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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어떻게 살 것인가」

빨간부엉이 2019. 1. 27. 14:35


「어떻게 살 것인가」

지은이: 유시민

펴낸곳: 생각의길

분량 : 330여쪽

2018년 2월27일 초판 27쇄 발행본 읽음

 


새로운 책,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책을 읽으면서 드는 마음이란건 설레임보다는 내면의 성찰이 주는 무게감 같은 것이 훨씬 클 것임에 분명하다.

정치나 뉴스등에 일체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사는 내게 유시민이라는, 한때는 정치인으로 지금은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식 소매상’이라는 신분의 작가로 보여지는 인물은 방송에서 간헐적으로 보게 되는 이미지가 전부였던바 그의 글을 한번도 읽거나 보지 못했기에 평가라는 건 항상 유보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작가로서의 유시민 선생의 글을 내가 처음 접한 글이 되겠다.

 

책은.. 어찌보면 작가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렇기에 일견 이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유시민 작가의 자서전 처럼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시대와 시간의 이야기속에 책의 주제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지식 소매상이라는 본인 주장의 신분에 맞게 그는 이 책에서 무수히 많은 저작들과 웹 상의 블로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등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런 인용구들의 신뢰성이 주는 정합의 문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것인가는 일단 배제하고 보면 글에서 묻어나는 건 단호함과 신뢰감 같은 것들이 아닌가 싶다. 명성이란게 헛되이 전하지 않는다는 유치찬란한 무협지 속 관용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작가의 글은 뇌리에 쏙 박힐만큼 자연스럽게 읽혀진다.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내가 끄집어 내야하는 건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백이라고 해야하려나.. 나약함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의식이라고 해야하려나.. 나는, 내 마음이란건 참 갸냘프고 어리석다는 걸 늘 헤아리고 있다. 강한 마음으로 세상과 맞닥뜨리라는 건 언제나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지만 그렇게 정해져버린 내 유약한 마음의 결정체는 쉬운 가치를 적용시키지 못한다. 살아가는 누구나 그렇지 않겠는가.. 맘 먹은대로만 된다면 안되는 일 따위는 없을테니까.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두려움 많은 마음이란건 늘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충동을 불 앞의 화약처럼 짊어지고 있는 게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형제 자매의 죽음, 생활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 오해와 멸시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 어떤날들.. 그런 때마다 의식의 기저에서 쉬고 있는 충동은 날 죽음 앞으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만든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갖가지 생의 ‘미련’ 같은 것들이겠지만 미련 마저 놓게 되는 어떤 날이 올까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갑작스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책을 읽으며 드는 바보 같은 지난 날들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치열하게 살아보지도 못했고, 부딪치고 깨져가는 고통을 정면으로 맞닥뜨려가며 살아 오지도 못한 도망자의 삶을 직시하게 되는 불편함 같은 것들.. 그런 상념들이 날 힘들게 하는 듯 했다. 이제 남은 생은 그냥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생의 3분의 2를 넘게 산 작가도 남은 3분의 1의 삶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중하게 고민하는데 나는 아직 절반이나 더 남은 삶을 벌써 포기한듯이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깨달음.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했던 진실)

 


그 깨달음을 당장 내일의 시간에 반영하진 못할 것이다. 종이에 먹물이 스며들 듯 조금씩이라도 변모한다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어떤 의식의 변화외에도 많은 지식과 이야기들이 이 책의 행간에 녹아있다. 어쩌면 그 재밌기까지 한 지식들은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주어지는 작은 보너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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