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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정사] O.S.T - 조성우 음악감독 1/5

빨간부엉이 2010. 6. 25. 09:09


<정사> O.S.T
1998 / PolyGram


List

1. Manha De Carnaval
2. Deja vu
3. 情事 1
4. 일상의 나날들
5. Na Cadencia Do Samba
6. 秘苑 가는 길
7. 내 동생의 남자
8. Manha De Carnaval
9. Who Can Sail Without The Wind
10. 위험한 관계
11. 뜻밖의 방문
12. 情事 2... Bachianas Brasileiras No.5
13. An Affair... Manha De Carnaval
14. 情事 3
15. 불안한 연인들
16. 告白... 서현의 Theme
17. 되돌아온 일상
18. 情事 4
19. Yo Vengo A Ofrecer Mi Corazon
20. 旅程(Ending)... Main Theme from "情事"
21. Confesso

제대 후 다시 찾은 광주 시내에서 본 이재용 감독의 영화 <정사>는 단아함처럼 보이는 일상의 결들 사이로 침투한 감정의 파고가 내면을 어떻게 일으켜 세우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지에 대한 영화였던 거 같다.
독립영화 시절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로 촉망받던 이재용 감독의 연출은 한국이라는 사회 안의 마른 모래같은 건조해 보이는 한 여성과 그 가족 안으로 스며든 남미에서 날아든 여동생의 약혼자를 통해서 메마른 내면의 감성에 이국의 수분을 수혈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에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음악을 맡으면서 유명세를 탄 영화음악감독 조성우는 감각적인 곡들을 끌어와 영화를 가일층 더 이국적으로 만들고 있다.

영화를 떠나서 감상용 음반으로써 좋은 영화 음반은 영화와 동떨어져서도 음반 자체로 훌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영화 보기를 등한시하고 살았기에 당연하게도 영화음악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살았으므로 조성우 음악감독의 영화 음악이 현재도 계속 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정사> 이후의 <용가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등의 음반들에서 보이는 조성우 감독의 경향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스코어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외부의 곡을 영화안으로 끌어와 배치하는 컴필레이션 ost의 중간 경향을 띄어왔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크게 세 부류로 분리 되는데 영화용 음악만으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만들어진 음반이 있고, 기존 곡들 중에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들을 배치하여 만든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이 있고, 그 두 가지를 절충하여 만들어낸 음반들이 있는데 각각은 모든 일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다.
오리지널 스코어의 음반은 영상과 어우러졌을 때는 훌륭하게 들리지만 그 자체를 감상용 음악으로 떼어놓았을 때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는 경향을 보이고, 선곡만으로 만든 사운드트랙은 정체불명의 베스트 음반을 듣고 있는 불편함을 안기기도 한다.
그 두 가지를 섞어놓았을 때 확실히 정체성은 결여되지만 상업적으론 안정감을 준다.
조성우 음악감독의 유명세는 그 상업적이라는 코드안에서 좋은 선곡과 좋은 오리지널 스코어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생겨났던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 <정사>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부드럽게 공기 안으로 퍼져나가는 관악기의 느낌들이 애잔하면서 아련하게 다가온다. 남미라는 지역에 대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동경과 이상적인 몽상들을 잘 담아내고 있는 훌륭한 오리지널 스코어들이 특히 뛰어나다. 그 중에서도 '일상의 나날들' 에서 연주되는 잔잔한 피아노 반주위에 중간 얹혀지는 불협화음같은 현악 소리는 배우 이미숙이 분했던 서현의 일상이 더 이상 잔잔한 물결같지만 않음을 암시한다.
메인 테마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서 미니멀한 영화의 분위기들 -소품과 회색톤의 장식 없는 의상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던 이정재가 맡았던 우인의 한국집과 모던하면서 심플한 찻집등- 을 잘 살리고 있으며 외부에서 끌어와 배치한 곡들과의 접속 싱크율을 매우 훌륭하게 가다듬는다.

외국 곡으로 선곡된 곡들은 서현과 우인의 마음안에 파생되는 익숙하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되는데 오리지널 스코어 뿐만이 아니라 조성우 음악감독의 탁월한 곡 배치 감각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오리지널 스코어와 컴필레이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연주곡 'who can sail without the wind' 같은 곡의 선곡은 진심으로 탁월하다 생각해 마지 않는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곡 'manha de carnaval 카니발의 아침' 은 음반에서 세 번을 등장한다.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화려하면서 관습적이기까지한 익숙한 곡도 좋지만, 알 디 메올라와 존 맥러플린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감상하는 '카니발의 아침'은 언제 들어도 좋다.
세 번째로 등장하는 '카니발의 아침'은 전형적인 재즈지향이다. 이 세 곡의 '카니발의 아침'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이 앨범이 주는 매우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고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1959년의 프랑스 영화 <흑인 오르페> 에서 울려퍼지던 '카니발의 아침' 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흑인 오르페> 에서 유리디스가 노래소리에 이끌려가 기타를 치며 '카니발의 아침'을 부르던 오르페를 발견하는 장면에서의 잔잔한 감성을..
루이지 본파의 원곡은 원래 프랑스 샹송이었고 수없이 리바이벌 되던 것이 <흑인 오르페>에서 쓰이면서 '카니발의 아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언가가 되지 않았나 싶다. 포크 싱어 존 바에즈의 곡으로 감상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어쨌거나 <흑인 오르페> 에서는 'manha de carnaval' 이라는 제목은 아니었고, 'La Chanson D'orphee' 라는 제목으로 소개됐었다. <흑인 오르페>의 ost가 남아있다면 소개해드려도 좋겠지만 전에 없어져서..
마지막 감상 포인트라면 앨범 말미에 등장하는 메르세데스 소사와 프란시스 카브레의 협연으로 전해지는 'yo vengo a ofrecer mi corazon'이 주는 거친듯하면서 세상을 달관한 듯한 목소리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치려 한다는 의미의 이 곡은 노랫말만큼이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곡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ost도 꽤 많이 구입해서 들었는데 상당히 오랬동안 그러지 못한 거 같다.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 영화 보는 것을 멀리하게 했고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음악마저 등한시하게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음반을 처분하면서 다량의 ost도 사라졌고 지금은 50여장 정도 밖에 없는 거 같다.
문득 남은 음반 중에 조성우표 영화 음악 음반이 다섯 장이나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연작으로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반을 집중해서 다시 감상해봤다.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몇 글자 타이핑하다보니 내용이 쓸데없이 길어진 듯 하다.
나머지 네 장의 음반은 차례차례 소개하기로 기약없이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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