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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 [rosie]

빨간부엉이 2025. 5. 7. 18:07

로제 - [rosie] / 2025 / YG플러스 / LP

List

A
1. number one girl
2. 3am
3. two years
4. toxic till the end
5. drinks or coffee
6. APT. (ROSE & Bruno Mars)

B
1. gameboy
2. stay a little longer
3. not the same
4. call it the end
5. too bad for us
6. dance all night
7. vampirehollie


음반 감상글을 올려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퇴근 후 인터넷이 안된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곘지만,사실 가장 큰 핑계일 테지..ㅎ사무실에서는 짤막한 뭔가라도 써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여튼 점심 먹고 간만에 시간이 좀 생겨서 끄적끄적..

 예약판매로 진행되었던 로제의 첫 솔로 음반 <rosie> LP 버전을 지난주에 받았다. (감사하게도 응한님이 구매해서 보내주셨다..)
LP
값이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정말 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살 수 없는 상황인지라 로제의 음반을 살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선물로 받지 않았다면 아마 죽기 전까지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APT는 제외..)
노래를 잘하고 음악이 좋다는 얘긴 들었어도 음반을 사지 않았을 이유는 아무래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할 게 분명하다. 세상 모든 음반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우선순위에 밀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테지. 상관 없는 얘기지만 아이돌 음반을 자발적으로 산 게 하나 있다. ‘여자 아이들의 정규 2집은 어쩌다 보니 언젠가 지르고 말았다.. (좋아하는 곡이 있었고, 그룹 내에서 음악을 직접 만들고 제작하고 노래하는 친구의 역량이 상당히 출중하다고 느끼고 있음이 구매의 가장 큰 이유가 된 것 같다)

 로제의 첫 솔로 음반을 어제저녁에 감상하며 느낀 건 이 친구 대단한데?’ 라는 감정이었다. 전곡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모든 곡에 관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솔로 가수의 음반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들이 좋다는 느낌이 강하다. 호주에 있을 때부터 워낙 노래를 많이, 그리고 열심히 불러왔다고 들었었는데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탄탄한 기본기의 좋은 보컬이라는 느낌. 팝에 가까운 음반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창법의 거슬림 같은 건 있다. 이건 비단 로제의 문제가 아니라 목소리 자체를 인위적으로 왜곡하여 노래를 불러야 하는 (또는 그렇게 돼버린) 현 대중음악 보컬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 이 문제점이란 건 어쩌면 내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순수하거나 깨끗한 느낌의, 가공하지 않는 보컬 창법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내 감각과 저질 귀에서 기인하는 것일 가능성이 어쩌면 클 것 같다.

CD가 아니니까.. A면에서 (A면은 ‘APT’ 까지 수록되어 있음) 느낀 건 솔직히 좀 별로였던 것 같다. 이미 세계를 강타한 메가 히트곡을 제외하면 트렌디함을 적극 수용하려 애쓴 흔적이 느껴지는 모호함과 혼란스러움 같은 감정들. 그렇지만 B면으로 넘어가면서 감상은 180도 전환되어 버린다. 역시 6,70년대 음악이 메인 취향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전형적인 발라드 넘버들에 기대어 거기에 포크를 더하고 때론 웅장한 서정미를 가미하는 25년도 세대의 젊은 가수가 취하지 않음직한 길 위에 서있는 노래들. 그래서 내게는 익숙하지만 어쩌면 요즘 시대의 젊은 인류에겐 고리타분하거나 고색창연할 것 같은 사운드 스케이프는 그 자체로 빈티지함과 세련됨을 동시에 수렴한다. 적어도 로제의 첫 솔로 앨범의 B면의 만족도는 A급에 가깝다. 그것도 순열 (순수하고 열렬하다는 의미의) A급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언젠가 정상급의 (인기가 아닌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실력으로) 아티스트로 우뚝 서는 로제의 음악을 만나고 싶어진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분명히 노력에 보답하듯 자연스럽게 그런 자리에 선 그녀를 나와 우리는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좋은 음악을 들을 기회를 주신 응한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