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안에서 공명하는 소리들, 그 소리들이 이끌어내는 기억과 감성의 시간들. 뭐라 말해야 좋을까 이런 느낌들을..
가수 이선희의 30주년 기념 음반을 들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건 쌓여가는 생각과 흩어져가는 과거, 지워져버릴 내일 같은 기분. 묘한 느낌이다.
어떤 음악 평론가가 이번 앨범을 두고 너무 젊은 친구들과의 작업으로 젊은 취향에 맞춘 앨범을 내놓은 거 같아 아쉽다고 했던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음반을 걸고 처음 들었을 때의 내 느낌도 조금은 그러했던 거 같다. 이전 앨범들과 뭔가 달라진 느낌.. 소프트해지고 누그러진 느낌이 들었고, 적어도 한 시대 이 나라를 대표할만한 가창력의 가수가 30년을 기념하여 내놓을 만한 앨범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을 느끼며 플레이를 마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나는 이 음반을 다시금 듣는다. 딴짓을 하며 듣고 전체를 듣고 부분을 듣는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취향과 젊은 세대의 의식에 촛점을 맞춘게 아니다. 동세대의 감각에 편승하는 소리가 아니다. 동시대의 감성을 아우른다. 점점 그렇게 들려온다.
처음이 좋은 음반이 계속 좋은 경우는 드물다. 처음이 별로지만 점점 좋아지는 음반은 아주 오래간다. 30년을 기념하며 낸 음반은 30년까진 아니겠지만 꽤 오래 내 시간을 잠식하며 내 감성을 흔들어 놓을 거 같다. 이번 음반은 앞 전 음반들과 달리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않고 일정 부분을 현존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위해 열어 놓았다는 기분이 든다. 타인의 곡을 받아 타이틀곡이 된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보다 좋은 곡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던 거 같다. 이선희의 송라이팅 능력은 아직도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슴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해본다. 굳이 어떤 곡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 장의 음반이 음반 그 자체로 의미있듯 어느 한 곡 뒤로 밀리거나 어느 한 곡 뾰족하게 앞서지 않는다. 그것이 처음의 낯선 느낌을 이끌어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30주년을 기념하며 낸 음반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다시금 들으며 이해의 견해는 또 천면만화 하리라. 이해함이 잘못된 것이면 또 어떠랴.. 치우치지 않아 고요한 수면 위에 살짝씩 퍼져나가는 바람의 일렁임을 이 한장의 음반과 견주면 또 어떠할까..
"한곡들어보기는 음반분위기 파악용으로 최저퀄리티이므로 음반 구입후 감상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