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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콰트로스 」 

지은이 : 우석훈
펴낸곳 : 해피북스투유
분량 : 447
2024531일 초판1쇄 발행본 읽음
 

알라딘에서 북펀드가 진행될 때 많은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 같은 것들이 줄을 이어 있었기도 했고, 줄거리 자체가 꽤나 흥미를 끄는 느낌이어서 신청 도서로 받아서 읽어보게 됐다.

절반 이상이 지나도록 도통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는데, 단락마다 내용들이 너무 끊어지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고, 4년 이란 짧은 기간으로 인간의 수명이 제한된 세상이라는 설정이 도통 100년을 살아가는 현 인류의 관점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눈 깜빡하면 지나가버릴 1년에 신 인류는 성장을 하고 모든 학업을 마치고 대부분 학업을 마치는 시점에 결혼들을 한다. 그리고 2년 여의 사회 생활과 나머지 1년의 노년 생활. 그걸 쉽게 의식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그렇기게 호모 콰트로스라는, 신 인류의 삶이란 게 마치 소꿉장난 같은 느낌으로 여겨진다고나 할까. 그런 마음과 함께 글 자체도 몰입이 쉽게 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4년의 제한된 삶에서 (헌법으로 그 이상의 수명을 살 수 없게 못박아뒀다) 6년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등장하고 현 정권을 무너뜨리고 수명 연장의 삶을 향하는 세력과의 쿠데타와 내전이 벌어진다. 아마 여러 권의 이야기로 작가는 호모 콰트로스의 세계를 이어가려고 마음 먹은 듯 하다. 책의 부제가 내전편인 것을 보면 말이다. 내전 이후의 시간에 대해 작가가 다른 책에서 호모 콰트로스이 삶을 더 이어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일단 잘 모르겠다.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글에서는 다음편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개인적으로 크게 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음 편이 세상에 등장한다면 궁금해서 다음 편까진 읽어볼 것 같긴 하다. 거기서 충분한 다음 이야기로의 점프할 힘을 얻지 못한다면 거기까지가 독서로서의 한계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마무리까지 단숨에 독서할 수 도 있겠다 싶다. 작가분의 고도의 역량이 다음 이야기에 집중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고비키초의 복수 」 

지은이 : 나가이 사야코
옮긴이 : 김은모
펴낸곳 : 은행나무
분량 : 387
202452011쇄 발행본 읽음

역시나 이 책도 신간 출시 소식에 나온 내용이 꽤나 호기심을 자극했기에 신청 도서로 읽어 볼 수 있게 됐다. 사무라이 계급이 몰락하기 조금 전의 시대에 벌어진 한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의 일본 유흥가 또는 환락가 같은 곳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일단 서두에 나쁜 공간이란 의미로 악처로 불리워지는 고비키초란 곳에서 벌어진 복수의 장면이 묘사된다. 죽은 무사 아버지의 원수인 도박꾼을 한 소년이 눈 내리는 날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게 되고 그 시간과 장면을 프롤로그로 제시하며 소설은 시작을 한다.

진짜로 일본에 그런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원수를 갚기 위해 당시의 번에 복수를 신청한 무사는 복수를 완수해야만 번으로 다시 돌아올 수가 있고, 복수를 신청했는데 복수의 대상이 이미 죽었거나 복수에 실패하거나 하면 돌아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뭐 일단 소설에는 그렇게 묘사되어있다. 쓸데 없는 얘기지만 소설 「 료마가 간다 」를 읽다 보면 메이지 유신 전의 시대 얘기니까 고비키초의 복수 속 시대와 어쨌거나 시기상으로 연결이 되긴 하는데 (고비키초의 복수 -> 료마가 간다 -> 메이지 유신 순으로..) 료마 시대의 일본에서 번을, 보고와 허락 없이 벗어날 경우 탈번을 한 존재가 되어 낭인으로 전락하고 다시 번으로 복귀가 불가능한 것으로 시대 상황이 서술되고 있는데, 복수 또한 번으로 다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이므로 중요한 문제일 듯 하다)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의 갈림길에서 선택하는 것이므로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다.

책의 서두에 복수는 성공하고 소년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면, 악처에서 살아가면서 지금 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극장 근처에서 호객하는 삐끼, 또는 여장 남자, 기생이 나오는 술집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여흥을 즐겁게 하는 사람, 연극 무대의 무술 감독, 무대 소품을 만드는 사람과 그의 아내 등등의 인물들이 한 챕터마다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일인칭 전개로 자신의 인생을 서술하고 있다. 복수에 성공 후 돌아간 마을에서 이 복수가 진짜로 성공한 건지 알아보기 위해 온 사람에게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화자가 바뀌면서 이미 지나가버린 복수극을 얘기해주고 자기의 인생을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이미 복수극은 끝나지 않았는가 말이다. 마치 옴니버스 단편 소설 모음집을 읽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시대적으로 하층민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 얘기들이 점차 맘 속에 묘한 느낌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음 사람의 이야기가, 다음 챕터에 등장할 또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기다려 지기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이야기에 내가 몰입하기 시작했고, 점차 재밌어지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급기야 나는 이 고비키초에서 벌어진 복수가 어떤 결말로 향해갈지 짐작할 수 있었고, 흩어져 있던 파편적인 이야기들은 책의 말미에서 훌륭하게 하나로 합쳐지며 꽤 울림있는 감동을 주었음을 얘기하고 싶다.

작품은 일본내에서 유명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다고 나와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 그래. 이 정도 작품이면 상을 다수 수상할 만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재미와 감동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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