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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시로 - [모퉁이 돌면]

빨간부엉이 2020. 7. 18. 12:14

시로 - [모퉁이 돌면] / 2016 / JOEUN Music

List

1. 새봄
2. 연못이 있던 자리
3. 모퉁이 돌면
4. 아마도
5. 신호
6. 아무튼 계속 돌았다
7. 의자가 놓여 있던 곳
8. 여섯 줄의 시


차승민이라는 대금 연주자가 리더로 있는 국악 프로젝트 팀인 ‘시로’

팀명인 ‘시로’는 시로 음악을 빚어 세상에 퍼트리기 위해 그런 팀명을 지었다고 한다. 이 음반은 8곡의 수록곡을 담고 있는데, 6곡은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음악을 들려준다. 김지하, 장석남, 임이창, 이원, 장이엽, 류시화 시인의 곡을 음악 안으로 끌어안고 있다.

대금과 장구, 가야금 소리가 녹아들고, 그리고 정가로 노래하는 곡들이 음반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크게 국악 음반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이제 퓨전이니 무엇이니 하는 용어들로 우리의 소리들을 가치 절하할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이제 국악의 소리들을 끌어와 지금 여기에 맞게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는 일은 섞임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창조와 new sound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보여진다. 그러함 들을 아주 잘 보여주는 음반이 시로의 이 음반이 아닌가 생각된다.

음반을 듣기 전에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생각하기를 ‘대금?, 장구? 가야금? 정가? 뭔가 뻔한 소리가 나올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어쩌면 잘 부합하기도 한다. 그런 기시감과도 같은 사운드가 펼쳐지는 순간에 시로의 음악은 굉장히 큰 한방을 청자의 명치에 강력하게 꽂아 넣고 있는데 연주곡인 ‘신호’와 이원의 시에 곡을 붙인 15분이 넘는 대곡인 ‘아무튼 계속 돌았다’에서 보여지는 전혀 다른 터질듯한 에너지감 충만한 록 사운드의 반전이 그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두 곡은 라이브 연주를 음반에 담고 있는데 해체된 언어의 몽타주 안에서 그림을 찾아야만 하는 이원의 시에 어울리는 장대하며 난해한 록 사운드는 과거로 회귀된 위대한 프로그레시브의 사운드를 연상케도 한다.

무엇이든 단언하는 것이 너무나 위험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 듣기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리스너라면 이 음반을 청취한다면 새로운 음악 듣기의 먼 산을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비록 그 산이 시지프스의 측량할 길 없는 시간이라 불리는 산 꼭대기를 말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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