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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70년대 영화입니다. 이 문구는 마음에 자라난 씨앗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지에 대한 극명한 알레고리입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알돈자에게 돈키호테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던집니다. 어쩌면 그것은 더 나은 삶을 희구했던 알돈자 마음 속에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그 가둬진 염원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물 한방울 떨어뜨렸던 건지도 모릅니다.
휴일에 영화 <영웅>을 봤습니다. 뮤지컬은 너무 비싸서 볼 엄두가 안났었는데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시켜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네요. 영화의 완성도나 코믹적 요소의 삽입등은 여러 분분한 의견을 낳고 있는 듯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많이 좋았습니다. 많이 울었던 것 같구요. 애국심의 발로같은 건 아니고 그저 고통의 시대에 태어난 한 인간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이었겠지요.
배우 정성화는 뮤지컬로 인생의 꽃을 피운것 같습니다. 팟빵에서 송은희, 장항준이 하는 <시네마운틴> 채널을 듣고 있는데 정성화 배우가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맨 오브 라만차>에서 어떻게 주연이 되고, 주연이 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얘기하는데 절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스타였던 더블 캐스팅의 주역 조승우가 자기도 노력파지만 자기보다 늘 한걸음 더 노력하는 정성화를 보고 '지독한 사람' 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영웅>은 뮤지컬 스코어 음반이 없기에, 정성화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산초역을 제안받았지만 스스로 개척해서 돈키호테가 되었던, 극 중 죽기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넘버를 들어봅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뿌린 희망이라는 씨앗을 열매로 피워낸 알돈자가 마지막에 스스로 자신은 알돈자가 아니라 '나는 둘시네아예요' 라는 말에서 이 뮤지컬은 핵심을 이뤄내고 결말을 맺었다 생각합니다. 그 나지막한 대사에서 소름이 돋기도 했구요. 알돈자가 시궁창에서 뒹굴던 자신의 삶에 균열을 내는 돈키호테에게 쏟아내는 비통의 언어를 같이 들어보았습니다.
덧붙임 : 음악은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어보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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