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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홍학의 자리」

빨간부엉이 2021. 8. 8. 09:46

「홍학의 자리」


지은이 : 정해연
펴낸곳 : 엘릭시르
분량 : 335쪽
2021년 7월 26일 초판 발행본 읽음


확실히 정유정, 김은희 작가의 성공 이후 스릴러 장르에 대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 건 사실인 듯 하다. 파생되는 서브 장르의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어 스릴러, 추리물, 오컬트등의 장르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내겐 즐거운 시간들의 연속인 셈이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도 책 소개하는 포스트에서 상당히 흥미를 끄는 도입부의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해서 1착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스릴러 장르지만 추리 소설의 얼개를 지니고 있다. 아내와 별거하여 지방으로 내려온 냠녀 공학 고등학교 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 소설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은 자기 반의 고아 학생과 심야의 교실에서 정사를 벌이는 파격적인 시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야간 경비의 눈을 피해 외부로 나가라고 하고서 시간을 끈 후에 돌아와 본 교실에서 그 학생이 나체로 칼에 찔려 살해 당해 천정에 목 매달린 걸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호수에 시체를 유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머리 싸움 속에서 진실을 밝혀 내고 범인을 잡기 위한 형사들과 죄를 뒤집어 쓰지 않으려는 주인공과의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서사들이 발빠르고 흥미롭게 전개되어간다. 

많은 추리, 스릴러물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이 소설의 전개와 장치들은 잘 직조된 퍼즐을 연상케 한다. 한 개의 조각이라도 어긋나서는 유치해져 버리는 장르물의 특성을 작가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테고, 얼마나 고뇌하면서 장치들의 유기적 연관 관계를 형성해 나갔을지 노력이 보이는 듯 하다. 초반에 범인을 노출시키는 것도 실패며, 말미에 전혀 엉뚱한 범인을 독자에게 들이미는 것도 개연성 부족의 실패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결말은 상당한 의미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바꿔 말하면 이 반전의 포인트가 알려진다면 이 작품의 모든 이야기들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만 책을 읽기 전의 독자에게 투척한다면 읽을 가치가 없는 소설이 되버리는 무모함. 이것은 마치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라던가,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라는 외침을 듣고 영화를 보면 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아직 그 위험한 2~3글자의 함정을 피해서 이야기의 즐거움을 누르고 싶다면 빨리 도전해서 먼저 그 즐거움을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충분히 그럴 만한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다. 「홍학의 자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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