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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시인과 촌장 - [숲]

빨간부엉이 2024. 1. 19. 09:16

시인과 촌장 - [숲] / 1988 / 동아기획

List

1. 가시나무
2. 새벽
3. 새털구름
4. 나무
5. 새날
6. 때
7. 새봄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
8. 좋은 나라
9. 푸른 애벌레의 꿈
10. 숲



지인분이 어제 보내주신 판을 닦아서 들어본다. 
낡았지만 추억이 있는 음반이고, 그래서 장작소리 튀는 와중에도 이 음반의 음악은 정겹고 반갑다. 탁탁 거리는 소음을 뚫고 나오는 '가시나무'의 황량한 바람소리는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 그 전율에 눈시울마저 뜨거워진다. 
한 곡도 버릴 것 없는 음반이며 개인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아끼는 음반 10장 정도 추리라고 한다면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갈 음반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그렇듯 나머지 9장은 알 수 없는 일이다..ㅎㅎ)

고등학교 때 까지는 공부란 걸 해보지 않았고 (그 이후도 마찬가지지만) 반에서 꼴등의 위치까지 전락했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졸업하고 전주의 전문대에는 간신히 들어가서 여전히 놀다 나오기만 했다. 그 때 정읍 살던 남상규라는 친구와 절친이 되었었는데... 어디서 뭐하고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암튼 그 당시 학교 뒷문 쪽 굉장히 허름한 월세 5만원의 자취방을 얻어서 이 친구와 자취할 때 국내 한 오디오 업체의 아주 저렴한 콤포넌트 (지금은 다 망하고 없지만 예전엔 해태니, 태광이니 국내 오디오 업체가 많았었다)를 알바해서 친구가 사왔었다. 뭔가 들을 내용물이 없으니 음악사 가서 같이 레코드를 한 장씩 샀었는데, 나는 강수지의 몇 집인지 기억 나지 않는 판을 샀었고 친구는 시인과촌장의 [숲]음반을 샀었다. 제대하고서야 그럭저럭 음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는 음악이 거의 없었기에 뭐 이딴 음악을 듣나 싶었는데.. 나중에서야 이 음반의 진가를 CD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 같다. 좋은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 최고의 세션들이 연주하는 멋진 음악이 어우러진 내 맘 속의 명반이다.

하덕규님은 이 후로 CCM 스타일의 독집 음반들을 선보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숲] 음반은 포크록의 형태를 취한 대중가요와 CCM의 경계선상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종교적인 색채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이 주는 투명성과 자기 고백, 내면의 성찰등이 갖는 가이 없는 진정성이 주는 음반 전체의 통일감은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마장뮤직에서 LP 재발매를 했던데, 음질이 어떨지 궁금하다. 잘 복원됐다면 언젠가 깨끗한 새 판을 만나보고 싶다. 과거의 추억이 오늘 되살아 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의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며 말이다. 

예전에 서울에서 정방형 목측식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숲] 음반의 '좋은 나라'의 노랫말을 차용해서 제목을 붙인 사진 올린게 생각났다.
사진과 유치한 글과 노래가 이제서야 하나로 만난다..ㅎ
https://redface2.tistory.com/64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zeiss ikon taxona / novonar anastigmat 35mm f3.5 / kodak colorplus 200 / 5ed 내가 좋은 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네가 좋은 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너와 내가 좋은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울림으로 한 세상 살아가는 사

redface2.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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