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Music

BAND-MAIKO - [S/T]

빨간부엉이 2019. 4. 14. 14:23

BAND-MAIKO - [S/T] / Nippon Crown / 2019

List

1. secret MAIKO lips
2. 虎 and 虎
3. YOLOSIOSU
4. ansan
5. Akasimahen
6. すくりーみんぐ
7. 祇園町


작년 만우절에 밴드명을 바꾸고.. 어쩌고 하는 이벤트를 했던 Band-Maid는 올 해는 그 이벤트를 확장시켜 한 장의 앨범을 내놓았다. 그것도 Band-Maid의 이름이 아닌 Band-Maiko의 이름으로 말이다. Band-Maid가 여급이나 하녀의 복장을 컨셉으로 하는 밴드였다면 Maiko는 좀 더 일본내의 내밀한 속내를 보여주는 이름으로 전환된다. 도제시스템이란 표현도 어쩌면 일본에서 끌어온 문구가 아닐까 싶은데.. 우리 나라로 치면 기생이 되는 단계도 견습부터 연회에 나갈 수 있는 단계로 점차 진화해 나갈텐데 폐쇄적인 이런 시스템 안에서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직업이든 문화든 예술이든 계승시키는 오래된 승계와 전승의 방식인 도제 시스템은 인터넷과 유투브의 발달로 거의 사라지거나 무너져 가는 시대를 맞이했다. Band-Maid는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이코는 게이샤 견습생으로 몇 개월에서, 대도시에서는 5년까지도 견습생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잡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미나라이라는 단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기모노를 입고 일본 전통 국악기 사운드를 배치하면서 펼쳐지는 이 만우절 이벤트는 어찌 보면 꽤나 불편해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 내밀하게 자국의 우익적 입장을 로비와 사람들을 매수하여 일본의 입장을 대변시키는 그러한 물밑 공작을 통해 세계에 전파시키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왔기에 대중음악의 한 축을 이용해 자국 문화를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은 표현이 될 만큼 이 이벤트 앨범은 말 그대로의 '일본색' 이 물씬 풍겨 나는 것도 사실이다. 재킷부터 우키요에의 대표적인 작품인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작품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끌어와서 콜라쥬한 이미지며 밴드 멤버의 이름들을 게이샤의 명패처럼 꾸며서 제시하는 것이나 기모노를 입고서 일본 전통의 료칸 등에서 연주하고 있는 듯한 뮤직 비디오, 사운드 면에서 샤미센이나 코츠즈미등의 전통 국악기를 풍부하게 배치하고 노래의 언어도 표준 일본어가 아닌 간사이벤으로 치환하는 등 삐딱하게 보자면 이 앨범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의 시대였다면 불경한 일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물이든 무엇이든 시각이나 생각은 한쪽으로 편향되는 게 어쩌면 사람들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불편한 시각에 초점을 맞추면 이 앨범을 들을 수 없다. 마음 한켠에서 그런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도 거짓말이 되겠지만 순수한 면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Band-Maid는 일본 사람들이고 자기네 문화를 사랑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이 이벤트 음반이 불편해 보이는 것뿐이다. 살짝만 삐딱하게 빠져보자면 BTS가 한복을 입고 가야금과 장구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 낸 음반을 가지고 공연 등을 하거나 한다면 일본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 각자 나라에 속한 사람들이 가지는 저마다의 생각의 한 축일뿐이다.

음반의 속내로 들어가 보자

시작부터 이 음반은 하나의 소극처럼 들린다. 무대가 있고, 일본에서 연말에 한 해의 잘잘못을 따져 묻고 하는 도깨비가 등장하는 왁자지껄한 어느 지방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주는 추임새들로 시작하는데 이 음반이 정식 앨범이 아닌 밴드의 이벤트성 음반임을 새삼 환기한다. 극이 시작할 때 치는 북소리로부터 시작하여 일본 전통 악기들의 사운드로 시작되는 느낌들은 새로우면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갖는 어떤 전통의 익숙함이 물씬 밀려온다.

새롭게 편곡된 익히 듣던 음악이 주는 새로움 (secret MAIKO lips)과 의성어를 적극 활용하는데서 오는 귀여움과 흥겨움 (虎 and 虎) 을 넘어가면 Band-Maid 특유의 정석적인 화려하고 강렬한 사운드 풍경이 이 이벤트를 화려하게 물들인다.(YOLOSIOSU) 여기까지를 이벤트 극의 1막이라고 한다면 1막이 이벤트의 분위기를 돋우는 왁자지껄한 오프닝격으로 봐도 좋겠다.

극이 2막으로 넘어가면 진지하게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어쿠스틱한 편곡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Band-maid의 정규 앨범 등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기에 뭐랄까 초집중하게 만든다고 할까 (ansan) 그러함으로 인하여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서 극의 집중력은 절정에 이른다. 'Akasimahen' 에서는 간사이벤을 사용한 변화의 분위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가창에 집중하게 하면서 국악기의 사운드와 밴드의 음악에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겹쳐 놓으면서 청자와 이벤트 극을 감상하는 이의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는데 밴드의 사운드 지향점을 앞으로 이렇게 잡아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극은 피날레를 향해 가는 듯 다시금 진중함과 화려함을 펼쳐놓는다. (すくりーみんぐ) 여기에 엔딩은 밴드에서 이번 극의 타이틀로 정한 듯 뮤비로 제작된 '祇園町' 가 자리하는데 극을 마무리하는 엔딩곡으로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Akasimahen' 이나 'すくりーみんぐ 이 주는 만족감.. 특히 'Akasimahen' 의 만족감이 너무 커서였을까 뮤비는 '祇園町' 가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살짝 남는다.

좋으면서도 불편한 이중적인 감정과 감상의 잣대가 함께 하는 게 사실이다. 탈국가화 시대에 이 무슨 감정인가 싶기도 하지만 살아오고 뇌리에 주입된 이념 같은 것들은 쉽게 무시할 수 없구나 싶은 씁쓸한 마음도 한편에서 쓸고 지나간다. 응한님이 매번 금전적 노고를 아까지 않는 덕에 좋은 음반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살지만 이 비싼 음반의 상술은 아쉽기 그지없다. 7곡에 뮤비 DVD가 수록된 음반에 재킷 보호 주머니 하나 만들어서 넣어놓고 제시하는 엄청난 가격대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솔직한 마음이다. 정말로 'Akasimahen' 이 보여준 훌륭함이 없었더라면 음반에 대한 얘기 따윈 아마 안드로메다행이었을 것이다..^^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와 - [다녀왔습니다]  (2) 2019.11.16
Sasaki Konomi - [Kokoro no Uchi ga Wakareba Ii no ni]  (2) 2019.07.07
BAND-MAID - [Glory], [Bubble]  (6) 2019.02.05
산이슬 - [고운노래모음]  (2) 2019.02.05
Chihiro Onitsuka - [Sugar High]  (2) 2018.12.1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