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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나비 - [1st EP]

빨간부엉이 2010. 12. 16. 07:43


나비 - [1st EP]
2010 / 루비살롱


List

1.Fade Out
2. 발닿은 곳으로
3. Dragon
4. Coffeeshop of Rainyday
5. 고양이는 울었지
6. Hidden Track

지독히 추운 날씨다.
책을 보는데 손을 내밀고 있기도 힘들어 옷 속에서 필요할 때만 손가락을 쓱 끄집어내어 책장을 넘기는.. (써놓고 나니 우습네)
그러면서 미뤄둔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컴퓨터를 켜본다.

미뤄둔 일들이란건 뭐 별거 있겠는가... 최근 들은 음반들에 대한 유치찬란 코멘트들이겠지.
그게 꼭 해야할 것들도 아닌데 하기로 맘먹었던 것들이라 (뭔가를 보고 들은거에 대한 감상을 가급적 남겨두기) 미뤄두고 미루고하다보니 쌓이고 압박감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취미가 영혼까지 구속하는건 달갑지 않은데.. (너무 거창한 표현이다..ㅋ)

'나비' 라는 이름을 가진 처자의 EP앨범을 구입해 들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간만의 음반 이야기로 그녀의 음반을 골라본다.
공연장을 죽어라 찾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 (금전적 여유만 된다면 얼마든지 그러고 싶지만) 어차피 방송에서가 아니면 뮤지션들을 접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마이너한 감성의 음악을 들려주는 인디씬들의 뮤지션들이라면 더더욱.. (방송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제한적이긴 하다 - 코너도 두어개 뿐인데다 대부분 심야 방송이라)
어쨌거나 처음 본 그녀의 인상은 굉장히 강렬했다.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눈매와 무표정한 얼굴. 어찌보면 상처입은 고양이의 자기방어적 기재가 똘똘뭉친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
가수로 쓰는 이름이 '나비' 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까라는 허튼 생각도 들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때의 그녀의 얼굴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눈빛은 여전히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꽤나 낯선 선율이었다.
세간의 평가는 사이키델릭 포크라고 불리운다고 하지만 그건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언어니까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을 듯 하지만, 최소한 그녀의 음악이 주는 공감각적 영역이 혼돈스럽고 어지럼증을 유발시키는 것도 사실이긴 한 듯하다. 뭐 아무렴 어떤가....

EP앨범의 수록곡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 듯 하다. 위에 열거한 느낌들을 느껴볼 수 있는 전반부의 세 곡과, 조금은 평이하게 느껴지는 후반부의 세 곡.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내가 나비의 음악에 집중하게 되는 건 전반부의 세 곡이 아닐까 싶다.
전통적인 노래들의 음률과 조성들을 파괴하는 형태의 높낮이를 빼버린 듯한 창법과 곡전개를 보여주는 첫 곡 'Fade Out'
노랫말에서 보여지는 "어찌할 수 없는 너의 나의 간극" 이란 명제를 사운드로 체화시키는 이 느낌은 상당히 낯설면서 진중하게 다가온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발닿은 곳으로' 에서 보여지는 무심한듯 놓아 버리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단락마다 한없이 이어질 듯한 후음처리가 독특하다.
첫 곡과 두번째 곡이 맞닿으면서 발생시키는 정서적 파장이랄까.. 그런 것이 재밌게 느껴짐을 발견하게 된다.
한없이 수평적으로 들리는 첫 곡과, 한 없이 위아래로 요동치는 수평감이란 언어적 모순을 발견하게 하는 두 번째 곡. 거기서 몸으로 느껴지는 리듬감은 참 신선하다.
나비가 '발닿은 곳으로' 에서 노래하는 "그대들은 나를 밀어내지" 라는 부분은 보통의 일반 대중과 매우 다른 외모적 느낌과 정서상태를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녀 삶의 독백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세 번째 곡 'Dragon' 은 아마도 EP앨범의 타이틀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한 곡이다. 가장 대중적인 코드들로 무장하고 있으며, 듣는데 큰 부담도 없다. 그녀가 얘기하고자 하는 Dragon의 의미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쿠스틱한 오프닝 이후에 강렬하게 뒷받쳐주며 곡을 상승시키는 기타의 블루지한 필링은 사뭇 아름답기까지하다.
네 번째 곡 'Coffeeshop of Rainyday' 부터는 약간은 평범한 곡들로 들린다. 노이즈 가득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로 포장되고 있는 우울함의 정서는 사실 익숙한 것들이고, 관습화된 정서기에 좋게 말하자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답습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것은 애써 밝고 경쾌하게 가창하려는 듯한 '고양이는 울었지' 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볼 것은 나비는 신인이고 아직 정규 1집도 발표하지 못한 가수라는 점이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평이함 위에서 시작되는 이 뮤지션의 음악은 앞으로도 관심있게 집중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저 몇 줄 쓰려던 음반 감상 코멘트가 그럭저럭 분량을 채운 거 같아서 약간 뿌듯해진다..^^
음반의 말미에 히든 트랙으로 실려있는 곡을 감상하고 있는데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가 무척 깔끔하게 들려서 기분이 좋아진다.
나비의 불가해한 낯선 영역들 대신에 평범하게 자기가 즐겨할 그러함을 노래하고 있슴또한 마음을 편안케한다.
뭐 어쨌든 이 추위는 빨리 벗어나고 싶다.



@한곡듣기는 음반의 느낌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음반 구입후 전체감상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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