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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SE}



## 간략제원

키보드 이름 : WYSE

사이즈 : 가로 47.4Cm X 세로 18.3Cm X 높이 5.1Cm (높이 조절 다리를 폈을 때 / 펴지 않았을 때 3.8Cm)
스위치 : 체리 구형 백축 넌클릭
무게 : 약 1,710g
연결방식 : PS/2
키탑 인쇄방식 : 이색사출성형
제조 : Wyse Technology
생산지 : Taiwan
Part Number : 900866-01
FCC ID : DYD900840


## WYSE - 무한 질주의 기록

누구나 한번은 목숨걸고 달리는 법이지.. 그것이 때로는 짝사랑일 수도 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고, 여행에 대한 방랑일 수도 있을터.
지난 일년간 목숨을 걸었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키보드라는 생각의 입력도구에 열정을 다해보긴 했던 거 같다.
그로인하여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나아짐이라던가 하는 것은 거의 없지만 여러 키보드를 만져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되어주었던 거 같다.
키보드에 대한 개인적 정의는 내 머릿속 생각들을 활자화시켜주는 도구이고보면 사실상 여러키보드를 만져보는 것이 기술적인 발전보다 중요했을지도 모르지만
손재주없고, 기계적인 것에 대한 지식의 부재는 좀 가슴이 뜨끔한면도 없잖아 있는 것이 사실이지...
그렇게 열심으로 달려보던 중에서도 가장 열심으로 달려보았던 키보드는.. 바로 WYSE다 !!

+ 어느 회원분이 말하셨다.. "키압이 강한 리니어를 찾으세요? 그럼 Wyse를 한번 구해보세요"
+ 찾아본 Wyse는 한순간에 날 사로잡았다. 허나 구할 수는 도통 없었다.
+ 어느 날 문득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이 Wyse가 하나 생겼다. 하얗고 무거운 바디에 어찌다 멋지던지.. 당시까지 구입한 키보드중 최고가였지만 너무 기뻤다.
+ 마제스터치의 갈축 느낌이 너무 좋아서 Wyse에 갈축을 이식하고픈 욕망이 생겨나다.
+ 너무 비싸고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님에도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사후처리를 위해 일본서 키캡하나를 들여와야했고 어쩔 수 없이 31개들이 갈축 스위치 신품 세봉지를 구입하다.
+ 아직 납땜/스위치 이식을 해본적이 없는 나는 겁이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땜용 도구를 장만하다.
+ 또 하나의 Wyse가 생기다. 이로써 두대.. 오리지널과 갈축 두가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욕망은 기쁨을 잠식하고...
+ 구매대행을 통해 두차례 Wyse를 구해보고자 한다. 허나 모두 품절상태.. 사총사를 만들어 사람들을 놀래켜주리라던 계획은 너무 요원해보였다.
+ 하나의 Wyse에 갈축 스위치를 이식하다. 최초의 스위치 이식작업. 손가락에 상처도 많이나고 고통도 많았지만 원하던 것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간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 Wyse 본사 사이트에 나와있는 모든 이메일 주소로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와이즈 파트넘버 두개를 적어서 이것을 구할 곳을 알려달라고 땡깡을 부려보다. 그러나.. 모두 묵묵부답.
+ 어렵게 또 하나의 Wyse가 생기다. 구형백축과 구형 청축 스위치도 구비를 하다.
+ 구형 백축을 이식한 또 하나의 Wyse패밀리가 탄생하다. 그러나 구형청축을 이식할 Wyse를 구할 수가 없었다.
+ 갑작스레 터진 어떤 사건은 병원비등의 이유로 그동안 모은 키보드를 방출해야만 하는 사태에 이르고 갈축 Wyse가 입양된다.
+ 구형백축을 이식한 Wyse는 스프링을 신형청축으로 바꿔서 달라는 주문을 받게되고 추운 겨울 이주간이나 냉방에서 손 호호 불며 스프링을 바꿔서 입양을 보냈지만 노트북에서 인식이 안된다고 하여 다시 집으로 귀향한다.
+ 구형청축 스위치는 사건의 여파로 출가하였으나 클릭스위치로는 수명이 다 된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다시금 집으로 돌아온다.
+ Link라는 PC용 Wyse와 동일한 하우징의 터미널용 키보드를 외인부대로 영입하였으나 훈련캠프에 도착하기도 전에 스위치와 스위치를 뺀 몸체가 분리되어 두 사람의 품으로 떠나버리다.
+ 스프링을 바꿔낀 구형백축 Wyse는 어느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방황하던 끝에 원래 스프링으로 교체해주자 긴 방황의 터널을 뚫고 돌아와 지금 책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나를 조르고 있다...


## 어느 날 사무실에서

아침부터 마누라와 대판 싸운 나는 헝클어진 머리에 추례한 모습을 하고서 집을 나섰다. 짐짝처럼 던지워진 전철안에서 간신히 두어번 전철을 갈아탄 후에야 회사에 도착한다.
'오늘도 무척 지겹고 힘든 하루게 되겠지' 라고 생각을 하며 3층에 있는 나의 밥벌이 전쟁터 [00물산]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여어 김대리 지각 3분전이야! 일찍 좀 다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입사동기지만 처세술에 능하여 벌써 과장이 된 재수없는 0과장 녀석의 목소리부터 들려온다.
묵묵부답으로 녀석을 무시한채 내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의 전원을 넣고 자판기 커피한잔..
'후~~ 그래도 아침에 먹는 이 다방커피한잔이 즐거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씩 웃고만다. 마누라쟁이는 마누라쟁이고 여하튼 입에 풀칠하려면 군소리 말고 일은 해야지..
어제 작성하다만 실적보고 워드파일을 열고서 마무리를 지을려고 하고 있는데 사무실문이 빼꼼히 열리며 <마기>가 들어왔다.
마기는 이런 소규모 회사 사무실들을 돌아다니며 컴퓨터 관련용품들을 판매하는 아직 어린 외판원인데 녀석이 싹싹하고 말쏨씨도 있어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특히나 마우스나 키보드를 팔때면 열과 성을 다해서 설명을 해주기때문에 별명이 마키에서 발음하기 편하게 마기가 되버렸다. 사실상 그 별명은 내가 하드웨어와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녀석을 동방박사를 지칭하는 마기또는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메인 컴퓨터 이름인 마기에서 붙인거지만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그를 부를 때 마귀라고 부르는 줄 알고 기겁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늘도 나는 또 지나치지 못하고 마기를 불러세운다.
"어이 마기!! 잠깐 좀 보자"
" 네 아저씨 오늘은 무슨 궁금증이 생기셨나요?"
"이 녀석이 또 아저씨라고 하네. 난 김대리라구 김대리 몇 번 말해야 알겠냐?" 짐짓 웃으면서 화를 내는 내게 마기는 또 이렇게 농을 건넨다.
"만년 대리 뭐가 자랑이라고 맨날 그 대리는 강조하세요?"
서로 씩 웃고 말지만 가슴 한편이 뜨끔한다. 만년대리라니.. 하긴 틀린말도 아니지 진급은 이대로라면 정년때까지도 못할 듯한 분이기니..
"야 장난치지 말고 전에 네가 팔고 간 이 스탠다드1 키보드 집에서는 쓰기 좋은데 사무실에서 업무용으로 쓰기엔 좀 불편하거든. 뭐 다른 좋은 키보드 없냐?"
이 녀석에게 이런 저런 키보드를 많이 구입했었기에 언제나 내게는 상세한 설명 시간을 할애하는 녀석이고 내 취향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기때문인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불쑥 마기가 꺼낸 단어는 그것이었다.
"아저씨에게는 와이즈가 어떨까 싶은데요?"
이 녀석이 또 아저씨라고 하네.. 라고 딴지를 걸까 하다가 슬며시 접고서 생각을 해본다.
'와이즈?? 첨 들어보는데..' 갑자기 아침에 싸우고 나온 와이프 생각이 불쑥 난다. 결혼 10년차.. 벌써 애도 셋이고 결혼하기 전에는 애교도 많고 싹싹하고 날씬하던 그녀. 지금은 세파에 찌들고 산후조리 실패로 뚱뚱해진 몸을 자랑하며 악다구니만 남은 집사람..
"와이즈? 마기 너 우리집 사람 본 적 있지? 와이프랑 발음이 비슷한데.. 니가 지금 내게 팔아먹을려고 하는 와이즈라는 키보드.. 그거 내 와이프처럼 뚱뚱하고 둔해보이는 그런 키보드아니냐?"
그러자 마기녀석 사무실에서 한참을 웃더니 옆구리에 끼고 있던 늘 들고다니는 업무용 파일을 펼쳐보인다.
"만년 대리 김대리님. 자 보세요. 그런 생각이나 하니까 맨날 대리인거라구요..하하하"
그러면서 마기가 보여준 사진은 와이즈라는 키보드의 옆구리 사진이었다.




"야아~~ 이거 측면 라인이 슬림하고 날렵해보이는 것이 아주 멋진데"
"그렇죠? 김대리님 맘에 쏙 드실 줄 알았다니까요. 그럼 하나 사시죠. 낼 갖다 드릴까요?"
"얘가 미쳤냐? 이 키보드가 얼마짜린줄 알고 덜컥 갖다준다고 그러냐. 와이프한테 소박맞을 일 있냐? 그런 소리 말고 설명이나 좀 더해보렴"
그러자 궁시렁 대면서 마기녀석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자 보세요 이 사진 보면 김대리님 좋아하는 하얀색 바디에 연한 회색과 진한 회색의 투톤 키캡이 적용되어있음을 알 수 있죠?"
"그래 이쁜 거 안다구.. 또 뭐 보여줄 거 없냐? 내 지갑을 열 결정적인 그런 거 보여줘야지..흐흐"
"알았다구요. 그럼 이 사진은 어때요? 김대리님 일자 엔터키 좋아하잖아요?"




" 그래 오 멋진데.. 짜식 이제 내가 좋아하는 건 다 꿰고 있네.. 근데 이 키보드는 키는 몇개 키며 윈도우 키는 있는거냐? 나 윈키 있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네 잘 알죠. 음.. 와이즈는 실제는 102키로 만들어져 있는데 LED우측에 있는 Select키는 매핑을 통해서 쓴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 위치가 멀리 있어서 그냥 장식품으로 둔다고 보면 실제는 101키라고 보면 되죠. 더불어 윈키 없으니 딱 좋네요. 김대리님 쓰시기에"
"호.. 그래 여러모로 맘에 드네.. 그럼 101키면 스페이스바하고 Alt키, Ctrl키 사이가 떨어져 있는 그런 디자인이겠네?"




"아! 그걸 말씀 안 드렸구나. 기존에 김대리님 많이 사가신 101키 키보드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Alt와 Ctrl사이가 많이 떨어져있는 형태를 취하고있죠. 근데 이 와이즈라는 녀석은 그렇지 않다구요. 컨트롤키를 길게 만들어서 그 빈공간을 다 채우고있죠. 그래서 꽉 찬 일체감을 주기 때문에 아주 멋지다구요. 어때요. 이제 진짜 맘에 들죠?"
"그러네.. 진짜 맘에 든다. 근데 이 사진들은 뭐냐?"
그러자 후다닥 사진을 감춰버리려는 마기녀석..
"어이 어이! 그 사진들 마저 보여주지 않으면 나 안산다."
그러자 마기녀석 마지못해 또 사진을 펼쳐보여준다. 그 사진은..




"어라.. 바디는 하얀편인데 여기 LED있는 곳은 왜 누렇냐?"
"아.. 그게요. -.- 와이즈는 다 좋은데 LED있는 부분의 프라스틱을 싼 걸 썼는지 금방 색이 노랗게 되버리더라구요. 바디도 좀 선탠에 약한 거 같구요. 그거 빼면 흠잡을 데 거의 없는 키보드죠."
"그럼 이건 뭐냐? LED가 깨진 거 같은데.."
"헉.. 눈도 예리하셔라.. 안경쓰고도 시력이 별로 좋지 않다고 궁시렁거리시면서 그런 건 잘도 봐요. 맞아요. CapsLock LED부분의 LED 가 좀 깨졌네요. 불 들어오는데는 지장없거든요. 에라 인심썼다.. 천원 깍아드릴게요"
"그래.. 짜식 천원이 뭐냐.. 만원쯤 깍아주지.. 그럼 이 방향키 사진이나 설명좀 해다오. 혼자만 노란색으로 좀 튀네"




"아! 그렇죠. 방향키.. 와이즈 키보드를 쉽게 분별할 수있는 특징이기도하구요. 포스터가 그렇죠. 3~4색 이상을 쓰면 안되는.. 키보드도 여러 칼라가 배합되면 좀 정신산만하고 그렇게 되는데.. 와이즈는 일단 흰색, 연한회색, 진한회색, LED의 연두색이라는 바로 눈에 보이는 네가지 칼라를 썼기 때문에 방향키에 적용된 이 노란색은 좀 정신산만해지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다른 키캡의 색상과 통일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고는 생각해요. 이 노란색때문에 와이즈의 전체적인 느낌이 좀 촐삭대는 분위기를 낸다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분들은 이 노란색 포인트를 참 좋아하더라구요. 김대리님은 어때요? 참 와이즈에서 OEM으로 만든듯한 키보드가 있는데 Link라고 그건 터미널용이지만 와이즈하고 동일한 디자인에 방향키도 통일된 색상을 쓰고 있죠 (http://www.kbdmania.net/board/view.php?id=photo&page=3&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092)"
"그래 니 말 들으니 이제 와이즈라는 녀석에 대해 좀 알겠구나. 그러면 낼 회사로 가져와볼래. 속도 좀 봐야지..ㅋㅋ"
"아..진짜 아저씨 너무해요. 그냥 사요. 또 속까지 열어서 설명해줘야되요? 이제 대충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등은 잘 아시잖아요?"
"야야야~~ 알긴 뭘 아냐. 난 아직도 키보드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겠구만. 하여튼 낼 가지고 오는 걸로 알고있을테니 낼 아침에 조기 보이는 휴게실에서 보자. 알았지?"
"네.."
입이 반쯤 튀어나와 사라지는 마기를 보면서 나는 얄팍해진 지갑사정이 걱정되고 마누라쟁이의 변치않는 잔소리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또 키보드요. 당신 정신이 있는거요. 없는거예요. 키보드가 밥 먹여주냐구요-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맘에 드는 키보드 사진을 본터라 모두 무시하는 마음이 더 앞서고 있었다.


다음날...

마기와의 아침 미팅을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나서는 나에게 역시나 마누라쟁이는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평소같으면 같이 한바탕하고 나왔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뚱뚱한 와이프대신 날씬한 와이즈를 볼 수 있으므로..^^
사무실에 일착으로 도착한 나는 자판기 커피 두잔을 뽑아들고 휴게실로 가서 잠시 앉아있었다.
곧 문을 빼꼼히 열며 마기가 들여다본다.
"여어~~ 마기 굿모닝!!"
"김대리님은 제가 반가운 게 아니라 새 키보드가 반가운거겠죠? ㅎㅎ"
마기는 웃으면서 박스를 하나 내려놓는다. 아마도 와이즈가 들어있겠지 싶어서 박스를 열며 녀석에게 묻는다.
"오늘은 왠일로 아저씨라고 안하냐? 이 안에 그거.. 들어있는거지?"
"네 맞아요. 열어보세요. 오늘은 고객님인데 아저씨라고 부를 수 있나요.. 김대리님!! ㅎㅎ"
녀석의 장난을 뒤로하고 박스에서 와이즈를 꺼내본다.
"야 마기야! 이거 실물이 더 장난아니게 멋진데.. 근데 이거 되게 무겁구나.."
"그럼요. 지금까지 제게 사가신 키보드중에 젤 무거운게 뭐였죠?"
"음.. 확장2 던가?"
"맞아요. 확장2가 1.6키로 정도인데 반해 와이즈는 1.7키로가 넘어간다구요. 수치적으로는 100그램 차이정도지만 그게 더해질때의 중량감차는 월등히 차이가나게 느껴지는거죠. 잘됐죠 뭐. 김대리님 맨날 키보드는 무거워야 돼.. 무거워야 돼.. 그러면서 주문이라도 외우듯 다니셨잖아요."
"하하 내가 그랬나.. 어쨌거나 이런 날렵한 외관에서 어떻게 이런 듬직한 무게가 나오는지 신기하네"
"그렇죠. 좋아하실줄 알았다니까.. 그럼 궁금해하시던 안을 좀 들여다볼까요?"
마기는 곧 옆에 매고 있던 가방안에서 십자 드라이버를 꺼내서 날씬한 와이즈를 뒤집더니 금새 나사를 풀기시작했다.
그러면서 중얼중얼 거리는 마기의 말들..
"와이즈는 나사가 여섯개네요. 요즘 갖다드린 키보드들은 두개나 세개정도의 나사로 하우징이 결합되는데 와이즈는 여섯군데의 결합을 하고 있으니 하우징 결솔력이 단단할 것이고 흔들림 없이 좋은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하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럼요. 자 이제 나사를 다 풀었으니 속을 들여다볼까요.. 이렇게 기판등의 내부를 드러내면 하우징만 남죠. 보세요. 하우징안에 빈공간이 거의 없죠. 이것이 바로 와이즈의 날렵함의 비밀이죠. 속을 꽉 채운 실속파 키보드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와이즈 키보드의 최대 강점인 '통울림 없음'이 생겨나는 거구요. 전에 체리 키보드 통울림 없앤다고 스티로폼까시고 난리 치셨잖아요..ㅎㅎ"
"야! 난리까지는 아니다.. 내가 좀 손재주가 둔해서 엉망이긴 하지만 효과는 있었다구..."
"그러니까 이런 슬림한 와이즈의 하우징이 얼마나 좋은건지 아시겠죠?"
"그래 알았으니까 다른 부분도 좀 보여주라."
"네.. 그럼 여기보면 하우징 결합 나사가 체결되는 부분 보이시죠. 보면 금속소켓으로 되어있는 걸 알 수가 있죠. 김대리님 디카있으시잖아요. 디카 살때 리뷰등에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는데 뭔줄 아세요?"




"아니.. 모르겠는데.."
"그게 바로 삼각대와 연결되는 디지털카메라의 소켓에 대한 언급입니다. 금속으로 소켓이 되어있으면 좋다고 디카 리뷰에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온다구요. 잘 좀 보세요..ㅎㅎ 와이즈도 나사체결부분이 금속소켓으로 되어있어서 이 키보드가 얼마나 속까지 멋진녀석인지 알 수가 있다구요. 저도 많은 키보드 팔아왔지만 나사체결부분이 금속소켓으로 되어있는 키보드는 이게 두번째거든요"
"그래 니 설명을 듣고나니 진짜 좋아보이네..그럼 그 중량감은 비밀은 뭐지..?"




"그건 바로 이 보강판에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툼한 질감의 보강판에 절곡된 부분도 보이구요. 특히나 와이즈의 보강판은 애플 키보드의 보강판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넉대 정도의 와이즈 키보드를 만져봤는데 14년이나 나이먹은 이 녀석을 포함하여 모두들 녹이 스는 것을 거의 확인하지 못했거든요. 김대리님 보강판 녹슨 거 갖다드리면 막 인상쓰고 화내고 그랬잖아요. "
"내가 언제 그랬냐..."
" ^^ 거봐요 말꼬리 흐리는 거.. 여하튼 와이즈의 보강판은 도색 퀄리티 또한 우수함을 알 수 있구요. 기판은 또 얼마나 튼튼한데요. 제가 이 기판에 세번이나 납땜을 했다가 풀었다가 다시 하고 그랬지만 동박 품질도 우수하고 얼마나 튼튼한지 몰라요. 같은 체리 스위치 쓴다고 체리의 기판과 비교하시면 안되옵니다..ㅎㅎ"
"그래 맞다. 체리 제조 기판은 왜 그렇게 종이장 같은지 모르겠더라.. 뭐 하면 불안하고.."
"그렇죠. 더군다나 와이즈는 마감으로 기판면을 보호하기 위해 두툼한 종이보호막도 있구요. 스위치를 분리해냈을 때 보강판과 기판이 따로 도망다니지 않도록 결속도 되어있거든요. 김대리님 다른 작업해보실 때라도 이렇게 되어있음 무척 좋을거예요"
"그래.. 맞다 보강판과 기판이 스위치 분리 후에도 붙어있으면 교체 작업시 편하지.."
이정도면 속을 어느정도 들여다봤다고 생각한 나는 녀석에게 일전에 구입했던 키캡 리무버로 키캡을 하나 뽑아보았다.




"어.. 마기야! 이거 이색사출이네?"
"맞아요. 와이즈는 이색사출이죠. 제가 싫어하는 노란색 방향키마저도..^^; 언뜻보면 체리 스위치를 사용했다는 것에서 오는 생각때문에 폰트가 굵고 좀 날렵한 것과는 거리가 먼 체리의 이색사출을 생각하게되고 그래서 와이즈는 이색사출키캡이 아닐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와이즈는 짙은 남색의 폰트를 채용하고 있고, 폰트의 경계면이 아주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키캡 퀄리티가 아주 좋답니다. 다만 키캡색상이 좀 진한편이라서 폰트의 느낌이 확 살아나지 않고있구요. 그래서 그런지 굳이 비싼 이색사출 키캡을 써야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차피 선명하게 잘 안보일거면 제조 단가도 낮추고 그냥 레이저도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기도하구요. 그래도 키캡표면이 까슬까슬한 것이 이색사출키캡의 전형적인 번들거림현상이 오려면 좀 오래걸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여기 니가 가지고 다니는 사진든 책자에 보니까 와이즈는 체리 흑축 리니어라고 써있는데 이 녀석은 왜 스위치가 흰색이지?"
"그거는 김대리님 드릴려고 제가 구형백축으로 바꾼거예요. 전에 1800pos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아마 그게 구형백축 스위치가 탑재되어있기 때문에 좋아하시는게 아닐까 싶어서 바꿨답니다. 써보시면 맘에 드실거예요. 사실 원래 이 키보드는 구매하시기로 한 분이 계셨었는데 스프링을 청축 클릭의 스프링으로 교체해달라고 부탁하셔서 그렇게 했었는데 구매를 하지 않으셔서 다시 백축 스프링을 구해서 원상복구한겁니다."
"그래, 구형백축 좋더라.. 마기 너 고생 많이 했네. 스위치 바꿨다가 스프링 바꿨다가, 또 스프링 바꾸고.. 여하튼 덕분에 내가 아주 잘 쓰겠구나"
"잘 써주시면 저야 고맙죠"
"그래 이제 어느정도는 와이즈라는 키보드에 대해서 감이 오는구나. 짜식, 그동안 이렇게 멋진 키보드를 왜 안 갖다준거냐?"
"그야 비싸니까... 비싼거 들고오면 뭐라 그러시잖아요"
"아니다. 이렇게 멋진 키보드라면 빚을 내서라도 사야지. 앞으로도 이렇게 멋진 녀석이 생기면 제까닥 내게 들고오기다. 알았지?"
"아이고.. 그러다 사모님에게 쫒겨나실려구요. 키보드도 좋지만 주머니 사정도 생각좀 하세요. 이제."
"안 그래도 걱정이다. 키보드 들고가면 구박이 이만저만 아닐텐데... 어쩌나.."
"뭐 밤에 몰래 들고가시죠. 전에 쓰시던거 몰래 치워놓고 이걸로 바꿔놓은다음.. 걸리면 이렇게 말하세요. 키보드가 다 비슷비슷한데 당신이 헷갈리나 보네. 전부터 있던거 맞아. 이렇게 말하면 통과하지 않을까요? ㅎㅎ"
"에라이.. 아무렴 그게 통할려구..^^ 여하튼 좋은 키보드 고맙다. 마기야 근데 전에 1800청축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살림살이가 힘들다. 담에는 좀 저렴한 걸로 들고와보렴"
"넵 알겠습니다. 그럼 키보드 잘 쓰시구요. 문제 생기면 전화주시구요. 전 이만 가볼께요. 아저씨"
"어라.. 또 아저씨라네. 아까까진 김대리님이라고 잘도 부르더만.."
"^^ 키보드 팔았으니 뭐 이제 아저씨죠..뭐..ㅋㅋ"
"그래 아저씨든 김대리든 다 좋다. 키보드만 좋은걸로 갖다다오. 참.. 근데 너는 이런 거 어디서 다 알았니?"
"아 그거는 우리 영업부 고참 중에 식섭이님이라고 있는데 그분이 쓰신 글 보고 배웠어요.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user_review&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와이즈&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90)
그럼 마기는 진짜로 갑니다."
마기가 사라지고 난 뒤 난 와이즈 구형백축 키보드를 내 컴퓨터에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다.
워드프로그램을 띄우고 나는 편지를 한통 쓰기 시작했다.
십여년만에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너무나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는구려..
그동안 능력도 없는 나같은 놈 만나서 애들 키우며 고생만 참 많이했소.
----
중략..
----
그런데 내가 긴히 할 말이 하나있구려. 사실은 내가 키보드를 하나 샀는데.. 이번달 용돈을 전부 써버렸소.
진짜로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그래서 말인데.. 용돈 좀 가불해주구려..
2006년 4월 7일 그대의 겂없는 남편으로부터.


나머지는 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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