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음악인의 낭독 공연 1회 - 전주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에서
몇 년 전에 한 번 가봤던 전주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 가수 시와님과 시인 백은선님의 낭독 공연이 있길래 신청해서 다녀왔습니다. (25.05.24)
시와님은 1집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홍대 벨로쥬에서 했을 때 가보고, '마시의 노래' 음반 발매 후 전주 한옥마을 카페 꼬기가 사는 물 (지금은 없어짐) 에서 소규모 공연 했을 때 가보고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네요.
어쩌다보니 살면서 가장 많이 라이브를 보게 된 가수가 되었습니다..ㅎ
제 블로그에서 검색해 보시면 예전 방문 기록에서 내부 모습은 참고하시면 될 것 같구요.
작은 공간의 제일 밑단에서 낭독자와 가수가 뭔가를 하고 층층히 올라가는 계단식 공간에서 관람자들이 앉아서 듣고 보고 했습니다.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보니 시와님은 들어가다 줄에 걸려 마이크 한 번 넘어뜨리고, 마지막 앵콜 낭독 (백은선님의 관객 신청 시를 앵콜로 낭독했습니다) 때는 관객 모드로 보시겠다고 나오시다가 자기 기타 넘어뜨리고 그랬네요..ㅋ
처음 막 시작했을 때 모습이구요.
한참 진행 중에... (낭독 공연 중 사진은 이 두 장 뿐입니다만, 노래하는 모습과 낭독하는 모습은 영상으로 좀 담았으니 하나씩 감상해보세요)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시와님은 달변이 되어있었고 백은선 시인은 낯가람이 심한건지 아니면 부끄러우신건지 말씀을 하길 어려워 하시는 듯하여 긴장을 풀어드린다고 시와님이 처음에 노래 세 곡을 했습니다.
'화양연화'도 있었고, 음원으로만 나왔던 것 같지만 '꿈속의 새' 라는 곡을 노래하면서 시 낭독도 해주시고 그랬네요.
백은선 시인의 첫 낭독은 아마도 자기의 아들과 관련된 시를 읽으셨던 거 같아요. 끝에 끝난 줄 알고 영상 중지를 했는데.. 시가 좀 더 남았더라구요..ㅎㅎ
백은선님은 처음 봤지만 느낌이 꽤나 독특했습니다. 수줍은 듯한 목소리를 내시면서 시 낭독 자체는 꽤나 건조한 느낌으로 낭독하시고.. 말투도 신선했고, 전반적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떤 사람의 한 형태를 보는 듯 해서 낯설고 사람에 대한 인식의 틀이나 편견을 깨게 하는 느낌이 매력적이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백은선 시인의 시 낭독은 여러편 되었지만 영상으로 담은 건 처음 두 편의 시를 담았구요.
이 시를 듣다보니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웃었다" 라는 싯귀가 참 인상적이어서 (정확한 싯귀는 아니고 대충 기억하는 내용입니다) 시적 전개에 있어서 이 웃음이 어떤 의미일까하는 생각을 오래 하게 되었던 거 같구요. 이 시 덕분에 백은선 시인의 시집들을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언젠가 읽게 되겠죠.
중간에 시와님이 노래 두 곡을 더 하셨어요. 파독 간호사였다던 어머니와 친구, 편지에 대한 얘기들을 노래로 만든 곡과 이야기들도 들려주었구요.
아.. 보니 마지막에 지면에 발표하지 않은 신작 시를 한 편 읽어 주셨네요.
낭독회 같은 건 살면서 처음 이었던 경험인지라 신선한 기분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시인과 노래하는 사람이 만나는 낭독공연 프로그램은 시집도서관에서 행해진 첫 공연이었던지라 이후에 두 번 인가 더 계획이 되어있는 거 같던데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해서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시를 만나 보고 싶어졌습니다.
시집 도서관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산책로가 있는 작은 방죽 같은게 하나 있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내려왔네요.
흐린 날이었지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