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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빨간부엉이 2023. 8. 30. 21:41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지은이 : 심채경
펴낸곳 : 문학동네
분량 : 272쪽
밀리의 서재 E-book 읽음

방송 <알쓸인잡>을 통해 알게 된 천문학자 심채경 님의 에세이. 
점점 뭔가에 대해 쓰는게 어렵고 시간도 없고 힘이 든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십수 년 유지해 온 블로그를 열어두자니 뭔가 그래도 내용은 추가되어야만 하는 부담감이 늘 자리하고 있는 데다가 예전에는 그래도 뭔가를 끄적끄적 하곤 했는데 이마저도 하기 싫거나 귀찮다고 생각이 되니 그냥 블로그 문을 닫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하곤 한다. 어쨌거나 열려 있으면 개점휴업 상태로 둘 수는 없겠기에 말이다. 

그런점에서 심채경 님에게는 죄송할 따름이다. 들은 음반에 대한 짧은 후기를 남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그래도 책은 읽고 나면 뭔가 읽었다는 기록이라도 남겨야지 생각해서 근 2년여간은 읽은 책에 대해서는 후기를 적곤 했는데.. 이것조차도 버겁다는 생각 때문에 하기 싫어서 책을 다 읽고서 읽었다는 기록 남기는 것도 계속 미루다가, 이마저도 미루면 다음 책 읽은 것과 겹쳐서 마음의 짐이 왕창 지워질 것 같기에 울산 모텔 로비에서 컴퓨터를 켜고 그냥 넋두리처럼 몇 자 적어본다. 요즘은 시골 자취방에서 잠도 잘 안 잔다. 출장이 워낙 많아서 모텔을 전전하고 있기에.. 자취방에 인터넷이 되면 그래도 뭔가 포스팅을 할 짬을 내보겠는데 인터넷도 안되고 하다 보니 더 미루고 미루고, 사무실에선 점심시간이 아니면 뭔가 글 올릴 시간도 없고.. 
구질구질 게으름에 대한 변명은 끝이 없어라~~ㅋ

책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했다. ㅠ
방송인 심채경으로 처음 만났기에 인상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선하디 선할 것 같고 착하디 착할 것 같은 이미지. 세상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너무 다른 내면으로 살면서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악마 아닌 악마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내 눈에 보이는 건 참으로 반듯하고 매사에 아름다움이 묻어 날 것 같은 이미지로 보였다. 채경 님의 글은 그래서 그런 이미지와 참으로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정갈하면서 세상을 보듬는 따뜻한 언어들과 재치 있고 위트 있는 문장들이 미소 짓게 하고 따뜻함을 맘 속에 머금게 만든다. 이 분은 이공계의 분이지만 확실히 감성적인 부분이 문과 쪽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글과 생각, 방송에서의 언어 선택과 내어 놓는 음성의 조화로움 모든 것이 '착함' 그 자체로 만들어진 사람 같아 보였다. 이런 얘길 하면 본인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고 주위에서도 다른 평을 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보였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닌가?

천문학을 몰라도 이 책을 읽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에세이란 원래 그런거니까. 중반을 넘어서면서 천문학 이야기의 비중이 좀 높아지면서.. 또는 같은 이미지의 반복이 주는 나른함 같은 것들이 독서를 방해하면서 독서의 밀도가 느슨해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성들의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가슴 아팠고 (어떤 분야든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힘겹구나 하는 걸 새삼 생각하게 한다), 글의 거의 마지막 챕터쯤에 천문학자들은 '우리'라는 개념으로 논문의 공저자를 인류로 생각한다는 글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우리의 개념은 최대한 그 범위를 광활하게 가져가더라도 한국민에 대한 감정 이상을 넘어서진 못할 텐데 우주를 생각하고 바라보며 꿈을 키워온 이들에게 우리의 개념은 범지구적이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한다. 

에세이 전문가라 부를 만한 요조 작가의 글처럼 '글 참 잘 쓰네' 하는 감탄을 불러 일으키진 않지만 사람이 갖는 진정성이 주는 아름다움이 행간에 잘 녹아있는 좋은 에세이가 아닌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다. 먹는 것부터, 보는 것, 입는 것.. 기타 등등의 세상살이가 자극X자극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조금은 무해한 작가의 생각들이 전이되어 세상이 아주 조금이나마 순해졌으면 좋겠다. 밀도 높은 세상살이의 힘겨운 시간대를 보내는 모든 이의 시간이 그리하여 조금은 나른하고 밍밍한 한 잔 커피처럼 다가 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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