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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만질 수 있는 생각」

빨간부엉이 2024. 7. 31. 08:41

 만질 수 있는 생각

글쓴이 : 이수지
펴낸곳
: 비룡소
분량 : 334
2024
481판 1쇄본 읽음

그림책 작가 이수지 님의 책을 한 권도 보진 못했지만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들렀다가 작가님의 에세이가 출간된 것을 보고 읽어보게 됐다.

글이 없는 그림책의 작가. 그녀만의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글이 없는 그림만의 책을 꽤 오랫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출간해 왔다.이 책  만질 수 있는 생각 에는 글이 담기지 못했던 그동안의 자기 책에서의 글 없음에 대한 포한을 풀기라도 하듯 가열찬 그녀의 생각들이 행간을 가득 채운다. 많은 글들이 두서없이 시작되고 기승전개 없이 다른 이야기로 건너뛴다.작품의 처음이자 그녀의 정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처럼 정체를 알 수 없고 종횡무진한다. 많은 글들이 그녀 작품에 대한 셀프 해설서 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의도로 시작했다거나 갑작스런 아이디어로부터라던가 우연히 찾아간 외국의 박물관에서의 석판화 작업이라던가,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 서라던가,즐겨 듣던 음악으로부터라던가..행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사설이며 스스로의 변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 그렇지만 그녀의 글은 장황스럽지 않고 간결하다. 함축적인 이미지로 생각을 표현해 온 그림책 작가의 내면이란 것이 원래 그럴 것이라 짐작될 만큼 쿨하고 심플하고 간결한 미학으로 뭉쳐져 있다. 그러니까 그것은 꽤나 좋은 글이라 생각된다는 말의 에두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를 본 적도 없고, 작품을 본 적도 없지만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녀의 작품들에 대한 한 없는 동경이 생긴다. 어쩌면 꽤나 고집스러울 그녀의 시간들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가 정해진 답을 향해 그림을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답이 없는데 세상의 규율로 정해진 답을 부정해 온 그녀의 내면이 늘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해설 없이 죽어간 예전 시인들, 작가들의 작품의 글 행간과 단어의 의미에 대해 정의를 내려놓고 그 답을 찾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안 가서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수가 항상 엉망이었다고 가끔 내게 하소연하는 색시 생각이 나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세상 평범한 사람이지만 (뭔가 좋아하는 거 수집병을 제외하면) 색시는 참 독특한 사람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 평균의 이쪽이거나 저쪽이거나의 한편에 서있는 사람들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됐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이 책  만질 수 있는 생각 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해석도 좋겠지만 작가의 의도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주 좋은 가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 온 작가가 얼마나 깊은 생각으로 세상과 작품과 어쩌면 무용하디 무용한 예술의 세계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접해야 할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가슴을 통렬하게 후려 때리는 멋진 문장과 세상의 저쪽 끝에 있는 자아를 가진 어떤 이의 영혼을 울리는 생각들을 나와 우리.. 모두 한 번쯤 만나 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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