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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익숙한 새벽 세시」

빨간부엉이 2017. 1. 19. 22:16

 

「익숙한 새벽 세시」

지은이 : 오지은
펴낸곳 : 이 봄
분  량 : 263쪽
초판 7쇄 발행본 (2016년 8월 3일) 읽음

 

애정하는 가수는 어쩌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그 많지 않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지은을 정의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라고 끝도 없이 얘기하겠지만 행보는 꽤나 당차게 디뎌왔다. 첫 음반부터 말도 많았던 2집, 세 번째의 우울함, 늑대들과의 협연이 보여주었던 실망감.. 최근 서영호와의 꽤나 괜찮은 고민의 결과를 들려 주었던 합작 앨범까지. 가수로서 뮤지션으로서 오지은은 여전히 맘 속에 갈망할만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꽤 많은 일본 만화들의 번역가 이름에서 오지은의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다. 번역이 직역이 아니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의 문학적 소양은 어찌보면 꽤 대단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 짐작은 그녀의 글에서 쉽게 증명이 되곤 한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카페에서 그녀가 연재하는 편지글의 뛰어남과 독특한 어투와 문체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오지은의 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거라 단언해본다.


그래서, 이제는 그녀를 작가라고 불러도 좋을까... 물론 그녀는 여전히 손사래를 칠 것이다. 속으로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 부담감으로 또 고통속의 밤을 보낼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음악인들이 내는 책이란게 뭐 그렇지' 라는 선입견을 꽤 가지고 있는 편이다. 실재로 음악이 좋아서 그 사람이 낸 책도 많이 봐왔지만 대부분 실망해왔기에 그런 맘을 지니게 된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하였기에 오지은의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 를 선택하는것도 많이 망설이게 됐었는데 위에 언급했듯이 문학동네 카페의 편지글에서 그녀의 글솜씨에 반해 버려서 더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하게 된 책 「익숙한 새벽 세시」


이 책은 대부분 오지은 내면의 고민과 궁시렁거림과 징징대는 소리들의 무한 반복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그따위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어? 라고 말하실 거 같아 부연 설명하자면 그 고민과 징징거림의 모든 것들이 재미를 잃어버리고,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감각이 무뎌지고,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구름처럼 무미건조한 날을 보내고 있는 30대, 40대.. 또는 그 이후의 세대를 아우른 모두의 맘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고민과 같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뒷편에 다른 작가나 유명인들의 도움글(?) 같은게 박혀있는데, 거기 어느 작가가 '자기가 쓴 일기인줄 알고 여러 번 놀랐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 맘이 딱 그러하였다.
맘을 들키고 생각을 공유하여 세상에 내놓은 오지은의 산문은 그래서 가치있게 읽힌다. 먼 데 있는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이 바닥에서 이 진창에서 같이 구르고 부데끼는 삶을 영위하는 동료로서의 고백이기에.


새벽은 창작하는 이에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정시 출근을 해야함이 없는 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했던 새벽 시간. 지금은 멀리 있지만 또 언젠가 익숙해질 시간. 그 시간을 불쑥 맞이한다면 그녀의 고민을, 나의 우울을, 당신의 걱정을 함께 섞어서 마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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