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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미곡'이라고 부르는 미곡창고 개조한 서천 장항읍의 문화예술 창작공간

 

장항 예술시장이라고 올 해 네 번 계획된 행사의 일환으로 공연이나 프리마켓등의 일정이 종일 진행된 모양인데... 몰라서 너무 늦게 가서 아쉬움.

도착했을 때 4시 순서인 2인조 밴드 'Y2Y' 팀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커버곡으로 부를 때 찍은 듯함.

5시 '콩코드'의 공연 시작전에 오지호 님이 나와서 기타 튜닝 중인 모습을 한 장 찍어봄

'콩코드'의 공연 중 모습

공연을 모두 마치고 무대 인사 할 때

나의 못생긴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지만 오지호님이 사진 한 장 찍어야 한다고 하셔서 같이 한 장 남김..ㅋ

공연 마치고 나오다가 공연장 바로 앞의 항구 잠깐 구경~

돌아오는 길에 읍내를 통과하다 문득 '예소 아카이브' 라는 조그만 전시공간을 발견해서 차를 세우고 들어가 봄.
70년대 초 숙이라 부르는 아내가 당시 사귀던 환이라는 남편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스크랩북 형태로 만들어 보관하던 것에서 발췌하여 전시 진행 중이었는데 옛날 연애편지 보는 즐거움이 괜찮았던 전시. 
서천 가신다면 꼭 들러서 관람하시길~

읍내를 통과해서 나오다가 방송에서 봤던 굴뚝빵을 파는 카페를 발견 - '따땃'이라는 상호였는데- 해서 차를 세우고 굴뚝빵 하나를 샀다. 10여 분에 걸쳐 바로 구워줘서 따뜻한 빵을 먹는 즐거움과 생크림에 찍어 먹는 빵맛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사진 생각을 안 하고 먹어버린 탓에 증거(?) 사진은 없음~

 

아래는 공연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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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6월 24일) 오후에 서천군 장항읍에 있는 <스페이스 미곡>이라 부르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 열린 밴드 '콩코드'의 공연에 다녀왔다. 
주최 측에서는 <스페이스 미곡>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계시지만 검색하면 안 나온다. 아직 홍보가 부족한듯하다. 

공연이 다섯 시라 어찌어찌 오다 보니 4시 15분쯤 된 거 같은데..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노랫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오늘 공간 사용 리스트를 보니 종일 뭔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걸 몰라서 너무 늦게 온 것이었고, '빨리 올 걸' 하는 급 후회가 밀려옴.

옛날 장항읍의 항구에 있던 미곡창고를 개조한 공간 <스페이스 미곡> 안에서 4시부터 'Y2Y'라는 여성 보컬과 남성 키보드 듀오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들어갔을 때 보컬분께서 이소라의 노래를 열창하고 계셨다. 공간이 트인 공간이고 좌석도 몇 개 안 되는 곳이어서 음향적인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소리의 벙벙 거리는 울림도 없고, 보컬의 가사 전달력도 좋아서 꽤 만족스러웠다. 이것은 5시에 진행된 '콩코드'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단단한 드럼소리와 악기 간 소리의 퍼짐과 충돌이 없는 좋은 사운드는 공연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이런저런 공연장에서 이런 소리 듣기도 쉽지 않거니와  록 공연에서 모든 소리들이 퍼짐 없이 내 귀에 전달되는 음향이라니.. 만족 만족!! 오픈 공간이지만 음향 콘솔이 있고 음향 감독님도 계시던데 공간 설계부터 꽤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Y2Y'로 돌아와 보자면 들어갔을 때 이소라의 노래를 한 곡 하고 계셨는데 어찌나 열창을 하고, 노래도 잘하시는지 감탄하면서 들었다. 이후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불렀고, 앵콜곡으로 엑소와 샤이니의 노래를 겹쳐서 불러줬는데, 확실히 요즘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새삼 감탄했던 것 같다. 아쉬운 건 아직 본인들이 노래가 없는지 커버곡만 했다는 것인데, 빨리 자신들의 곡도 만들고 음반도 내고 하길 바래봤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녹음해 봤으니 들어보시길~)

잠시 기다림의 시간 후에 '콩코드'가 소개되었고 페북에서 자주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오지호씨를 필두로 음반 [초음속 여객기]의 공연을 위해 결성된 '밴드 콩코드'의 연주자 분들이 등장하셔서 음반의 첫 곡 '무지개꽃 피어있네'를 필두로 앨범에 있는 곡들을 연주하고 노래했고, 중간중간 오지호 님의 개그와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커버 연주를 들려줬고, 앵콜곡으로 산울림의 '회상+개구쟁이'를 들려줬다. 

사운드가 좋다는 건 앞에 언급했었지만 좋은 공연이 좋은 사운드가 기본이 되어야 함을 여실히 느낀 시간이었고, 기타 연주가 출중한 줄 알았지만 직접 보니 기타리스트 오지호라는 인물의 진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과하지 않은 무대 매너와 재즈 기타로 다져진 속주와 핑거링의 정확성등은 적확한 시간과 사운드로 하나의 곡을 조율하고 펼쳐내는 연주자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고 생각된다. 거기에 어쩐지 동네 아저씨들을 모아 모아 결성한 듯한 밴드의 첫인상과 달리 연주하는 내내 미소 지으며 연주하시던 드러머 김정훈 님의 멋진 인상을 잊을 수 없다. 손은 눈보다 빠름을 직접 보여주신 뭔가 듬직한 풍채의 퍼지톤 사운드가 일품이었던 키보드를 연주해 주신 김재형 님과, 연주 내내 베이스의 멋진 존재감을 보여주신 박정현 님 모두가 하나의 밴드로서 이상적인 연주와 합이 어떤 건지를 보여준 짧지만 좋은 공연이 아니었던가 싶다. 
영상을 녹음하지 못했지만 엔딩곡인 '정말 모르겠네'를 시작으로 이어진 잼세션 스타일의 폭발할 듯한 후반부 연주는 이 날 공연의 백미였고, 많지 않은 관객을 들뜨고 흥분시킨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콩코드'는 음반 [초음속 여객기]로 2023년 한국 대중음악상 록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무척 위대한 사건이지만 그 시간의 유효성은 짧고, 대중에게 상의 수상 여부는 어쩌면 중요치 않다. 수상 이전과 이후로 '콩코드'가 가지는 작은 무대들의 연속성은 현재 한국 음악씬에서 록의 위치가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에 본 30년이 넘은 밴드 '블랙홀'의 공연에 100명 남짓한 사람이 모이고 '콩코드'의 공연에 지방 소읍임을 감안하더라도 겨우 20여 명의 관객만이 자리하는 공연이라는 것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음악인은 나아가야 하고 밴드는 아무리 작은 무대라도 공연을 이어가야 한다. 그것이 음악인의 숙명이고 업보가 아니겠는가. 
이 날 비록 관중은 적었지만 호응도는 좋았고, 같이 간 색시는 고함을 질러가며 뛰면서 흥겹게 공연을 즐겼고, 기타리스트 기타 너무 잘 친다고 감탄하면서 오늘부터 '콩코드'에 입덕할 것 같다고 했다. 나아감은 작지만 팬을 늘려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적은 수의 무대였지만 공연자들이 즐거워 한 모습이 좋았고, 그 모습에 감동하는 관객의 열정이 숫자가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나는 그래도 한국 대중음악상 록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팀의 공연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하는 어두운 마음을 지니지만 내가 아는 연주자 오지호 님은 아마 단 한 명의 관객이 왔더라도 여전히 미소 지으며 최고의 연주와 자신이 가진 최고의 열정으로 노래를 불러줬을 사람이란 걸 안다. 나는 안타까웠지만 내가 오지호 님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이 그런 마음이란 걸 다시금 알고 간다는 것이 적어도 내게 중요함을 깨닫는다. 

많은 팬덤은 의식을 제한한다. 창작자가 다수의 팬들이 바라는 뜻에 부합하는 곡을 쓰기 시작하면 퇴보와 망함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독단적인 곡의 생산도 무섭지만 의식을 자기 검열하는 창작자는 더 위험하다. 오지호 님이 차츰차츰 늘어나는 팬들과 함께 성장하길 기원해 본다. 무너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아 좋은 음악을 들려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콩코드'의 2집이 나와서 공연이 1시간 반은 지속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길 희망한다.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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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좋은 소리와 별개로 폰으로 녹음한 영상 사운드는 별로 안좋게 들림..ㅠ
기회 되신다면 공연장을 방문해서 멋진 소리를 직접 감상 하시길~~

Y2Y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무지개꽃 피어있네'

 

'미워요'

 

'바람 불어오면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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