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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esis Contoured - Advantage pro (ver : Demo)with Aqua's Limkb controller}




# 만난 후


꽤 오랜시간동안 꼭 한번 접해보고 싶었던 (뜯어보고 싶었던?) 키네시스의 어드밴티지 프로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적응하기 힘든 배열과 만듦새를 뛰어넘는 훌륭한(?) 가격 덕분에 그동안 그림의 떡과 같았던 키보드였는데 고마운 분의 배려로 스위치 없는 상태의 데모버전을 구하게 되었고, 스위치가 없는 상태인 덕에 키네시스 어드밴티지의 속내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 된 거 같네요.

오랜시간 사용해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어제와 그제 짬을 내어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보고 정도로 봐주세요.
사진으로 리뷰를 밀어붙일 정도의 내공도 아니고, 글로 자세히 전할 만큼 이 키보드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도 없고...
그래도 사진과 곁들이는 간략한 생각 정도를 읽어 보시는 잠깐의 여유정도로..ㅎㅎ

# 작업 전











그동안 실제로든 사진으로든 많이 봐오셨겠지만 키네시스 어드밴티지의 독특한 하우징은 그 키보드를 쓰는 사람을 외계 생명체로 인식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키보드의 메인 부분과 엄지로 누르게 되는 편집키등의 파트를 제외하면 상단에 체리 스위치가 아닌 고무 재질의 펑션키라인이 위치합니다. (리모컨을 뜯어본 적이 없는데 리모컨이 버튼 내부가 이렇게 생겼을까요?)
데모 버전의 어드밴티지는 컨트롤러가 없기에 저 부분과의 연결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일부러 뜯은 건 아니고 뒤에서 고정시키는 노란 막대 부분이 분리되어 있어서 따로 돌아다닌 덕에 먼지가 꽤 많이 달라붙었군요. 저걸 고정시키는 모습의 사진을 보면 참 조악하게 만들었구나 싶은데.. 상용 판매 버전도 저렇게 마감을 한 것인지...










그동안 보아오기로 키네시스의 기판은 기판 자체가 굴곡이 진 기판인 줄 알았습니다. 헌데 스위치를 모두 뽑아쓴 상태인 탓에 키보드 전체가 분해가 되어 있었고, 그 덕에 기판 자체가 굴곡이 진 것이 아니고 사진상의 플라스틱 보정물(?) 덕분에 휘어진 상태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군요.
흔히 언급하는 스위치의 보강판이라기 보다는 기판을 휘어진채로 스위치와 결속하게 하고, 키네시스 어드밴티지의 독특한 자세를 만들기 위한 기능성 보정물로서의 개념이 더 큰 거 같아보였습니다.

분리 되어진 기판은 모두 4 조각이구요. 사진상의 메인열 두조각과 양손 엄지로 타이핑 하는 작은 조각이 두조각입니다. 메인열의 기판은 야구 글러브 같네요..ㅎㅎ
기판이 매우 얇아서 엄지용 작은 조각 기판과 두께를 놓고 보면 얼마나 얇은 기판인지 아실 수 있을 거 같군요.

키네시스의 장단점 모두를 떠나서 저런 얇은 기판을 제작하여 사용했다는 것과, 허접해 보이는 완성도는 둘째 치더라도 저런 배열과 모양새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디자이너를 생각해보면 감히 좋네, 나쁘네 얘기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판의 패턴은 양면을 모두 사용하여 그려져 있구요. 동박면은 매우 얇은 기판을 감안한다면 훌륭해 보입니다.

# 작업 중













스위치를 기판에 땜질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수평형의 기판에 스위치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에 기판을 같다 붙이는 형태인지라 스위치 다리 하나에 땜을 한 후 다시 녹여서 기판을 밀착시키고...
이 과정을 한 개의 스위치당 네 번을 반복해야하며 다른쪽에서 여유있게 기판을 잡아 당겨서 쓰게 되면 어느 부분에선가 기판을 당겨올 여유가 없어져서 힘들게 되고.. 어드밴티지의 스위치는 모두 68개가 사용되지만 덕분에 땜질 하는 시간은 일반 키보드의 2~3배의 시간이 소요 된 듯 합니다.

한쪽 조각면에 스위치를 땜하고 찍은 사진은 날이 어두워지는 시점에 찍어서 화질이 별로입니다만 그냥 모양새만 봐주시구요. 예전에 어떤분의 어드밴티지 사용기에서 <헬레이저> 같다고 했었는데, 저 역시 스위치를 붙여놓고 보니 그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군요..^^
원 어드밴티지의 스위치들은 다이오드가 박혀있는데 무한 컨트롤러를 쓸 것도 아니고, 기판을 자세히 보니 특별히 다이오드있는 스위치를 써야할 것 같지 않아서 아꽈님께 문의하니 일반 스위치를 써도 무관하다고 하셔서 일반 ㄷ자 핀용 스위치를 썼습니다.

스위치가 많은 키보드가 아니다보니 컨트롤러의 모든 배열을 쓸 필요가 없더군요. 가로열은 12홀을 사용했고, 세로열은 7홀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홀을 다 사용하려면 설정할 매트릭스를 더 세분화 할 수 있겠지만 작업시간만 길어질 거 같더군요.
아꽈님 컨트롤러를 처음 써보는 것이기도 하고, 어드밴티지의 독특함도 한몫하여 와이어를 여유있게 잡아서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지저분해보입니다.
물론 제가 뭘 하면서 깔끔하게 한다는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벼락 맞기 바라는 어떤 아저씨 머리위에 떨어지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LED는 NumLock과 CapsLock 두 개를 달아주었구요. 고정할 게 아무것도 없어서.. 순간접착제로 붙여버렸습니다..ㅎㅎ (글루건을 사야하나 고심했지만 제발 더이상 뭘 지르지 말자 싶어서..ㅋ)
뭐 이렇든 저렇든 새로운 키보드와 새로운 컨트롤러를 써보는 일은 긴장과 즐거움을 동시에 수반하더군요.

# 작업 후















완성 후 조립한 후의 모습은 사진으로 많이 보셨을 거 같아서 매우 후즐그레한 사진이지만 참고 올려보네요..ㅎㅎ

움푹 파인 저 사진상의 배열에 급 좌절해야 하는 수많은 사용자들과 매우 희박하지만 어드밴티지에 적응해서 잘 사용한다는 사용자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저 굴곡은 깊디깊어 보입니다.
과연 이 이후의 저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저는 어디에 위치하게 될까요?

엄지를 위한 키들의 키캡을 적용한 사진을 옆에서 찍어보니.. 키네시스 어드밴티지의 살인적인 가격이 왜 형성되었는지 조금 이해가 가더군요. 모두 다른 높이, 다른 각도의 키캡들... 엄지쪽만 해도 저렇고 문자열쪽의 키캡들도 매우 다양한 크기와 각도, 높이를 보입니다. 이 키보드를 만들기 위한 키캡의 금형값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며 그 값이 반영되어 이 키보드의 높은 가격이 책정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몇 개의 키캡들만 뽑아서 일렬로 늘어놓고 찍어봤는데.. 모두 다른 키캡들을 하나씩 늘어놓고 찍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두 몇 종의 다른 키캡을 사용한 것인지..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되어야 할 만한 키캡은 전체 키보드에서 네 곳이고, 사진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 스테빌 자리는 있지만 기판에는 스테빌라이저를 위한 공간은 없습니다.
그래도 엄지로 가운데를 정타하게 되는 키보드인지라 특별히 들썩거림은 느끼기 힘들더군요.

# 살짝 느낌들









어차피 원 갈축 스위치가 없는 상황인지라.. 키네시스 어드밴티지를 소유하고 계신 모든 분들이 갈축기반일 듯 하여 전 생뚱맞게 청축 스위치를 써봤습니다.
전에 열혈강사님이 주셨던 귀한 백축클릭 스위치 한벌을 모회원님 드리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 여기에 쓰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하튼 자투리로 남아있던 신형 청축 스위치와, 중고 키보드에서 뽑아낸 스위치등을 합쳐서 만든탓에, 슬라이더 색상도 진한 것이 있고, 옅은 것이 있고 클릭음도 좀 제각각인 듯 하고 그렇습니다.

물론 클릭음이 제각각인 듯 느껴지는 것은 툭 튀어나와있거나, 쑥 들어가 있거나의 배열문제, 키캡의 낮음이나 매우 높음의 문제, 플라스틱 보정물과 함께 하는 부분이나 두껍지만 보정물이 없는 기판 상태에서의 문제등 다양한 변수가 있긴 합니다. 그 다양함 속에서 몇 개의 키들은 매우 좋은 클릭음을 들려주는 반면 몇 개의 키들은 실망스런 클릭음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청축을 적용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냐고 누가 물어보신다면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가 정답인 듯 합니다.

400타수의 사람을 50타로 만들어버리는 극악의 배열인지, 천상의 편안함을 선사할 우주에서 온 특별한 배열일지.. 아직 저 또한 알지 못합니다.
조립만 한 상태에서 아꽈님 컨트롤러로 매핑하는 것을 해보는 재미 정도까지만 누려보았기에 말이죠.
그렇기에 톨스토이의 말을 패러디 해보자면 많은 키보드를 접하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깊이있게 사용해 보는 것이 능력임을 감안해 볼 때 이 리뷰아닌 리뷰는 반쪽짜리도 아닌 4분의 1정도나 되는 그런 리뷰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곤혹스러움등을 담아보는 시간 정도의 개념 정도로 생각해봤습니다.

차후 실제 책상에서 써 본 후의 느낌을 얘기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키캡의 실크 인쇄가 얼마나 품질이 좋은지, 얼마나 빨리 지워짐 현상이 발생하는지도 알아보고 싶구요. 무엇보다 이 키보드로 좋은 음반에 대한 얘길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ㅎㅎ
키보드의 하판에 붙어있는 태그에 적힌 DEMO 버전임을 알리는 문구대신에 원 키보드의 정보가 적힌 그런 키보드를 만나보는 상상도 해봅니다. 얼마나 다를지...

특별히 이전과 다르게 모두 분해된 상태에서 시작되는 이 키보드를 완성해가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것은 아꽈님 컨트롤러를 처음으로 적용해 보면서 이게 과연 잘 작동할 것인가.. 내가 다 말아먹는 것은 아닌가.. 컨트롤러 사용의 개념을 잘 못 잡아서 가상으로 그려놓은 매트릭스대로의 작업이 잘못 된 것이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등의 두려움은 보다빨리 마무리 짓고 컴퓨터에 꽂아서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하더군요.
완료 후 케이블을 연결하고 꽂았을 때 컨트롤러가 정상 인식되고 아꽈님의 컨트롤러임을 알리는 창이 뜰 때의 기쁨과 만들어 주신 프로그램을 띄우고 원 키캡대로의 매트릭스를 적용하고 F1~F12까지의 키들을 하나의 윈도우키를 펑션키로 할당하고 적용한 후 키테스트를 하여 모두 정상작동할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더군요.
만들어가는 기쁨에 더해 자기만의 매트릭스로 매핑하는 즐거움까지 누리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꼈던 어제 밤인 듯 합니다.
비록 파산신과 늘 조마조마한 조우를 앞두고 살지만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또한 강팍한 삶에 작은 단비는 아닐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되네요.

# 고맙습니다





먹고 죽을래도 돈이 없어서 참가하지 못했던 컨트롤러 공제품을 어떻게 아시고 두 개를 하사해 주신 아꽈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제 드디어 하나를 사용했으니.. 하나는 죽기전에는 만나보지 싶은 next 키보드를 구하게 되면 그때 사용해 볼까 합니다.
컨트롤러에 새겨진 ohbang의 이름도 otd로 리뉴얼한 후 점점 기억속에서 희미해져 가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명징하게 남아있을겁니다. 행복하세요.

이 키보드를 위해 사용된 검은색 usb케이블을 제공해 주시고, 컨트롤러 땜질할 자신이 없다고 하자 자신이 땜질해 놓은 컨트롤러와 흔쾌히 바꿔주신 꾸락님.. 언제나 신세만 지고 받기만 하고..ㅎㅎ
그래도 미안해지지만은 않는 편안함이 좋습니다. 늘 허접한 삶을 이해해주어 항상 고맙구요. 그런 편안함으로 오래오래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써보고 싶던 키네시스 어드밴티지를 주신 만년스토커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전부터 한대 그냥 주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부담되서 안 받았습니다만.. 스위치 뽑아쓰고 남은 게 한대 있다는 말씀에는 살짝(?) 부담이 덜 되서 넙죽 받아서 조립해 봤습니다.
즐거움과 오랜만의 키보드로 인한 기쁨을 누리게 해주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분들과 함께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2009년 6월 4일 여러가지 일이 꼬이고 풀릴날이 기약없어 보이는 꿀꿀한 날의 오후에 키보드로 위안 삼으며.. 빨간부엉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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