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트렁크」

빨간부엉이 2024. 12. 23. 12:57

「트렁크」

지은이 : 김려령
펴낸곳 : 창비
분량 : 248쪽
2024년 10월 25일 개정판 1쇄 발행본 읽음


신간 소개 글이 올라와 읽어보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도서관에 신청해서 받아 읽어 봄. 나중에 알고 보니 넷플릭스에서 영화? 드라마? 화 된 작품이었네. 공유가 나오는 듯하여 나중에 볼 생각.

뭐 어쨌든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몇 년 전에 출간되었던 소설의 개정판이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서 작가의 말을 보며 알게 되었다. 

처음에 책 소개 글을 -아마도 대충- 읽고서 근 미래 사회의 이야긴 줄 짐작했었던 것 같다. 단기간 임대 결혼이라는 내용 때문에 현 시대의 얘기가 아니고 미래 사회에 현재의 결혼 가치관이 무너진 시대의 이야기거나 판타지적인 소설이거나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어쩌면 그런 나의 어림 짐작이 맞아가는구나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아니었다. 감추고 싶은 저 높은 돈과 권력이라는 신분을 가진 계급층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임대 결혼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존재하고, 그 회사에 스카웃 되어 7년여를 임대 와이프로 몇 차례 결혼과 헤어짐을 거치며 여러 남편을 만나온 한 여성의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기보다는 이야기 안에 있는 주인공의 마음에 대한 서술들이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될 듯 하다. 

이런 회사는, 이런 비정상적인 결혼 서비스는 세상에 존재할까? 아니면 소설 속 허구의 상상일까? 알 수 없지만, 세상에는 나같은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위의 세계와 밑의 세계가 존재하는 걸 우린 뉴스를 통해서거나 '카더라' 통신등을 통해서 익히 접해 왔기에 어쩌면 반드시 허구일리만은 없을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샌드위치의 중간 층에 존재하여 위와 아래를 위해 복무하는 중간계의 인간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시대상을, 결혼제도를, 여성에 대한 폭력의 서사를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고, 비유하지도 않는 듯 하다. 어떻게 보면 멀리 돌고 돌아 그러함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헤아려 보기가 조금은 어렵지 않았나 싶기도 하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하는 다층의 감정을 갖게 만드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고 만난 후 갈라섬이 흔해지는 시대에 이 이상한 결혼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하는 숙제를 떠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