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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류츠신
옮긴이 : 이현아(1권), 허유영 (2~3권)
펴낸곳 : 자음과 모음
분량 : 447쪽, 713쪽, 803쪽
2020년 11월 11일 초판 2쇄 발행본 읽음
영상을 본 후에 원작 소설을 보면 나 같은 경우는 보통 재미가 별로 없게 느껴진다.
넷플릭스에서 이번 달 21일에 「삼체」를 드라마화해서 시즌1을 공개한다고 예고편을 본 이후로, 예전에 사놓은 「삼체」 박스셋을 읽어야겠다는 욕구가 불쑥 차올라 놀라운 집중력 (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을 발휘하여 이 두꺼운 세 권의 이야기를 읽어내고야 말았다.
몇 년 전에 1권만 읽은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2권의 전반부까진 읽었었구나 하는 기억이 났다. 여하튼 과거 무선판으로 번역되어 나와있던 책을 양장본 박스셋으로 내놓은 출판사 덕분에 나도 책을 구입했고... 묵혀두었다 이번에 읽을 수 있었다. 「삼체」는 '지구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 시리즈인 만큼 과거가 돼버린 지구의 4~5백여 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1부가 '삼체문제', 2부가 '암흑의 숲', 3부가 '사신의 영생'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다. 특이하게 보통 장편 이야기들은 책이 뒤로 갈수록 얇아지는 형태를 띠는데 「삼체」는 뒤로 갈수록 책이 두꺼워진다는 특징을 지닌다. 페이지수로만 보면 3권의 합이 일반 소설 7권 분량에 해당하는 만큼 독서에 쉽게 흥미를 못 가지는 사람들은 읽어내기 수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온갖 물리학의 이론들이 계속해서 나열된다. 물론 하단에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놓기 때문에 대충 그런 개념인가 보다 하고 읽어보고 넘겨도 무방하다. 「삼체」의 재미있음에 대한 특징은 물리학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가 보여주는 서사의 힘이기 때문이다.
류츠신이라는 작가가 이룬 위대한 업적은 「삼체」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하다. 보통 SF라고 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가, 그리고 그 상상력이 독자로 하여금 얼마나 리얼리티를 부여받는가가 관건일 거라 생각해 본다면 「삼체」의 진짜 같은 근 미래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위대한 역량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듯하다. 중국의 근현대 작품들이 근간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고 보이는데, 읽어본 것들은 아니지만 책의 소개 내용들 정도는 보는 편인데 굉장히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이 중국의 흑역사인 '문화 대혁명'을 주제나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좀 너무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삼체」 또한 그 흑역사를 1부에 끌어와 역사의 상흔을 가진 이들의 마음에 다시금 생체기를 내고 그리고 그 역사의 아픈 시간들이 지구라는 이 별에 어떤 시간을, 어떤 역사를 던 지 우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문화 대혁명을 장황하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시간이, 모든 사건이 소설 속에서 작용한다. 간접으로 전체를 장악하는 류츠신 이야기의 힘이다.
SF 소설이 어떻게 보면 피상적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용어와 유치한 개념들로 이뤄져있거나, 단지 미래의 시간대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SF의 딱지를 붙이는 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 이런 게 SF 지?'라는 마음속 물음들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이제 SF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삼체」를 읽고서 SF를 사랑하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라는 생각..ㅎ
읽어내는데 꽤 긴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오랫동안 맘 속에 있던 살면서 본 최고로 재밌는 책을 이제는 제치고, 인생 최고의 책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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