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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지은이 : 이용덕
옮긴이 : 김지영
펴낸 곳 : 시월이일
분량 : 450쪽
2021년 8월 11일 초판 1쇄 본 읽음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출간된 재일 작가의 소설인듯하다. 제목이 굉장히 강렬해서 도서관에 구입 신청해서 읽어보게 됐는데, 내용 또한 만만치 않게 강렬했던 것 같다.

흔히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일본인에 의한 재일 한국인의 학살이라면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을 퍼트려 학살에 이르게 한 사건을 가장 많이 떠올릴 거 같은데, (이때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분하기 위해 말을 시킨 게 '1원 50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치 않을 수도..) 책의 제목은 당시 죽창으로 재일 한국인을 학살하던 시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죽임을 당하기 전의 재일 한국인의 어떤 이야기나 행동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혐한'이라는 말이 뿌리 깊게 우리에게도 뇌리에 박힌 만큼 현재 일본 사람들의 의식에도 상당히 일반론적인 단어로 들리지 않을까 싶다. 대중의 의식을 조장하고 이용하기 위한 장치라는 말도 있기에 대다수의 일본인 의견은 아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하곤 하지만 '혐일'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일본을 역사적 과오를 사과하지 않는 점에서 비판하곤 하지만 혐오까지 끌어들이면서 거부하지는 않지 않는가 라고 또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좀 더 관대하다거나 그런 얘길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혐오한다는 건 인간의 의식 문제이므로 국가적 정치적 관계를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정서를 조장하고 이끌려가는 건 역시나 국가제도에 속한 사람들의 문제이기에 의식 안에서 배제하거나 제외시킬 수 없는 부분도 사실이다.

책은 약간의 근 미래를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재일 한국인을 물러가라고 하는 증오 시위나 연설 등이 금지된 시대지만 역시나 뿌리 깊은 의식 속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의 여동생이 살해당하거나 하는 일들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그런 시대.
일본에 거주하고,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땅에 피의 원류를 지닌 사람들의 정체성 혼란 등에 대한 기술도 눈여겨 볼만하고 그 차별과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향하는 일련의 집단 속에 한 여성 화자를 통한 편지체 서술 등은 이 책을 읽는 상당한 이유 발견과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의 행보와 이야기와 대화들이 얽히는 가운데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어떤 급진적인 행보를 보이는 한 인물이 이 소설의 주축을 이룬다. 어떻게 보면 그 행위 자체는 좀 이해나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고, 소설적으로도 설득력도 좀 없어 보이고 그렇긴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그런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기억에 남고 오래 의식 안에서 맴 돌 것만 같은 그런 소설이라고 맺음하고 싶다.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한국 사람으로 가져야 하는 의무와 정서 안에서 어떤 사고로 세상과 타국의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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