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Book

「복수는 나의 것」

빨간부엉이 2017. 1. 7. 17:27

 

 

「복수는 나의 것」


지은이 : 사키 류조
옮긴이 : 김경남
펴낸곳 : 모비딕
분량 : 478쪽
1판 1쇄본 (2016년 11월 1일) 읽음

 

60년대라면 일본이나 우리 모두에게 전후의 시대이고, 일본은 새로운 기지개를 켜던 시대일 것이다. 그 기지개의 기반이 한국전쟁이었다는 건 주지할 역사지만 그건 우리의 문제고, 오늘자 책 「복수는 나의 것」 은 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성장과 움틈의 새싹을 돋우던 일본의 전쟁 후 부흥 시대에 마주친 불안한 자의식을 돌아보게 하는 시대적 불행에 대한 기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니시구치 아키라라는 실존 살인마의 행적을 다루고 있는 소설 「복수는 나의 것」 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타주 형태의 기록에 가깝다. 대화나 문장보다는 사건의 기록과 서술, 관계자의 대담을 싣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로 접근하면 읽기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되버린다. 450페이지 남짓의 책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던 걸 보면 끊기는 흐름의 시간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싶다.


범죄가 너무나 만연하고 흉악한 사건과 사고의 소식에 무방비로 노출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대의 살인마로 불리워진 니시구치 아키라의 살인과 사기 행각은 어쩌면 생각보다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정말 무서운 것은 '시시함' 에 방점을 찍어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우리의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하는 폭력과 광기의 무서움을 역설적으로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진다. 「복수는 나의 것」은 읽어 내기도 수월치 않고 자극적인 무언가를 기대하고 읽는 이에게 시시함과 따분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 그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여 마주하게 되는 우리들 시대의 2017년 자화상을 생각해 볼 때 '복수'와 '나의 것'이 주는 섬뜩함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 그 무게감이 실로 아찔하다.


76년의 작품을 40년이 지난 번역본으로 마주하는 일은 신식 소설을 접하는 듯 하지만 본질은 낡디 낡은 과거에 있슴을 발견하는 낯섦에 가깝다. 그 어색함을 깨뜨릴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힘겨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시대상과 사회상, 뿌리내린 전후의 공포와 상실된 자아와 번영을 맞이하려는 시기의 부조화등을 텍스트 삼아 접근해본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는 충분할 것도 같다.


작품이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기도 했다는 것은 시대의 살인마 이야기에 일본이 가졌던 관심과 우려의 또 다른 얼굴을 들여다 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 관심과 우려가 지금 나에게... 또는 우리에게 묻는 질문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도 아닌」  (0) 2017.02.19
「익숙한 새벽 세시」  (4) 2017.01.19
「핑거스미스」  (4) 2016.12.04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0) 2016.12.02
「왕과 서커스」  (0) 2016.08.15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