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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고1때 잠시 보다 덮어버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책을 좋아하는편이고 당시라면 한번 잡은 책은 끝까지 쉼없이 보던 편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제목을 패러디해서 쓰는 것에 대한 예의로 작가이름정도는 한번 슬쩍 얘기하고 넘어가주기위해서..^^;;



그렇다면 뭘 참아줄 수 있는건데?

맥미니는 신형 체리 흑축 스위치가 탑재되어있고, 구형스위치보다 키압이 월등 높은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맥미니의 흑축은 흑축 특유의 쫀득함과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압력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흑축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한번쯤은 흑축을 접해볼 수 있는 키보드로 선택되어져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구요.
그럼에도 제게는 최상의 키감을 선사하는 흑축 키보드가 두 대 있기에, 그리고 남아도는 갈축 한세트를 소비하고자 갈색스위치로 바꿔봤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청축으로 바꿔서 클릭 키보드를 갖고 싶어하던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했었으나, 텐키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을 당하여서..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청축스위치가 한벌 뿐인관계로 예상치 못한 갈축으로의 변신을 당해버렸습니다. 맥미니양은...
스위치는 원래의 스위치를 사용하였고, 스프링은 또각또각님의 키압 낮은 2차품 스프링을 사용하고, 슬라이더는 8000의 슬라이더를 사용하였습니다.

원래 갈축이든 백축이든 사용되는 베이스에 따라 서걱이거나 사각거리는 느낌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그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거나 약하게 다가오거나의 느낌들이 있죠.
맥미니의 경우에 갈축으로의 전환을 했을 때 갈축 특유의 서걱이는 느낌이 어느정도 존재하는 편이며, 어찌보면 마제스터치의 느낌과 조금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같은 갈축 스위치에 철판보강, 그리고 둘다 키캡의 높이가 높은 편으로 스트록의 길이가 3000시리즈의 갈축보다 깊은 편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느낌일 듯 합니다.
원래 맥미니에 갈축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던터였는데요.
구형 3000에서의 갈축전환이 주었던 느낌이 무척 맘에 들었기에 또한번의 만족스런 기분을 느껴보고자 했습니다만 생각만큼의 만족스런 키감을 선사해주지는 못하는듯 하네요.
그것은 어찌보면 이색사출의 두툼한 키캡이 주는 안정성의 영향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3000의 문자열 키캡들의 낮은 높이가 주는 느낌이 스트록 깊은 높은 키캡과 만나서 이질적인 차이를 형성하기 때문이기도 할 듯 합니다.
구형 3000의 경우엔 문자열의 키캡은 낮은편이며 펑션키쪽의 키캡은 높은 편으로 실제 두 곳의 키를 눌러보면 문자열쪽은 빠르게 끝을 맺기에 간결한 느낌을 주지만 펑션키쪽을 눌러보면 깊게 들어가는 느낌을 주기에 어떤때는 도각거림이 큰 듯하지만 또 어떤때는 서걱이며 푸석한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습니다.
맥미니의 경우에는 문자열의 키캡이 높은 편이기에 이런 서걱이는 특유의 느낌이 잔존하고 있는 듯합니다.
윤활을 하고 이제는 기본이 되어버린 스위치의 상/하부 사이의 테이핑 작업으로도 그런 느낌들이 남아있음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존 갈축보다 스프링을 낮은 압력의 것을 사용함에서 오는 편안한 타이핑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군요.
실제로 하나의 키보드만을 장시간 사용하다보면 이런 차이를 느끼기 어렵겠지만 일반 갈축의 키보드와 비교타건시 확실히 가볍다는 느낌이 옵니다.
약점들과 불편함들.. 서걱임에 대한 불만들... 그런 것들을 일견 상쇄할 수 있는 기분좋은 느낌은 맥미니의 갈축을 참아줄 수 있는 존재로 의식안에 자리잡게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것을 참아줄 수 있는건가?

모든 것을 참아준다는 것은 일견 '자기합리화'에 다름아니겠죠.
맥미니의 경우에 3000처럼 키캡이 쉽사리 튕겨지는 문제점도 없고, 뻑뻑함으로 빼내기 어려운 부분도 없는 중간정도의 끼워짐을 보이며 애초에 보강판이 장착됨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된 키들의 푸석함도 없습니다.
키감도 발군의 가벼움으로 편안하고, 테이핑 작업을 통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넌클릭이 주는 매력에서 크게 빠지지 않는 기분좋음을 준다.. 그렇다면 모든것을 참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철판보강의 소음과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된 키들이 주는 이질적인 느낌의 소음들은 반드시 해결을 봐야할 부분일 듯 합니다.
애써 만들어낸 기분좋음에 찬물을 끼얹는 네 곳의 키들이 발생시키는 소음은 타이핑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나 Spacebar의 철컹거림은 꽤 심한 편이며 이것을 참아주기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할 듯 하기에 인내하지 않기로했습니다..^^
꽤 시간을 들여 스페이스바의 철심에 투명 실리콘 테이프를 감아봤는데 무언가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손재주를 탓하며 테이프를 감은 철심을 적용해보니 원래의 철컹거림과 타건시의 스페이스바 흔들림이 많이 감소된 듯 합니다.
미세한 정도의 찰칵거리는 느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선에서 '자기 합리화'의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곳의 키들은 아직 손을 보지 못한 상태로 누를 때마다 발생하는 소리에 어서 시간을 내어 손을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한번 덮어버리고 나면 손대기 싫어하는 귀차니즘의 압박으로부터 언제쯤 벗어날지는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키캡의 지워짐을 막기 위해서 키캡마다 테이프를 붙여봤었는데 끝단을 깔끔하게 잘라내기가 용이치 않아서 결국 접어버렸습니다만 지워짐 현상이 보이는 언젠가의 그날 코팅제라도 사다가 뿌리던지..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종합컨데 마제스터치의 갈축 느낌이 좋으면서 미니 사이즈에 예쁜 모양새의 키보드를 원하신다면 맥미니 갈축은 추천해드릴만합니다. 하지만 보강된 갈축의 소음조차 참아주실 수 없는 분이라면 일전에 사용기 올렸던 구형 3000의 알미늄 보강판에 비해서 스위치 튜닝 조건은 같지만 키캡과 보강판의 차이에 의한 소음의 차이가 있고, 서걱임의 차이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애초에 갈축보다 청축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생활고에 따른 여의치 않음으로 마제스터치에서의 청축에 대한 글로 7월경에 뵐 수 있을 듯 합니다.


## 언제나 얼렁뚱땅 대충대충 그럭저럭 사용기를 마치며.



빈약해진 생활상은 더 이상의 키보드 장만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버렸습니다.
더 이상 만나볼 키보드가 없음에서 갈증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산다는 것이 주는 번잡한 요소들이 갈증을 걷어가버린 것에 화가납니다.
4개월째 국내에 들어오고도 언제나 제 손에 쥐어질 지 알 수 없는 두대의 키보드...
현재로선 그 두대의 키보드는 옛날에 대금이 치뤄진 상태기에 빨리 만나볼 수 있기만을 꿈꿔본답니다. ^^
맥미니는 애플용의 것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아름다운 외관과 흑축이든 갈축이든 멋진 키감으로 손과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약점들이 너무 많아서 예쁘다는 것만으로 용서가 될 것인가 하는 것으로 사용기의 핵심을 잡았습니다. 단지 예뻐서 약점들이 가리워질 것인가.. 아니면 약점들이 두드러져 예쁜 외관이 묻혀버릴 것인가는 직접 맥미니를 만나보고 판단하셨음 좋겠습니다. 사용기는 한 개인의 주체적 경험담이기에...
더불어 사용기는 요점만 간단히..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되네요.
일단 모든 분들이 접해본 것이 아닌것이기에 한번도 보지 못한 분들을 염두에 두고서 사용기를 쓰다보니 최대한 하나라도 더 이것저것 얘기하고 넘어가야한다는 생각때문에 불필요하고 군더더기만 많은 그런 사용기를 늘 올리게 됩니다.
늘 그런 점에서 송구합니다..
사용기를 쓸 수 있는 키보드도 어느덧 반수를 훨씬 넘어버렸으니 부엉이의 지겹디 지겨운 사용기를 만나실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듯 합니다.
오늘도 또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의 내일에도...
지금 여러분의 손과 마음을 행복하게.. 또는 괴롭게 하는 '키보드'와 함께 행복과 번뇌의 갈림길, 그 위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보는 기쁨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 감사함을 전하며..



메냐동에서 많지 않은 조류과(?) 회원중에 한분이신 파랑매님..
다수의 맥미니를 들여와서 나눠주시는 수고로움 덕분에 어여쁘며 재밌는 키감의 키보드를 또 만나보게 됐습니다. 그 수고하심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더불어 스티커 공구에 애써주신 푸른회오리님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Photo &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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