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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퀸스 갬빗」

빨간부엉이 2024. 3. 24. 10:37


지은이 :윌터 테비스
옮긴이 : 나현진
펴낸곳 : 연필
분량 : 511쪽
2021년 9월 1일 1판 1쇄 본 읽음

작년이나 재작년쯤.. (점점 시간에 대한 기억들은 너무 가까웠거나 너무 멀었거나 하는 식으로 왜곡되는 게 더 심해진다) 봤을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은 자극적이고, 짜릿한 즐거움을 주었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보고 싶었는데 오랫동안 구입을 미루다가 최근에 어떤 중고책을 사면서 같이 구입할 수 있게 돼서 드디어 읽어 볼 수 있었다.

작가는 폴 뉴먼과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컬러 오브 머니>의 작가다. 책의 작가 소개를 보고서야 알았다. <허슬러>라는 영화도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작가는 게임과 승부의 세계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퀸스 갬빗'은 체스의 오프닝 용어로 「퀸스 갬빗」 안에서 등장하는 많은 체스 게임의 오프닝 용어 중 하나다. 물론 그렇다는 개념만 인지할 뿐 체스판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 고 3 때 체스판의 말들 (기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외우고 몇 판 두어본 게 전부인 기억으로 소설 속 기물들의 행보를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는 당연히 없다. 그렇지만 체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숨 막히는 대국의 현장에서 주인공 베스가 가지는 심리에 대한 묘사들,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많은 이들이 겪는 약물과 음주 중독의 코스에 대한 이야기들. 그럼에도 그 몰락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고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서는 주인공의 외롭고 처절한 시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의 기억들. 

책은 아쉽게도 드라마 <퀸스 갬빗>을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아니다. 드라마는 거의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어쩌면 드라마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에 더 인기가 있었고 더 자극적일지도 모르겠다. 영상물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작품은 먼저 원작을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가 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창작물들이 영상화된 것을 본 후에 원작을 보면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원작의 훌륭함과 위대함을 더 사무치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테니까 말이다. 「퀸스 갬빗」은 1대 1 매칭 같다. 새로움은 거의 없고 텍스트를 보기 좋은 장편 드라마로 치환해 준 것 같다. 소설을 읽지 않아도 드라마를 보고 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입덕하는 것도 충분히 삶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읽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후반부 3분의 1쯤 분량에서의 베스의 행동과 심리 묘사에 대한 부분들은 확실히 드라마를 봤더라도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머리가 굉장히 아둔한 편이라 장기나 체스를 몇 수 앞을 내다보면서 제대로 두지 못한다. 그렇지만 드라마를 보고, 책을 보고.. 그러고나면 체스판을 사고 싶어서 쇼핑앱을 열어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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