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꽃 가객단 - [Blossom]

소리꽃 가객단 - [Blossom] / 2023 / 뮤직앤뉴

List

1. 이야
2. 사철가
3. 헤야옹
4. 꿈에나 내 님
5. 지하철 청춘
6. 빛을 머금은 아이
7. 걱정
8. 제be노정기
9. 톱송 

---

음반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팀이 있다면 먼저 [Aux]가 되겠다. 그리고 국악 아이돌을 표방하고 나선 실력파 젊은 국악인들이 모인 [소리꽃 가객단]이 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갔다 돌아와서 점심을 먹으려고 틀어둔  TV에서 부채를 들고 ‘촥촥’ 소리 내며 절도 있는 안무를 추는 다섯 처자를 보게 된다. 일단 눈이 갔던 건 [국악 이상] 팀의 보컬인 신예주 씨가 거기서 무대를 꾸미고 있어서였는데, 역시 아는 사람이 보이는 건 한 번 더 눈이 가게 마련인지라 나중에 유튜브 등에 올라온 영상을 열심히 리플레이해서 감상하곤 했다. 그러면서 음반이 나와주면 참 좋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음반이 나왔다. 예약판매가 올라왔을 때 어찌나 기뻤던지... 하지만 당장 CD살 쩐이 없던 관계로 한참을 미루다 보니 다른 사려던 국악 음반이 품절되는 걸 보고 빨리 사야겠다 싶어서 카드 외상으로 사버리고 말았다. 며칠이고 며칠이고 감상을 하면서 신나고 좋았던 것 같다. 

방송에서 안무를 통해 활동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 단지 음반에서 즐거움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요즘 주목하는 거문고 주자인 황진아 씨의 두툼한 거문고 소리가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문고의 단단함과 생황의 아련함, 피리의 처연함 등이 서구의 베이스와 드럼등을 만나면서 조화롭게 상승되는 사운드의 힘은 그저 볼거리에 치중하는 팀이 아니란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음반에서 단가인 ‘사철가’를 가장 좋아하는데, 부채와 함께 하는 이 곡의 영상은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절제미와 절도 있음이 주는 박력 같은 것들이 흥겹고 미소 짓게 한다. 음반에서는 부채의 촥촥 하는 소리들은 없지만 맘 속에서 그 그림을 그리면서 듣는다. 훌륭한 바탕음에 펼쳐지는 가객단의 사철가 가사들은 세월의 덧없음을 얘기할지 몰라도, 언제나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게 한다. 시절은 하 수상해도 언제나 흘러가고 또 다른 시간이 나와 우리의 삶에 들어온다. 철 따라 꽃은 피고 낙엽은 지고 눈 내리듯이 말이다. 

어쩌면 ‘지하철 청춘’ 같은 곡의 재기 발랄함과 ‘걱정’ 같은 곡에서의 고개를 까딱거리게 되는 흥겨움등으로 인해 가객단의 음악을 평가절하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청춘들이 가지는 현실의 고민과 생각들을 음악 안으로 끌어와 신나게 펼쳐주고 그 안에서 우리의 감정들을 녹여낸다고 생각해 본다면 절대 가볍게 치부해 버릴 음악들은 아니지 않겠는가 생각하게 한다.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22년에 가객단이 금상을 수상한 곡 ‘제be노정기’와 ‘톱송’은 흥보가를 재치 있고 흥겹게 풀어낸다. 국악걸그룹, 국악아이돌을 표방한 만큼의 흥겨움과 즐거움은 음반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듣고 있노라면 여타 퓨전국악밴드들의 음악들보다 한층 더 가객단의 음악은 전통에 가깝게 들린다. 변화를 추구했지만 본질을 계승하고 이어가는 지혜로움이 이 안에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티벳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가객단의 노래 ‘걱정’은 그 속담을 노랫말로 치환하여 시작한다. 세상 모든 걱정 근심이 얼마나 덧없고 헛된 것인지 너무 재밌게 풀어간다. 
오늘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한없는 무게로 주어지는 이런저런 걱정들을 이 음반을 들으며 날려 버리면 좋겠다. 좋은 음악이 당신의 시간에, 바라는 무언가를 퍼내고 퍼내도 남아 있는 제비표 보은 박이 되기를 희망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