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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Photo

잡다한 생각

빨간부엉이 2010. 1. 7. 18:41

올라오다보니 세상이 눈나라다.
폼나게 얘기하면 설국으로 변했다고 하겠지만..
20km로 제한하는 표지판을 보니 (언더인지 오버인지 모르겠다) 눈이 펑펑 왔을 때 10분 갈 거리를 4~5시간이 걸려서도 못갔다는 전화를 받았던 생각이 난다.
그때 길 위에 있던 사람들은 20km의 속도라도 주행하고 싶었겠지.
낡고 칠도 다 벗겨진 표지판이 시사하는건 뭘까..
200km의 속도로 달려도 늘 뒤쳐지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인생에 조금 천천히 움직이라는 의미일까..
이 표지판은 지금 집이 있는 면내의 운전면허학원에 있는 표지판이다.
너무 낡고 어이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과연 학원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가끔 차가 움직이는 걸 보면 운영을 하고 있긴 한거 같다.
군내의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학원은 참 생뚱맞다.
고립되어 살고 싶어할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 생활은 동경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골은 낙천적이거나 인정이 많거나 서로를 살뜰히 보듬는 곳이 아니다.
끈끈한 인과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구설수에 오르고 낭만의 고립대신 날선 이방인을 대하는 시선의 날카로움으로 고립되는 곳이다.
시골은 살벌한 곳이다.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정말 뼈속까지 시릴만큼 냉정하고 모멸차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모두 사기다.
시골 마을에서 사진이라도 한장 찍을라치면 어디선가 나타난 누군가가 상처입은 고양이의 눈빛을 하고 뭣 때문에 사진 찍는거냐고 묻는다.
그저 낡은 것이 멋있어서 한적함이 좋아서라고 얘기하면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가열차진다.
도시에서 인간관계를 훌륭하게 영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골은 무서운 곳이 될 것이다.
이 표지판 하나를 찍기 위해서도 사람이 없을시간, 쉴 것이 확실한 날을 골라서 가야했다.
걸리면 분명 질문과 맞닥뜨릴 것이기에..
한 장의 사진을 놓고 별 시덮잖은 얘길 다 하네..


황혼녘은 아름답다.
마음의 감성을 움직이고 내면에 잠들어있던 영혼을 일깨운다.
노인들의 굴곡진 주름과 달관의 미소를 닮았다.
누구나 빨리 늙고 싶은 때가 있을 것이다.
황혼의 풍경을 보노라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빨리 늙을 수 있다면 좀 더 빨리 인생이란 어려운 화두에서 달관할 수 있을까 하는..
황혼의 어둠은 두려움일 수도 있고, 안온함일 수도 있다.
한자투로 안온하다고 말해야 하는 언어의 모순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속해 있는 의무때문일까..
안전하고 온건하다고 풀어 말해도 마찬가지인 의무의 속박감
그저 두서없이 해질녘 풍경은 때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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