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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레 미제라블」

빨간부엉이 2025. 1. 24. 08:50

「레 미제라블」

지은이 : 빅토르 위고
옮긴이 : 정기수
펴낸곳 : 민음사
분량 : 1권 1,038쪽 / 2권 1,082쪽
2021년 7월 20일 2판 1쇄본 읽음


죽을 고비를 넘기듯 힘들게 읽어낸 소설. 

이라고 써놓고 보니 너무 비장하다..ㅎ 지난 수 개월.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발단은 색시가 방송작가 친구랑 무슨 행사에 갔다가 받아온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레 미제라블」 1권이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책꽂이에 꾳혀 있었는데 당연히 1권 뿐인지라 볼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작년에 눈에 띄길래 꺼내서 몇 장을 읽어 봤는데 술술 읽히고 재밌었던거라. 그래서 '아! 사서 읽어야겠다' 싶어서 찾아보니 민음사에서 소장 욕구 자극하는 두 권짜리 양장본으로 책이 나와있어서 기왕 사서 읽을 거 멋진 걸 사야지 (양장본 애호가..ㅋ) 하는 생각에 덜컥 장만을 해두었다가 숙제를 하듯 읽기 시작했다.

아.. 이 책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분량은 2천쪽 쯤이니까 일반 소설로치면 6~7권 분량이니 맘 먹으면 금방 읽을 수도 있는 분량이었지만 간과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번역이었다. 펭귄클래식의 완역본 1권을 읽을 때 술술 읽히고 재밌었기에 이 책도 재밌을 줄 알았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번역이 사람을 잡는 책이 있을 줄은 몰랐다. 딱딱한 문체와 맥락없이.. 마치 구글 번역기라도 돌려서 그대로 복붙한 듯한 느낌의 내용 진행은 책을 읽는 내내 고문이라도 당하는 기분이었던 듯. 몇 장 읽다가 며칠 또는 몇 주 씩 책장을 열기가 싫어서 미뤄가면서 파먹듯이 읽다보니 결국 다 읽긴 읽었다. 지난해 말일 전까지 다 읽고야 말리라 했지만 결국 해를 넘겨 1월 초에서야 마무리했다. 2권을 읽다가 전주에 갔을 때 펭귄클래식 1권의 앞 부분 말고 중간 부분을 보면 어떨까 싶어서 무작위로 펼쳐서 읽었는데 글이 잘 읽히고 재밌다는 기분이 여전히 들었는데 역시 책을 읽을 때 어떤 책을 선택해야하는지 새삼 실감한 사건이 될 것 같다. 

다 읽은지도 몇 주가 지났는데 게으름에 책 읽은 후기 몇 자 적는 것도 이제 너무 버겁게 느껴져서 이제야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본다. 이게 내 독서의 마무리 작업인 듯 하여..ㅎ
근데 새벽에 깨서 오늘은 일찍 출근해서 이 책 읽은 후기를 올려야지 싶어서 생각해보니 뭔가 어색한 부분이 생각이 났다. 소설 「레 미제라블」의 핵심 내용이야 전 세계적으로 영화나 뮤지컬덕에 모르는 분이 없을테니 통과하자면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도했던 실패한 혁명의 무대가 아닐까 싶은데, 보통 소설에서 이런 혁명의 서사는 고통받는 민중의 시간이 점진적인 쌓아올림을 통해 폭발하는 전개가 있어야하는데 「레 미제라블」에서는 이런 내용은 사실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갑자기 어느날 등장인물들이 행진을 하다가 어느 골목에서 바리케이트를 형성하고 투쟁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으면서도 '왜 이렇게 뜬금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은데 새벽에 생각해보니 이 부분은 사실 역사적인 실제 사건의 묘사지만 그래도 소설상에서 혁명이 왜 일어나야만 했는지의 당위성에 대한 묘사들이 충분하게 있었어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단순하고 소설 한 권 분량의 이야기로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지만 빅토르 위고는 잠깐 잠깐의 소설적 전개 사이에 엄청난 양의 시대상에 대한 묘사와 자신의 역사적 시간에 대한 견해들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다보니 이 책이 방대해지고 읽기 어려운 작품이 되버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렇기에 이 책의 번역은 읽는데 무리 없는 흐름을 가진 출판사의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면 최소한 민음사의 「레 미제라블」은 피하시길 ^^;;

책의 이야기 흐름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장발장의 인생역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들 아시고 있다고 생각할 이 책의 줄거리는 대부분 혁명때까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소설적 흐름에 있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더 흥미진진하고 만족스럽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소설의 종장에 와서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앞에 두고 몇 장에 걸쳐 서술되는 장발장의 힘겨운 이야기는 실로 감동스러웠고 눈물이 핑 돌게 하기도했다. 내가 이 책을 이렇게 힘겹게 포기하지 않고 읽었던 것이 이 마지막 몇 장을 읽기 위함이었구나... 거기서 받는 감동의 커다란 위중함을 느끼기 위해서였구나 하는 기분이랄까. 힘겨운 시간이 아주 길었지만 모든 걸 보상 받는 느낌이었고 감동을 통해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인내의 시간을 거쳐 「레 미제라블」을 읽을 가치는 충분함이 입증되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조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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