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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 Poem & Etc

시간은 유한하다

빨간부엉이 2007. 1. 7. 11:12

시간은 유한하다

빛은 블라인드 사이로 희미하게 부서진다.
마음은 부서진 빛의 조각을 따라서 정처없이 휘청이는데
갸냘픈 귀는 어느 낯선 음반, 처연한 보컬의 목소리에 휘감겨 영혼을 파는 장터에서 서성이고 있다.
때가 되면 애쓰지 않아도 네 마음도 네 귀의 영혼도 어느덧 블라인드도 통과하지 못하는 거룩한 신성의 빛처럼
부서지고 말거라고 누군가 내 이름에 속삭인다.
툭..하고 고개를 떨궈보니 그곳엔 오직 나 혼자 뿐이다.
아니,
마음이 머무는 곳에, 무언가를 들으려 애쓰는 귀의 영혼이 머무는 곳에, 한줌 흙 보다 짧은 이름을 거머쥔 내 짧은 생이 머무는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로 머무는 것은 시간뿐이다.
시간은 무한하지만 흔들리는 그네처럼 정처없는 영혼들에게 시간은 짧고 덧없다.
허무함이란 미친바람과도 같은 것이지만 바람에 떠도는 사람의 생각을 붙잡고자하는 끝없는 의식의 노력은 아름답다.
시간은 짧고 덧없지만 노력은 생각을 생각은 관념을 관념은 철학을 낳는다.
내게 시간은 유한하지만 나의 의미는 무한함속의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의 매듭과도 같은 것이리니
창가에 비치는 아침빛이 부서져 흩날린다고 너무 서러워해서는 안 될 일이리라.
그래, 시간은 끝을 향해 달리지만 영혼은 그것을 무서워해서는 안된다.
공포로 영혼을 팔아 지금을 잊어서도 안된다.

-어느 일요일 아침에..Minerva'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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