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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김애리‎- [아쟁산조, 박대성류 ]

빨간부엉이 2021. 1. 31. 14:05

김애리‎- [아쟁산조, 박대성류 ] / 2019 / GOG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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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짧은 산조
2. 긴 산조 - 진양
3. 긴 산조 - 중모리
4. 긴 산조 -중중모리
5. 긴 산조 - 자진모리


부산 국립국악원에서 아쟁 연주를 하시는 김애리 님의 박대성류 아쟁산조 음반을 감상해봤다. 국악원에 계시는 분께서 감상해보라고 보내주셔서 고맙게도 청음의 기회를 가져본다. 

일전에 창작곡으로 이뤄진 다른 분의 아쟁음반을 감상해 봤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는데, 창작곡 음악이 감성적이고 예쁜 사운드였다면, 전통적인 한 유파의 국악 음반을 감상하는 것은 일단 귀를 여는 자세부터 틀리게 만드는 것 같다. 뭔가 각 잡고 온몸을 다해 경청해야 하는 느낌이랄까..ㅎ

그나마 좀 귀에 익은 것들이라면 가야금 산조 정도인데, 거기서도 몇 개의 류파의 음반들을 들어본 게 다인데 아쟁 산조에 어떤 유파가 있는지도 잘 모르거니와 그 특징들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인데, 지금부터라도 귀에 익혀가면 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반성 반성..

김애리 님이 연주하는 아쟁 산조 안에 담긴 음악은 누군가의 삶을 집대성한 소리 일 것이고, 그 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여 밖으로 내어놓은 일이기에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산조 음반들에서 연주인들의 소갯말에 큰 고심과 노력 끝에 음반을 내놓는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 걸 보면 산조 음반이 결코 음악인들에게 쉬운 음악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저 듣는 나 같은 청자는 들어서 좋으면 좋고, 아니면 내치고 그 정도로 끝나고 말지만 전통을 계승하고 이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임을 듣는 우리도 이제는 좀 알아줘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소리는 고수와의 호흡이 좋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레코딩이 감상에 몰입도를 높혀 준다는 느낌이다. 한쪽의 부피감이 작은 레코딩에서 오는 이질감이 없어서 좋다고나 할까. 마스터링 과정에서의 착색이랄까, 그런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있는 그대로 쌩 소리를 녹음해서 고대로 전달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음반의 가치는 듣는 이에게 조금 편하고 좋게 들릴 수 있도록 조금 가공... 또는 양념을 치는 그런 조율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밍밍하고 건강한 음식이 좋긴 하지만 때론 MSG 첨가된 음식들에서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ㅎㅎ 

감상의 느낌은 한이 서린 슬픔의 정서가 가득하다고 생각되었다. 현이 눌리고 펴지고 하는 일련의 동작들에서 배어나오는 김애리 님의 연주가 주는 정서는 어쩜 이리도 슬픔의 묻어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저음이 많이 강조되는 아쟁의 소리 특성 때문에 말 그대로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지만 연주자가 갖는 기량과 박대성류 산조의 미학이 원래 그런 가치에 원류를 두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한 서린 소리의 음률은 절로 영화 서편제에서 유명한 소릿길 장면에 나오는 진도 아리랑의 변용된 소릿자락 한 대목을 떠오르게 한다. 

'저기 가는 저 기럭아 말 물어 보자, 우리네 갈 길이 어드메뇨' 

갈 길이 어딘지도 모른체 길 위의 삶을 살아가는 건 정착민이거나 유목민이거나 어차피 마찬가지인 게 인간사 진리가 아닐까. 그 운명의 수레바퀴 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인생사에 누구에게나 맘 속에 한 맺힌 서사는 존재할 것이다. 그 서사를 쓰다듬고 위로해주기 위해 음악은 존재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애리 님의 아쟁 산조가 그 가치의 한켠을 차지할 만큼 마음 치유제로써 작용했음을, 그리하여 오늘 나는 이 음반을 감상하며 내 오랜 믿음을 굳건히 해볼 수 있었기에 감사함을 가져본다. 

김애리 님이 음반에서 '입이저심入耳著心' 이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들은 것을 잊지 않고 계승하는 것은 후학의 몫만은 아니지 않을까. 대중은 시대와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 거기에는 문화에 대한 좋고 나쁨, 옳고 그름에 대한 이해도 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애리 님이 한 장의 음반을 통해 '입이저심'의 자세를 물질화된 음반으로 보여주셨다면, 그것을 들은 우리들은 소리의 가치를 깨닫고 누군가에게 알리고 남길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자.

정진하여 또 다른 감동으로 음악을 들려주시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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