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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혜 차지스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 2020 / 레이블 어딘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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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나무 아래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이 음반을 듣는 사람들에게 전래되어오는 우리네 시골의 제례나 샤머니즘에 대한 기억의 의식을 소환한다. 
사람들의 치성의 끈이 알록달록하게 매달려 있는 당산나무의 풍경은 실제로 접했든 접하지 않았든 의식 속에 모두들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 풍경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당산나무는 물 방앗간이 아니기에 이 음반의 목적은 에로틱이 아니라 조금은 으스스할수 도 있는 한판 굿을 펼치는 자리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씽씽의 음악으로 민요를 소비하는 방식을 대중들이 의식 안에서 바꿀 수 있었다면, 지금 현재는 이날치의 음악이 고색창연한 판소리를 힙한 사운드로 소비하며 열광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렇지만 정작 거기에서 민요나 판소리는 정말 새롭게 젊은 청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늘 품게된다. 소위 말하는 요즘 먹히는 사운드 위에 얹기 위해서 차용하는 이미지일 뿐인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씁쓸한 느낌을 가질 때도 있다. 물론 씽씽의 음악이나 이날치의 퍼포먼스를 내가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우려를 하게 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맞다. 대표적으로 이날치의 핫한 ‘범 내려온다’ 같은 경우는 그루브와 사운드의 정서에 열광할 뿐 가사에 집중하기는 힘들다. 말 그대로 범 내려온다라는 가사 외에는 다른 부분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 듣는다는 댓글은 그 우려에 대한 증거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추다혜 차지스의 신보는 우려의 연장선에 놓여 있을것인가 아니면 지금 붐이 일어난 새로운 시대의 사운드에 대한 연장을 이끌어 가는 하나의 연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음반을 감상했던 거 같다. 씽씽의 소리꾼이었던 추다혜가 결성한 추다혜 차지스는 록과 사이키델릭, 재즈와 레게등 다양한 사운드를 음반의 배경으로 끌어온다. 거기에 붙여지는 메인은 어디 한 번 곁가지로 빠지지 않은 채 오롯이 한판 굿을 위한 무가의 사설을 신명나게 읊어 나가고 있다. 시골 출신이지만 정작 굿을 하는 현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추자혜의 사설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 의해 학습된 굿 판의 풍경에 매칭되어 비교되는 게 좀 안타깝긴 하다. 그렇지만 좋았던 것은 전통적인 굿의 사설들을 그대로 가져다가 변주 한 것이 아니라 모든 내용을 추다혜가 직접 써내려 갔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답습이 아니라 굿이라는 커다란 틀거리를 빌려와 그 밖에서 틀거리에 얽매인 전통을 바라보며 벌이는 한판 새로운 놀이에 가깝게 들린다. 그 놀이의 목적은 어쩌면 팬데믹으로 인한 사람들 마음의 두려움을 날려 버리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차지S차지’의 가사들에서 언급되는 모든 대상과 가치들은 이 음반이 추구하는 한판 굿의 화살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무속이니 굿이니 하는 것들의 실효성을 믿지는 않지만 의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나약함이 무엇엔가 기대어 삶을 이끌어 나갈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에 반드시 세상살이에 무효한 가치는 아닐 것이다. 
이 음반은 아마도 그 가치의 효용에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내려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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