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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중국을 걷다」
지은이 : 이욱연
펴낸곳 : 창비
분량 : 268쪽
2024년 9월 23일 초판 1쇄본 읽음
도서관에 들렀다가 신간 코너에서 뭔가 느낌이 괜찮을 듯 하여 선택한 책인데, 연휴 기간에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나니 멈출 수 없는 흡인력을 지닌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재밌다? 즐겁다? 라는 느낌은 아닌데.. 굉장히 흥미진진했던 거 같고 글의 구성이 정말 뛰어난 책이 아닌가 생각 된다. 여행기를 표방하지만 사실 장황하게 뭔가를 서술하고 거리를 묘사하고 음식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 놓는 여행기와는 결이 다른 책이다. 작가분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모 대학의 중문과 교수님으로 책도 여러권 내신 듯 보인다.
젊어서부터 중국에 유학을 하고 지내셨기에 (아마 80년대 말부터 인 듯 하다) 이제 긴 시간이 지나서 제목 그대로 '홀로' 중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적어간 여행기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이 책은 여행기는 아니다. 여행기를 가장한 고도의 인문서이고 유명 중국 작가들에 대한 안내서이며, 각 지역의 전통 음식과 노포들을 간결하면서 맛깔나게 소개하기도 하는등 책을 잡은 독자가 탈출 할 기회를 주지 않는 종합 중국 안내서처럼 읽힌다.
지금의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잠시 접어두고 약간 먼지 부옇게 낀 유서 깊은 거리의 중국 (영화에서 학습한 이미지겠지만) 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저자인 이욱연 교수는 베이징을 위시하여 하얼빈까지 잘 알려지기도하고 낯설기도 한 중국의 도시와 소읍들을 짤막한 소묘처럼 묘사한다. 여행기일 수 없는 것이 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페이크가 아닐까 싶고, 그 도시에서 시작한 이야기로부터 중국의 유명 작가들과 작품을 중국의 근 현대사에 버무려서 맛깔나게 소개한다. 아마 맛깔나게 소개하려고 하신건 아니겠지만 너무 재밌게 읽어나간 내겐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중국 근현대사의 작품들이 한국에서 거의 소비되지 않은 수십년을 거쳐왔기에 소설책은 그래도 꽤 읽고 살아왔지만 중국 작품들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고, 그렇기에 이 책에서 소개 되는 작가들의 이름들이 대부분 낯설어서 외려 흥미있었지 않았나 싶다. 라오서, 장하이링, 딩링등의 작가들 이름이 뇌리에 아로 새겨진다. 아마 향후 몇 년간 내 독서의 향방이 이쪽으로 기울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아주 많은 작품들은 아니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들이 작품들이 몇 권 씩은 번역이 되어 출간된 것을 확인하니 맘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생각에 기쁨이 솟아 오른다.
한 권의 여행기 아닌 여행기는 한 독자에게 수십년의 타국 문학에 입문할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과 누군가의 행동이 세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오늘 또 새삼 실감하면서 하나의 언행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함을 생각케 된다. 물론 언제나 생각뿐인게 나라는 사람이겠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ㅎ 그래도 찰나의 순간이라도 변하고 싶다거나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 그것만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