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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장필순 - [Soony Eight : 소길花]

빨간부엉이 2018. 9. 15. 09:21

장필순 - [소길花]

2018 / 푸른곰팡이 


List

01. 아침을 맞으러
02. 그림
03. 저녁 바다
04. 그런 날에는
05. 사랑, 아무것도 아닌 얘기
06. 낡은 앞치마
07. 외로워 
08. 집 
09. 고사리 장마
10. 그림자 춤 
11. 아름다운 이름
12. 그래도 Merry Christmas


14시간을 빗속을 뚫고 남부를 가로지르며 다녀온 밤, 그래도 내일은 휴일이라고 새벽녘에야 잠을 청했다.
몇 시간 자지 못했는데 잘못 걸려온 전화에 이른 기상을 해야했고, 아침 커피 한 잔에 장필순의 8번째 앨범 <소길花>를 플레이어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문득 낯선 소음이 시작된다. 디지털 노이즈처럼... 그 사운드가 불현듯 과거 장필순의 음악들을 뇌리로 끌어오면서 지워진 메모리가 새로 로딩되는 기분이랄까..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어온다. 그렇게 12개의 트랙은 소음처럼, 배경처럼 도포된 전자음의 소리속에서 공간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샤우팅 같은 건 없다. 기억과 추모와 내밀한 감정들만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 바람과 풍경과 비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가? 그건 앨범을 마주하는 내 몫이겠지. 잘 알려진 조동진의 곡들, 하나음악의 노래들을 들으며 살아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려지는 그들 공동체의 운명이 추억으로 소환되는 노래와 이야기 안에서 내 감각은 눈물로 화답한다. 뿌여지는 눈시울과 디지털 소음처럼 귀를 맴도는 프로그래밍 사운드들이 섞일데 없이 흩날리며 마음이란건 도대체 어디 붙들어 매어 둘 수 없는 그저 그런 무無와 같은 무엇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언제나 다음을 기약한다. 우린 내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장필순의 다음 이야기란걸 마주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이야기가 세상에 존재해도 그걸 들어줄 내가 없을 수 있으며, 들을 귀를 가진 내가 존재해도 이야기는 없을 수 있다.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다는 건 어쩌면 서글픔일 수 있지만 모르는 내일이란건 기대의 다른 이름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픔을 너무 오래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문득 음반 얘기는 없이 정처 없게 사고思考를 나열한다. 하루의 이른 시간이란건 그런 것일 수도..내 블로그 즐겨찾기에 저장되어 있는 애플 관련 비밀스럽던 홈페이지 FATMAC처럼 언젠가는 하나둘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세상에 어쩌면 바퀴벌레 뿐이려나.

덧: 펀딩을 통해 판매된 싸인반을 선물로 보내주신 응한님께 언제나 고마움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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