접근하면 한없이 무겁지만,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장기 기증이나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주제로 다가선다면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진지함이 있어서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분량이 만만치 않기에 필독서 까진 아닌듯하다. (신청 도서로 받아서 읽음)
지은이 : 문경민
펴낸곳 : 다산책방
분량 : 254쪽
2023년 11월16일 초판3쇄발행본 읽음
오랜만에 묵직한 호흡과 진중한 흐름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주인공의 삶이 너무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평면적 삶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세상에 이런 교사 한 분쯤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면 수긍할만한 전개다.
소설은 주인공의 죽음과 운구차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여 과거로 거슬러가 현재로 돌아온다. 거기에 뇌병변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는 주인공의 구차한 삶에 대한 질문과 추억의 시대에 대한 향수가 존재한다. 억압과 폭력의 시대를 둘러싼 교권이 어떻게 추악해지고 타락하고 현재에 와서 스승은 없고 지식 전달자로의 교사만 존재하는..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수많은 학부모의 민원과 소송등에 시달려야 하는 직업으로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의 삶은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와 같은 시대의 아픔과 궤를 같이 하며 흘러간다. 타협과 시대의 관행에 물들어 가지 않는 주인공의 시간은 외롭고 고되고 별종의 인간으로 취급된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원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신념과 교사로서 학생들에 대한 한결같은 헌신의 시간들이 답답할 수도 있고 응원할 수도 있다. 선택의 관념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 같다. 올바른 가치란 게 세상에 존재하겠는가. 다만 이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건.. 어쩌면 평면적일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에 숨을 불어넣고 호흡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다양한 삶의 형태들을 배치하는 작가의 역량 덕분인 듯하다.
쉽게 만나기 힘든 진지함의 시간들로 이 작품은 내 기억 안에서 오래 자리매김할 것 같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선택했지만 빛을 내어 내 눈에 들어와 준 이 책의 표지를.. 책을 다 읽고서 대견한 마음으로 쓰다듬어 봤다. 주인공인 선생님의 올곧은 시선과 시간이 나에게도 스며들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