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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stom Keyboard(s)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몇가지 생각들




## 사람은...

지난 몇 년간 형태는 비슷해보이지만 나름 다양한 종류의 세이버 (그것이 텐키레스이든 세이버든 용어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다만 키보드 동호회 내에서 '세이버' 라는 명칭이 더 애용되고 있기에 세이버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듯 하다) 들이 제작되었다.
그것들은 분명 다수를 위해 제작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와 실패와 작은 성공들이 녹아있슴을 우리는 알고있다.
일반 사용자의 한 사람인 나는 그 지난한 발걸음에 대해 남들이 아는 만큼의 것들을 알고있고, 들어왔기에 그것들에 대해 무어라 얘기할 자신이 없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 지닌 그 내면적 가치의 원론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다수의 사용자를 위해 수고하는 누군가의 발걸음을 나는 오늘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의도보다 더 걸어야 할 때가 있다."
핵심과 본질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구를 진행하고 공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물론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상의 공간에서 무슨 명예를 얻을 것이며 이름을 남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키보드라는 물질 하나를 두고 어떤 이들은 손해와 고생스런 시간에 대한 기억을 남기며 다수를 위해 걸어왔다.
자신의 의도가 그러하였든 그러하지 않았던간에 그 소수의 그들은 누군가를 위해 걸어왔다.
물론 때론 기어가기도 했고, 뛰어가기도 했다.
거기에서 남겨진 결과물을 나는... 우리는 취해왔다.



언어를 빌어 시간을 사유하는 일은 왜곡과 합리화의 다른 말일 수도 있다. 지난 몇 년을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변질되고 뒤섞인 시간의 조각들을 일렬로 세우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일렬로 세웠다고 생각하지만 뒤섞이고 뒤집어지고 빠져버렸다는 것을 지금의 내가, 지금의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뒤섞인 비선형의 시간틀 위에서 시간을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을 남기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다.
사람이 기억을 왜곡하고 소수의 사람들이 걸었던 힘겨운 과정들을 모두 잊는다 해도 우리가 취해온 결과물은 남아있다.
진정 그 결과물이 중요한 것일까..
그 과정은 누가 기억해야 하며 누가 남겨야 하는 것일까.. 또는 정말로 기억해야 하거나 정말로 남기는 것이 옳은 것일까 또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제작자라 불리워 마땅한 적은 수의 어떤 이들은 결과물만을 기억해주길 바랄지도 모를일이다.
그것은 어쩌면 등을 보여선 안된다는 강박관념의 발로일 수도 있겠지.
등을 보이는 것은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고, 약육강식의 현대 사회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곧 죽음 (그것이 사전적 의미의 죽음이 아닐지라도) 을 의미할 수도 있기에 과정을 이야기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무방비의 등을 보여준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인간은 약점을 보일 때 더 인간적으로 보이며 그렇기에 스스로 약점을 보일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그 방법이란 '등이 보이는 뒷길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중에서 chapter7의 소제목)' 위에 올라서서 길을 나서는 것이리라.
등이 보이는 뒷길로 당당히 걸어갈 것인가, 정면만을 보이며 평생 뒷걸음질로 앞을 향할 것인가...
그 선택은 누구나의 몫이다. 시간을 정당하게 사유할 수 없듯이 선택 또한 어떤 경우에도 정당할 수 없다.
선택은 사전적 의미에서 '좋음' 으로 쓰이는 오른쪽과 '나쁨' 으로 쓰이는 왼쪽의 이분법이 아니리라. <메리 포핀스>에서 침대의 오른쪽으로 내려왔든 왼쪽으로 내려왔든 오늘은 '나쁨' 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옳고 그름은 정해진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선택의 무한한 연속이라고 누군가 정의했듯이 오늘의 어떤 선택들이 내일의 시간을 정의할 것이고, 내일의 사유를 예언할지도 모를일이다.
키보드를 남기는 일이든 그 남겨진 키보드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든... 언제나 선택은 복잡하고 유기적인 시간틀 위에 남겨진다.




사람은 매우 계산적이지만 그 산술의 복잡함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사람들 사이의 얾힘의 시간이 빚어낸 '정情' 이라고 생각한다.
동호회라는 비물질의 공간이 존재하고 유지되는 힘을 나는 사람들 사이의 정에서 읽어낸다.
키보드란 무엇인가?
그저 하나의 사물일 뿐이고, 그 사물에 쏟아내던 관심과 열정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지기 마련이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그 이후의 관계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없는 키보드란 없다.
바꿔말하면 키보드는 변치 않는다. 그 사물을 둘러싸고 공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변할 뿐임을 생각해본다면 고통스럽게 자신의 시간과 금전적 손해등을 개의치 않고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고 제공하거나 키보드를 둘러싼 아이템들을 구입해와 수요를 만족시켜주는 사람들의 행보, 그 이면에 정이라는 무언가가 없다면 모든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경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삶의 통속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때가 있다.
경제 원리에 '공짜 점심은 없다' 라는 말이 있고, 'No Pain, No Gain' 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사 이치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어야 함이 정답일지 모른다.
그 원론적인 말들은 이곳에 속해있는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정답의 진실을 무너뜨리는 사람간의 정이라는 힘은, 투자와 실패 그리고 결과 또 그리고 경험과 내공의 축적에 따른 모든 것이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것을 아낌없이 내어놓게도 만든다.
먼 훗날 키보드를 둘러싸고 벌였던 무수한 시간의 도착점에 남은것은 빈손일지 모르지만, 텅 빈 손 안의 공간을 채웠던 시간의 기억과 정든 이들에 대한 추억은 유일하게 남은 결과이자 소화된 점심일 것이다.



무척이나 정에 약하고 정에 목마른 나는 그래서 이곳이 좋고 사람들이 좋은가 보다.
사람들 사이의 정이란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금나라 시대의 원호문은 이렇게 묻는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라고..
30대 이상이라면 학창시절에 한두번쯤을 모두 읽어봤을 김용선생의 <소설 영웅문> 시리즈중에서 2부에 해당하는 '영웅의 별' (과거 고려원출판사의 판본은 그런 식으로 제목이 붙었었고, 정식 제목은 <신조협려>다) 에 등장하는 싯귀이므로 대부분 익숙하겠지만 오랜 추억을 곱씹으며 다시금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천지간을 나는 두 마리 새야.
너희들은 얼마나 많은 여름과 겨울을 함께 맞이했는가?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가운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여인이 있어.
임께서 응답해 주셔야지, 아득한 만리에 구름 가득하고,
온 산에 저녁 눈 내릴 때,
한 마리 외로운 새가 누구를 찾아 날아갈지를...

분수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는구나.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네.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정이있든 없든 그래도 시간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들고 나고, 키보드는 남거나 부서진다. 또는 다시 태어난다.
정은 시간과 관계가 남긴 위대한 산물이지만 사람만큼 중요하진 않다.
키보드는 우리 관계의 시원이지만 범람은 정이 될 것이다. 관계가 될 것이고, 엮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믿음이 사라져가는 시대
신뢰가 바닥을 기는 비통의 시대
서로의 상처가 내 마음의 희열이 되는 시대
편가르기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매장시키는 시대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라고 노래하는 대중가요의 통속성이 화두가 되는 가벼움의 시대
그 시대의 한 가운데 서서 진실이 무엇인지 가슴 시리게 고민해야하는 것이 사람이다.

중국 시인 백낙천의 싯귀가 이 쓰라리게 가슴아픈 시절의 처방이 될 것인가..

심양강 저문 날에 나그네를 전송할 새
단풍잎 갈대꽃이 소슬대는 가을이 쓸쓸하구나.
나는 말을 내리고 나그네 탄 배에 올라
마지막 술잔 풍류도 없이 주고받으니
감흥 없는 취기 속에 이별의 정만이 처절하고
작별할 재 망망한 강물에는 달빛 창백하게 어렸네
-비파행琵琶行 중에서


## 자기의 이야기를 갖다

예전...그러니까 20세기에 어떤 학원을 다닐 때 디자인 신문을 팔던 어떤 아저씨가 학원에 와서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항상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질문은 21세기를 지배할 '3D' 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DNA, Digital, Design이었다.
정말로 21세기를 맞이하여 그 세개의 키워드가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기분을 누구나 느낄 듯하다.
복제동물과 인간복제의 윤리성, 아날로그를 막내린 디지털의 간편함과 빠름, 성능보다 디자인이 상품의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아이팟등..
세상은 정말 20세기말이 예언한 3D의 시대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의 권력은 회귀의 성격을 갖는것인가보다.
현재 21세기를 지배하는 것은 '이야기' 라고들 한다.
인류의 시작부터 존재해왔을 이 상상력의 힘은 진실로 이 시대의 자본을 재편하는 듯 하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대변되는 이야기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고갈되고 재탕되는 이야기 세상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기를 희망해마지 않는다.



키보드를 놓고 우린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키보드의 늘어나는 무게만큼이나 생각의 무게가 증가하고 있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키보드를 놓고 쓰여지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들, 리뷰들, 팁앤테크의 글들..
현대가 점점 더 기록물을 보관하기 쉬워지는 시대이고, 우리들 한 시절의 기쁨과 회한은 아마 키보드를 둘러싼 역사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설령 사라지더라도 한 시절의 이야기는 남을 것이다. 세헤라자데가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직조해낸 천일 하고도 하룻밤의 이야기가 남겨졌듯 각자의 이야기는 각자의 기억과 연대의 역사가 되어 지금을 각인할 것이다.
그 각인의 역사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
차이 혹은 다름을 인정할 수 없다면 공동체가 존재할 수 없듯이 생각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역사는 모래성이 될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10년 20년 정상의 자리에 있으면 그 사람은 무언가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것이 도든 철학적 초인이든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 몇 명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이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말이다.



이야기는 때론 후래자後來者 들에겐 이단이 될 수도 있고 전통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의 이야기가 전통이 될 수 있을것인가 또한 생각해 보고 싶다.
프레타 포르테 회장의 어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잘 활성화 되어 있는 무언가는 전통을 잘 계승한 것이다' 라는 말이 인상깊게 남아있다. 우리의 키보드에는 전통이 없다. 키보드의 불과 수십년 역사위에서 한국의 동호회가 걸어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고 전통의 초입인 셈이다. 그렇기에 스토리텔러로서의 누군가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는 훗날의 전통이고 역사가 될지도 모를일이다.
개인적인 바램은 전통의 역사 위에서 훗날 수많은 커스텀 키보드와 다양한 빈티지 키보드들이 남는게 아니라 그것들을 둘러싼 시대의 담론과 키보드로 빚어낸 사람들의 열정의 이야기가 남기를 바래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갖는다는 것은 어떠함을 동반해야 하는걸까라는 생각을 가끔하곤 한다.
진정으로 남는 이야기의 힘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를 빚어내는 방법론이라면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속 경구에서 발견할 수 있을듯 하다.
"구체적 습속의 표현을 통해 초월적인 것의 비전을 나타내는 순간의 획득"
이것은 '무엇'을 얘기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어떻게' 얘기하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의 궁극적 도달점은 남들이 다 하는, 다 알고있는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순간을 획득하는 것.
그 경지의 순간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는 이곳을 나는 희망한다.
Sad Nova™님이 글을 올릴 때 하단에 소개글에서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낸다' 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문장이 '형체없는 지혜 (소설 퇴마록중에서)' 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 아닌가 가끔 생각하곤 한다.
한 줄의 글을 쓰거나 한 문장을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단어에도 신중해야 함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갖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필여한 덕목일 것이다.



진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거짓뿐이라고 X-File의 '목소리'는 얘기를 했었는데..
동호회에서 물의를 빚어 탈퇴당한 회원분의 사건이나 그 당시를 지배했던 쇠고기 파동의 어수선한 시국들.. 때론 나도 만들어냈던 불협화음의 시간들.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과 타인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모두 거짓이라면 너무나 비참할 듯 하다. 나와 또다른 나인 우리.. 그 사이의 존재의 간극을 채우는 것이 불협화음뿐이라면 안된다. 그 안을 채우는 것이 진정이 담긴 각자의 이야기면 좋겠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지라도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진 생각들의 변주를 통해 다양성과 참신함이 남는 시대를 맞이하고 싶다.
고등 타이피스트가 넘쳐나는 빌딩숲의 시대를 살지만 자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이들이 많아지는 이곳이 되길 나는 또 다시 희망해본다.


## 커스텀 키보드들은..

-> DK Cherry Winkeyless








또각또각님과 뀨뀨님이 만들었던 또뀨 시리즈의 그 두 번째.
또뀨 시리즈는 항상 넌클릭을 지향해왔으며 그 중에서도 체리의 갈축 넌클릭을 사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제작이 되었었다.
최초에 블랙 윈키의 또뀨가 나왔을 때 높은 가격과 재료구비의 어려움과 '첫 번째' 라는 인식의 기반이 부족한 탓으로 50여대가 제작이 되었었다. 이 후 사람들의 커스텀 키보드에 대한 열망을 안고 윈키리스가 나왔을 때 인기는 굉장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형의 체리 컨트롤러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이 컨트롤러가 당시 주력 운영체제였던 윈도우 XP 서비스팩3가 나오면서 이와 호환이 안되어서 패치가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던 키보드.
멀쩡한 구형 3000윈키리스들이 희생양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블랙 윈키리스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1800을 재료로 삼으면서 우측 쉬프트키가 없어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었다.
아노다이징된 샴페인 골드의 색상이 체리의 베이지색 이색사출과 가장 잘 어울렸던 색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다만 측면색이 제 빛을 잃어가거나 변색되는등, 하우징이 긁힘에 약한 것들과 내부의 간이보강판은 스위치를 다시 걷어내거나 할 때 기존 또각또각님이 제작해오시던 보강판과 마찬가지로 긁힘에 무척 약하다는 단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DK ALPS Winkeyless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면서 가장 제작자들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 아마도 컨트롤러의 원할한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었던 거 같다. 체리의 신형이나 구형 컨트롤러들이 항상 그래왔는데 이 점을 극복하고자 삼성의 DT-35 멤브레인 키보드에 들어가던 컨트롤러를 사용했었던 키보드.
기반이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함에 DK 시리즈중에 유일하게 풀보강판이 사용되었고 보강판에 부분적이지만 절곡을 도입했기도 했었다.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함에 따라 가장 다양한 스위치 형태의 커스텀 키보드가 되었으며 사용자의 개인적 취향과 성향이 잘 드러나게 만들었던 키보드로 기억한다.
아쉬웠던 점은 DK 시리즈를 상징하는 'F13' 키의 자리에 체리 시리즈와는 달리 LED홀을 만들어두지 않아서 기판에 구멍을 뚫거나 하지 않는이상 개인적 취향의 LED사용등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과 하우징의 아노다이징 색상이 은색으로 DK ALPS Winkeyless를 만들면서 기반이 되는 키보드로 여러가지를 테스트한 끝에 SGI를 선택하였는데 이 SGI의 키캡색상과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 색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은색의 색상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일방적 선호함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개인적으론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DK Cherry Winkey














체리의 신형 컨트롤러를 다시금 채택한 키보드.
마지막으로 진행되었던 DK 시리즈 일환으로 구형의 블랙 DK Winkey와 내부호환은 안되지만 블랙 윈키를 원했던 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나 최초의 블랙 윈키의 인기가 굉장히 높았던 때기도 하였고,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도 높게 거래가 되던 때라 사실상 복각에 가까운 두 번째 블랙 체리 윈키는 환영받지 않을 수 없었기도 했다.
당시 함께 진행했던 ALPS Winkey는 필코로 잘 알려진 Diatec사의 Zero를 사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했고, 체리의 윈키 보강판과 기판만을 추가 구입하여 보강판을 살짝 손보면 호환될 수 있게 만들기도 했었다.
최후까지도 갈축 기반에 간이 보강을 고집하였으며 사용자의 다양성에 발맞추기 위해 풀보강을 옵션으로 채택하지도 않았고, 전체 또뀨시리즈를 통해서 하우징 표면처리나 기타 마감등이 진보하지 않고 답습을 거쳐왔다는 것은 또뀨 시리즈의 한계이자 치명적 단점으로 생각한다.
물론 F13키를 마련하여 매핑을 통해 원하는 키를 쓸 수 있게 했다는 점과, F13키를 두면서 전체 문자열과 우측의 편집키와의 간극과 상단의 펑션키와 문자열과의 간극과 ESC키와 펑션키 그룹들 사이사이의 간극등을 동일하게 맞추었다는 점은 하우징의 미학적 측면에서 가장 높이살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DK 시리즈 전체적으로 각 그룹들의 간격이 너무 작아서 쓰기에 불편하다는 사람들과 F13키를 두면서 살짝씩 차이나는 펑션키의 위치들이 기존에 쓰던 키보드들과 일치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편을 호소했던 사람들도 있었던 만큼 좋고 나쁨이 극명하게 갈렸던 커스텀 키보드군으로 이제 커스텀 키보드의 역사안에서 자리할 것이다.
다시는 이제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 356L (Black Winkey 60 Limited Edition)















인터넷도 할 수 없었던 어느 시골의 공장 기숙사에서의 밤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키보드.
60대라는 한정된 수량과 DK시리즈와는 급이 다른 하우징의 완성도와 풀보강판의 매력등으로 당시 공구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356 시리즈의 맏형.
인터넷을 할 수 없기에 다른 회원분께 부탁해서 공구에 참여해 달라고 했었고, '안되면 할 수 없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60명 안에 포함이 되어 너무나 들떴었고 밤새 흥분의 여운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많은 기억들이 녹아있는 키보드.
흰색의 기판이 주는 산뜻함과 풀보강판에 리니어를 사용하기를 바랬던 제작자의 바램이 녹아있는 코드기호 356L.
흔히 표현하는 한방재료를 쓸 수 있도록 당시 나온 체리의 PS/2 & USB콤보 방식의 윈키 3000에 들어있던 콤보 컨트롤러를 사용하였다는 점과 컨트롤러를 기판에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plug&play방식으로 꽂아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혁신적이었었다.
또뀨 시리즈가 보강판을 하우징에 걸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면 356 시리즈는 보강판을 하우징에 나사로 결속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특히 지금까지 나온 전체 커스텀 키보드중에서 유일하게 USB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트북 사용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었으며 각진 DK의 하우징보다 둥글게 마감된 하우징과 무거운 키보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당시로선 매우 묵직한 느낌을 선사했던 중량감까지.. 그리고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보강판과 하우징에 각인된 한정판 일련번호까지...
매우 세심하게 배려되었으며, 오랜 노력끝에 나온 것임을 알 수 있게했다.
그러나, 애초 계획된 통짜 하우징 (옆면에서 봤을 때 두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이게 만드는) 대신에 하우징 밑면으로 삽입되었어야 했던 하판이 두 개의 조각으로 나뉜 하우징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과 애초 설계에서 하판을 삽입하는 형태로 만들 수 없게 되었을 때 급하게 하우징의 두번째 파트로 변경하면서 상부 하우징과 매칭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점은 356L의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 부분은 컨트롤러의 두께 판단 실수로 급하게 디자인 변경을 하면서 나타난 문제로 아는데 최초의 제작자 의도대로 통짜 하우징을 기대했던 기대감을 살짝 실망감으로 바꾸기도 했었다.
그런 실망감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커스텀보다 소장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키보드라고 생각된다.

-> 356N (White Winkey)















356L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시점에 갑자기 새로운 버전의 356이 나옴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던 키보드.
아마도 그런 이유로 신청자가 가장 적었을 것이며 전체 커스텀 키보드중에서 가장 적은수가 제작이 되었고, 희소성면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키보드가 되었다.
급하게 새로운 키보드를 내놓은 것은 당시에 리니어에 만족하지 않았던 회원들의 넌클릭에 대한 열렬한 바램을 빠르게 만족시키고자 함이었다고는 하나, 사실은 356L의 키감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제작자께서 공방의 수준을 보여주고 말리라던 야심찬 오기(?)가 발동하여 내놓은 것으로 아는데.. 물론 믿거나 말거나..
356L 때보다 더욱 둥글게 마감된 끝단처리와 무엇보다 현재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의 통짜 하우징을 지녔으며, 넌클릭을 위하여 DK의 간이보강을 계승하였지만 키감 향상을 위하여 미세하게 가공하기 그 어렵다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보강판으로 사용하는등.. 제작자의 열정과 노력의 끝을 보여줬던 키보드로 기억된다.
기판과 보강판의 상하좌우 끝부분의 키감이 이질적이라는 판단으로 사용된 기판면과 보강판면 사이를 채우는 고무링의 첫 사용과 빨간색의 정열적 기판색상이 뛰어났으며, 넌클릭에 촛점을 맞춘바 얇은 키캡과 체리 갈축에 키감의 최상급을 이끌어낸다는 의도로 조립 부속으로 첨부됐던 빨간색의 윤활액은 이 키보드를 개인적인 기억으로 최상급의 키감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조립시 스위치와 기판의 싱크율이 환상적일 정도로 최상이었으며, 넌클릭을 위해 마련된 기존 사용하던 기판보다 더욱 얇은 1.2T 기판의 사용은 인상적일 정도로 좋은 키감을 만들어냈었다.
더불어 기존의 것들이 기판면과 하우징면이 수평인 상태를 유지했다면 356N은 내부에 각을 준 상태로 가공을 해서 자체적으로 스텝스컬쳐를 형성했다는 점 또한 356N의 특별함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홀텍사의 628A 컨트롤러를 사용하면서 BackSpace키의 키 매핑을 잘못하여 윈도우 OS에서는 별 상관없이 사용되지만 리눅스등의 타 OS에서 사용하려면 BackSpace의 패턴을 절단하고 원래 키값으로 컨트롤러에서부터 와이어링해야 한다는 점은 옥의 티처럼 아쉽게 남아있다.
옵션으로 클릭 키보드 사용자를 위해 풀보강판 신청을 받았었으며, 하우징 마감을 크롬도금 마감도 받았었지만 신청자가 두 명 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나마도 한대는 까탈스런 어떤 회원분께서 반품을 해서 장터로 풀렸었던 비운의 크롬도금 356N은 적은 수량으로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는 356N 중에서도 더욱 희소적 가치가 높은 키보드일 것이다. (한대의 행방은 목포에 계신 356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모 회원님의 수중에..)

-> 356CL (GunMetal Winkeyless)




























356N 이 나오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공개된 356CL은 우주최강의 퀄리티를 보여주겠다던 제작자의 과도한(?) 집착 탓이었을까.. 많은 비운을 겪었었다. 가장 최근의 커스텀 키보드기에 그 비운의 시간은 모두 함께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상판 하우징이 불량 자재가 쓰임에 따라 이를 전량 재가공하면서 사상초유의 금전적 손실을 제작자에게 안겨주었으며 이로인한 탓인지 상판과 하판의 색상차의 이질감도 지금까지 나온 키보드들 중에서 가장 큰 편이다. 상하판의 색상을 동일하게 맞출 수 있는 업체가 없다고는 설명 들었지만 차라리 GunMetal 단일색상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투톤의 건메탈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개인적 생각을 담게 만든다.
윈키리스는 하지 않겠다던 과거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내놓은 버전이라서 불운이 더 따랐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여튼 기존의 커스텀 키보드들이 직사각형의 디자인에 높이를 주기위해 둥글게 다리를 달아서 붙여왔던 디자인에서 탈피한 것은 좋았지만 하우징 디자인이 공개됐을 때 주변에서 기존의 것들과의 이질감 때문인지 거부감을 표했던 사람들도 다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356CL에 열광케 했던 것은 하판의 내부에 삽입되던 황동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게감을 늘리기 원하던 사용자들의 입장을 반영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특별함을 주었던 황동키의 삽입은 당시에 게시판에 올라온 샘플 사진을 보고 또 보게 만들기도 했었다.
황동키의 삽입 덕분일까.. 가격이 꽤 올라가긴 했지만 제작 완료 후 다들 만족해 하는 분위기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조립시 기판과 스위치의 싱크율을 너무 높인 탓일까..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완벽일치라고 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립이 이렇게 힘들다면 좀 여유를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조립시 기판과 보강판이 u자 형태로 휘어짐을 야기시켰으며 지쟈스님의 조립매뉴얼에서 나와있듯이 중앙부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스위치를 땜해나가지 않을시 문제점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조립하면서 평소처럼 사방 끝단의 스위치를 땜해서 기판과 보강판을 고정시킨 후 맨 상단열부터 땜하던 방식으로 땜을 하다가 이렇게 하면 조립하기 정말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고, 지쟈스님이 왜 가운데서부터 바깥쪽으로 땜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해둔것을 다시 뜯어내긴 힘들어서 상단열을 마무리 지은 후 중앙부부터 땜해서 바깥쪽으로 나가니 끝단에 스위치가 이미 땜해져있는 스위치의 바로 옆에서는 기판이 사실상 미세하게 땡겨지면서 땜을 한다고 할까.. 그렇기에 최종 부분에서 모자란다는 기분이 들었다. 스위치가 삽입이 안될 정도였으니.. 결국 기판과 스위치를 뻰치로 눌러서 억지로 삽입하는 사태를 발생시켰다.
조립매뉴얼을 무시했기에 맞닥뜨린 힘겨운 사태였지만 356CL의 벨류버전 기판에서는 좀 여유를 두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보게 만들었다.
옵션으로 블랙색상의 하우징을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며, 보강판을 폴리카보네이트 간이보강판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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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이란 얼마나 위대하면서 위험한 것인가..
익숙함은 기존의 것들에 대한 기억적 안주를 의미함일 수 있고, 정체와 답습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익숙할 수 있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함이며, 반복이라는 측면에서 나아감을 버리고 취하는 영광이기에 위험한 것이리라.
커스텀 키보드들은 익숙한 것일까, 익숙함을 버리고 진보와 미래를 선택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시간만이 답해줄 수 있을 듯 하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커스텀 키보드가 올려진 우리의 책상위 풍경은 시간만이 허락할 수 있는 풍경일 것이고, 타인과의 차별을 통해서 좀 더 특별해진 자신의 마음을 얻는 효과를 거둘것이다.
지금은 이제 겨우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기 시작한 시작점일 뿐이다.
만들어낸 키보드들은 먼 시간이 지나면 미니멀리즘을 향한 예술품으로써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고, 그저 무거운 쇳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최신은 언젠가 향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미화할 것도 없고, 최신을 천박하다 할 것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이 가진 깊이를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화책에서 발견한 문구지만 이 문구는 이런 상황에 매우 명징하게 적용된다.
'사랑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간사함과 욕심의 깊이를 (miyasaka kaho <우리는 알게 되었다> 중에서)'
키보드를 사랑하면서,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어가고 소장해가면서 우리는 이 정도면 됐지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더욱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간사함을 본다.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소장하고 싶은 욕심의 끝없는 깊이를 느낀다. 그러면서 인체공학 커스텀 키보드가 정말 나오기를 꿈꾼다.
진실로 커스텀 해야 하는 것들은 무언가를 사랑할 때의 마음자세임을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커스텀 키보드들은 키보드 속의 키보드이다.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들 속에 출중한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듯이 키보드를 선호하면서 키보드매니아라는 그 정체성 확립을 위해, 키보드 속의 키보드를 위해 뭔가 남들과 다른 키보드를 원하니 그 대상이 된 것이 세이버가 아닐까 싶다.
과거 또뀨의 독주속에서 356시리즈가 나오면서 경쟁체제로 돌입하는듯 했고 이것이 앞으로 더 나아가는 원동력의 구도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다시금 독주체제가 되었다. 다만 시간이 쌓여 이제 사람들 개인간의 소소한 커스텀 제작이 활성화 된 듯 하고 그 만듦새도 감탄을 자아낼만큼 훌륭해지고 있으며 초창기 개인적 커스텀들인 아크릴을 뛰어넘어 목재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문제는..
커스텀 키보드들이 만들어지지만 기본 키보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modern의 근원적 의미는 전통적 가치관에 반한 '낯섦'에 있고 그 말의 의미가 세월을 거슬러 오며 '현대적' 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빈번히 사용되지만 과거 모던의 의미를 낯설다는 것으로 사용하고 받아들였던 구시대의 사람들처럼 진정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모던함이, 우리만의 낯섦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정말 커스텀 키보드라고 불리우는 이것들은 지금 이 시대에 굉장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파격으로 받아들여질 충격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적으로, 기술적으로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지금 빚어내는 전통을 준비하고 지금을 끌어안으며 미래의 낯선 충격을 지금 여기로 가져오길 희망해본다.

돌고돌아 결국 책상위에 놓일 키보드는 어떤 것일까?
유행을 쫒아 헤매이던 방랑자의 책상위..
달관의 경지에 오른 그대의 키보드는 어떤 것일까?






## Sursum Coda

지금까지 등장했던 커스텀 키보드의 전체는 아니지만 다수의 키보드를 등장시켜서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봤습니다.
횡설수설하고 허접한 글쓰기인데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저도 잘 모르는.... 거기다 경어체를 쓰지 않았던 것은 일부러 의도함이었는데.. 기분 나쁘시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키보드가 키값을 입력하는 도구일 뿐이라면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도 분명 한계점에 부딪힐 것입니다.
사용기를 쓰는 이들이 맞닥뜨리는 장벽또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동어반복의 함정에 빠지는 것임을 잘 아는 한계점의 인식일 듯 합니다.
하지만 반복일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져볼 수 있는 키보드의 그 끝에서 무언가는 분명히 남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떠나보내고 또 만나고.. 반복되는 손 끝의 여행이지만 마음을 뉘일 수 있는 여정의 종착지는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과거의 사용기에서 '키보드에 대한 즐거움은 여전히 ...ing' 라고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즐거움인지 잘 모르겠군요.
들어섰으면 언젠가 떠나기 마련인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보면 키보드 여정또한 그러하겠죠.
그래도 컴퓨터를 써야하고 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은 꽤 오랫동안 키보드를 써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열정이 사라졌더라도 최소한 즐길 수 있는 마음은 남겨두기 바랍니다.
2009년 5월과 6월 우리는 자신의 아이디에 근조의 띠를 둘렀고 슬픔을 이야기하고 괴로움의 술을 마셨습니다. 그렇지만 채팅창에서 눈웃음의 이모티콘을 서슴없이 날리는 우리의 모습이 절대 슬픔과 절대 기쁨도 없슴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키보드는 분명 이곳의 구심점이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항상 입문하시는 분들이 과도하게 키보드에 집착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저역시 그러했을것이고 주변의 누군가도 그러했겠죠.
하지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중독을 권하는 키보드와 그 집단의 모습이 아닙니다.
절대 슬픔도 절대 기쁨도 없는 세상에, 절대 키보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가... 키보드에 중독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N.EX.T의노래 가사에 이런 게 있죠.
'병든자와 노인들은 한쪽 문으로 사라지고 또다른 문으로 지금 태어난 자들 들어온다'
열정을 잃은 자들이 사라지는 동호회의 또 다른 문으로는 지금 열정을 지닌 이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이 들고 나는 쳇바퀴같은 공간에서 생사를 가름할 정도의 정情을 논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세상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라고 묻는 이의 말끝은 개인주의가 정착되어가는 시점에 이제 봉합되어질 시대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겠죠.
하지만 산다는 것이 주는 강팍함에 의해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정태춘노래 <서해에서>)' 우리 서러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여전히 이곳임을 상기할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넥스트가 노래하는 '퀘스천'의 문이 상징하는 것이 탄생과 죽음의 순환구조에 대한 질문이라면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선 이곳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세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은 그냥 지금 이곳으로 끝날 것입니다. 하나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짧은 생에서 들어선 문을 나섰다고 생각하지만 또다시 들어선 문 안의 세상은 언제나 같음의 반복이라는 인생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달리 말하면 출구없는 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공간안에서 우리가 진심으로 잃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존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마음을 다해서 무언가를 한다면 진심은 통할 것입니다.
진심이 통한다면 정도 부차적이며, 키보드는 먼지처럼 부질없을 것이며, 진실은 저 너머가 아니라 손잡고 같이 가는 친구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신이 지금 온 마음을 다해 무언가를 이야기한다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영혼이 있습니다.
라틴어의 Sursum Coda는 온 마음을 다해라는 뜻이랍니다.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고, 지금 이곳을 구성하는 일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언제나 모든 일에 온 마음을 다하기를 바래봅니다.


## 각종 부품 제공해주신 분들

1. DK Cherry Winkeyless
키캡 : 빠샤님께 구입한 것과 보리문디님 무료분양 키캡을 섞어서 조립
갈축 스위치 : 백두산님께 구입
케이블 : 1800멤브 신품에서 추출 (판매자 기억 안남)
구형 컨트롤러 : 보리문디님 무료분양

2. DK ALPS Winkeyless
키캡 : 제로쿨님께 구입
아크릴 키캡 : naga님께 구입
스위치 : 장터에서 구입한 SGI에서 추출 (어느분께 구입한 것인지 기억이 안남)
AT-> ps/2 변환젠더 : 푸른용님 무료분양
DT-35 컨트롤러 : 꾸락님 무료분양

3. DK Cherry Winkey
문자열 키캡 : INOMUSIKI님 무료분양
아크릴 키캡 : 찌니님께 구입
야광키캡 : 꾸락님 무료분양
스위치 : INOMUSIKI님 무료분양
케이블 : INOMUSIKI님 무료분양
신형 컨트롤러 : INOMUSIKI님 무료분양


4. 356L
문자열 영문 레이저 키캡 : naga님 무료분양
야광키캡 : INOMUSIKI님 무료분양
아크릴키캡 : 훈님 무료분양
스위치 : naga님과 스프링으로 교환한 품목사용
대중압 스프링 : 응삼님께 구입

5. 356N
전체 키캡 : INOMUSIKI님 무료분양 (except : LED키캡 - naga님 무료분양)
스위치 : 찌니님께 구입
케이블 : INOMUSIKI님 무료분양

6. 356CL
전체 키캡 : 꾸락님 무료분양 (except : 스페이스바 - 선물님 무료분양, 우측 쉬프트+좌/우 컨트롤& 알트키 - naga님 무료분양)
스위치 : 나쁜동화님께 구입
스위치 스티커 : 꾸락님 무료분양
케이블 : INOMUSIKI님 무료분양
내부깔개 : 시골영감님 무료분양
AT-> ps/2 변환젠더 : 찌니님 무료분양
중압 스프링 : 응삼님께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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