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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이상은 14 - [We are made of Stardust]

빨간부엉이 2010. 4. 9. 10:05


이상은 14 - We are made of Stardust
2010 / sony music

이상은이 그녀의 14번째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14장의 앨범중에 1장을 제외하곤 다 가지고 있었거나 들어봤기에 음악적 변화의 폭에 대해 새 앨범이 나올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음반의 구입을 위한 웹 사이트의 짤막한 해설을 보고 구입을 망설였으나 역시 들어보지 않을 수 없는 관심권의 뮤지션이기에 음반을 구입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사운드는 이상은표의 음악이라고 말하기에 너무 낯설다.
전성기 (3~7집)의 음반 이후 이상은의 음악은 공격을 많이 받았다. 자의식이 너무 강하다라던가, 알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나르시시즘의 환자라던가, 동어반복의 월드뮤직적 사운드의 재탕이라던가...
이상은의 팬인 나로서도 그런 공격적 언사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의 견해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 역시 그런 세평을 의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계속 반복되는 자신의 소리에 대한 스스로의 창조적 염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다고 항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경향이라고 할 것도 없이 패션계는 5~60년대 빈티지 의상과 소품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현대적인 소재들과 믹스매치를 통해 신상품과 신조류를 형성해간다. 시간이 흐르면 더 과거와의 융합을 선택하거나 좀 더 근대의 시간대를 선택함이 다를뿐 창조는 모방과 첨가의 다른 이름일 뿐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곧 인류의 창조적 감각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슴을 의미함일 수도 있고, 섞음과 엮임을 통해 무한 창조의 가능성을 열고 있슴을 의미함일 수도 있다. 오로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음악적 조류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은 없다. 대중음악이 끊임없이 과거를 향수하며 60년대 말과 70년대 황금기 음악의 영향아래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유롭지 못한것이 음악적 조류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일렉트로닉이나 앰비언트, 테크노적인 사운드들이 이미 과거에 시험을 마쳤고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도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있다.
한국이라는 편협한 음반시장에서 가장 마이너한 청자층을 가지고 있을 이런 일렉트로닉 계열의 소비층을 공략하자고 설마 이상은이 14번째 음반을 그런 사운드로 채웠을 것인가는 사실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진보나 변화의 방향이라면 개인적으론 사양하고픈 마음이 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결과물은 나와있고 한 뮤지션의 음악세계를 뉘라서 완벽히 이해할 것인가. 다만 자본의 논리가, 시장의 손길이 각 개인 청자의 주머니가 그것을 향하여 열리지 않는다면 이상은의 음악은 점점 더 외면받고 고립될 것이 아쉬울 뿐이다.

리얼이 대세인 시대여서가 아니라 음악은 진정 리얼함을 무기로 삼아야한다고 늘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지는 음악적 결과물들을 등한시하거나 외면해 왔던 게 사실이다. 뭐 어쩌겠는가.. 그것은 내 취향인걸.
이상은의 14번째 음반은 컴퓨터를 통해 믹스된 사운드로 채워져있다. 간간히 음악적 동반자인 하지무 다케다의 기타 소리가 들어간 곡들이 있지만 메인 사운드는 믹스된 기계적 소리들이다. 가사들또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단절되어있고, 흩어져있다. 세계를 돌아다녔을 그녀의 눈을 통해 기억에 각인된 이미지들이 단어로 치환되어 나열된 곡의 가사들은 그래서 회화적으로 느껴진다. 2집 이후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한 영향탓인지 몰라도 이상은은 이번 앨범에서 가사를 통해, 꼴라쥬된 회화적 이미지의 단어들을 통해 음반의 소리들 만큼이나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각각의 곡들이 오브제로 환원되어 하나의 틀을 형성한다면 그걸 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그녀는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이번 앨범이 만들어낸 숲을 볼 수 있는 눈과 귀가 아직 내게 허락되지 않은 만큼 나는 비웃음의 대상이어도 좋다.
다만 마음껏 날 비웃고 다음 앨범에선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할 훌륭한 소리를, 영혼적 성찰을 기대할 뿐이다.
이상은이라는 음악인에게 적어도 이제 그런 기대 정도를 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List

1. Something in the air
2. Positiva
3. Bliss
4. Stardust
5. 섬
6. Wild things
7. Cosmic Nomad
8. 오늘도 크리스마스
9. 모나스트리
10. The Box
11. Magic Lake
12. Invisible War


@한곡듣기는 음반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이니 음반구입 후 전체 감상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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