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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Photo

화엄음악제 2018

빨간부엉이 2018. 9. 16. 11:17

 

여수로 와서 세 번째 참여하는 화엄음악제

지난해에 이어 탱화가 걸렸다.

공연 시작 몇 분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공연 시작하면서 굵어지다가 나중에 장대비로 바뀌면서 부랴부랴 탱화에 포장을 씌우느라 스탭들 정신없었다.

 

 

차를 간만에 움직이려고 하니 방전이라.. 출동 불러서 가느라고 예정보다 늦게 도착.

올라가는 길에 보니 한지등을 많이 세워놓았다. 입구부터 경내에도 작품들이 즐비했다. 일단은 환해서 모르겠지만 내려올때 보니 좋긴한데.. 비를 많이 맞아서 작품들이 다 상한듯하여 안쓰러움.

 

공양간에 가서 비빔밥이라도 먹으려고 서두르는데 인기만발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애들이 만지고 장난쳐도 가만히 내버려두던 대인배냥..ㅋ

인기 만점~~

 

 

올 해 화엄음악제의 주제는 '진혼' 이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슬픈 선율이 산사를 가득 채우던 두시간 반..

지금까지 화엄음악제 총감독을 해오던 원일 감독이 자리에서 내려온 듯 총감독 같은 체제로 꾸려진 건 아닌듯하였고, 그 영향인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의 답습이랄까.. 그런 분위기를 좀 느꼈다. 통일감보다는 뮤지션들이 순서내로 나와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빠지는.. 16년 처음 갔을때의 축제 같던 그 밤을 잊을 수 없게 만든다. 4시간여의 공연과 들뜬 흥분.. 끝난후의 무대 인사등.. 그런 시간이 다시금 돌아오지 않음에 아쉬웁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스님들이 주가 되어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뮤지션들이 채우는 말 그대로의 음악제여서 여전히 이 음악제를 지지하고 방문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마지막의 시낭송을 제외하면 총 6개의 무대가 진행되었는데 그 중 절반은 장대비를 맞으며 진행되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절반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비가 그쳐서.. 일단 비가 오니 여기 저기서 두런 거리는 소리들과 부스럭대는 소리들... 연주자들도 포장은 씌워줬지만 한쪽으로 고인 비가 주르륵 쏟아질때 놀라기도 하고.. 우비도 모두 지급되지 못해 그냥 비를 모두 맞고 봐야했던 사람들.. 그래도 중단되지 않고 끝까지 마쳐진 것에 감사한다.

 

비가 올 것을 예상했슴에도 굳이 간 것은 NEQ의 무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NEQ의 보컬을 맡고 있는 김보림씨의 목소리는 비가 오고 있었슴에도 소음을 뚫고 공간에 퍼져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절창을 하지 않는 조용한 목소리였슴에도 정말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아닌가.. 상당한 충격이었다. 최근 발매된 3번째 앨범의 녹음은 2집때의 김율희씨가 했지만 팀에서 빠지고 김보림씨가 합류한 상태다.

국내에 반도네온 주자는 고상지씨 뿐인가하고 늘 한탄했는데, 이번에 이어진씨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팀을 꾸려 피아졸라의 탱고곡 3곡을 들려줬다. 역시 짜릿하고 좋았다.

그중에 가장 좋았던 시간을 꼽으라면 첫 째는 노영심씨의 피아노 독주중 두 번째 곡 '인연' 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앞 팀 대금 연주팀부터 비가 그쳐 포장을 다 걷어내고 화엄음악제 특유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던 영향도 크겠지만 현장에서 듣는 이의 감정을 쥐락펴락 하는 길고 긴 다양함 속에서 노영심이라는 인물의 연주력과 작곡력에 감탄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는 마지막곡으로 노영심씨 편곡으로 우리에게 '5월의 노래'로 잘 알려진 'Qui a tue grand-maman'을 NEQ의 손성제 섹소폰과 NEQ의 서수진 드럼, 이어진씨의 반도네온, 이모란님의 선무, 노염심의 피아노가 결합되어 펼쳐진 연주였는데 진혼이라는 주제에 잘 어울리는 곡이기도 했지만 연주자들간의 솔로와 인터플레이, 멜로디의 변주와 올곧고 신중한 플레이의 길고 긴 시간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세상에 없는 음악이었으며 단 한번 밖에 들을 수 없는 연주였기에 그 자리에 귀차니즘을 뚫고 간 나 자신에게 고마웠던 시간.

이제 다시금 16년의 그 굉장했던 4시간을 경험할 순 없겠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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