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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빨간부엉이 2024. 2. 13. 07:29

 

지은이 : 정세랑  
펴낸곳 : 문학동네 
분량 : 294쪽 
2023년 11월3일 1판2쇄본 읽음


세 권으로 계획된 소설인 듯 한 정세랑 작가의 '설자은 시리즈'의 1권인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읽었다. 읽은지는 한참 전인데 이제야 감상을...

정세랑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은 뒤로 이 작가가 어떤 식으로 글감을 글로 옮겨 오는지 조금은 짐작이 된 것 같은데, 이 번에는 시대극으로 점프를 했다. 미유키 월드를 만들었던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사회파 추리소설에서 갑작스레 에도 시대극으로 글쓰기를 전환한 것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싶긴한데.. 여튼 신라시대 수도 금성을 무대로 하지만 이 작품의 큰 얼개는 추리 소설에 빚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이었던 주인공은  손 위 오빠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성별을 속이고 오빠가 올라야 했던 유학길에 오르게 되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고생스런 시간을 거쳐 통일된 땅 신라로 돌아오게 된다. 첫 이야기는 돌아오는 배 위에서 벌어진 죽음을 다루고 있고, 이후는 신라에서 주인공인 설자은의 주변 사건들로 꾸며진다.

책을 접하기 전까진 명랑한 코믹 시대 사극같은 걸 기대했었는데... 문장과 심리묘사들이 꽤나 서정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명랑함을 가지긴 힘들었던 것 같다. 사건들은 어쩌면 단순하고 평면적이지만 그 안에 녹여진 여성의 지난한 시대를 엮어가고자 하는 작가의 오랜 뚝심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봤다. 

이야기는 이제 처음이고 권력의 날개를 단 설자은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듯한 통일 초기의 신라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다지게 되고, 남성으로 뒤바뀐 채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을 회복할지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몇 개의 단편들이 나열된 첫 권의 패턴을 탈피하여 장편으로 이야기에 힘을 실어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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