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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에 관한 긴 필름 -일급 살인}

빨간부엉이 2006. 3. 19. 22:37


{살인에 관한 긴 필름 -<일급 살인>}




요즘 신문에 보면 작고한 폴란드의 감독 크쥐스토프 키에슬로브스키의 회고전이 동숭인지 호암인지 아트홀에서 열린다고 한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이 상영된다고 하던데 보고는 싶고 볼 수는 없고 해서 울적한 마음에 비디오가게에 갔다가 예전에 감동적인 음악과 내용으로 기억되던 이 영화 ‘일급살인’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어느날 자신이 외롭다고 생각되고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대 곁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그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어느 누구도 특별한 사람은 없다. 단지 하나의 자아를 지닌 객체이고 그 지닌 것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된다. 우정은 사랑처럼 우연히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최근 영화 ‘더록’을 본 사람들에게 또다른 세상의 더록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알카트라즈섬에 세워져 단 한 명의 죄수도 탈옥에 성공하지 못했다고하여 붙여진 감옥의 별칭이 더록이며 영화 ‘일급살인’은 체제가, 그리고 도덕성이 말살된 주류가 벌인 만행에 대한 역사의 심판에 관한 영화다. 1934년에 세워져 1964년 영구폐쇄되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그 섬에서 탈옥을 기도했던 헨리 영이라는 한 젊은이가 당한 인권말살과 구타, 기초적 생존본능의 망각을 통해 쉽게 잊혀져가는 사람들의 기억이라는 것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도입부에 흑백화면으로 처리된 감옥에 대한 설명은 색채를 배제 시켜 그 섬이 삶이나 꿈 등의 그런 가치적인 것들이 소멸되었음을 암시하는 잔혹함의 암시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피해자 헨리 영 (케빈 베이컨)이 나타난다.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영화 속에서 그의 삶은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단지 그의 죄만으로 박탈할 수 없슴을 미화의 과정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무엇엔가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미화요 하나는 배척이다. 그 사이에서 진실을 캐내는 것이 관객의 몫일 것이고, 어쨌거나 규정상 -규정이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것을 누구나 잘 알지만- 19일 이상의 독방감금 지침을 무시당한채 단순범죄자인 헨리 영은 탈옥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감금당하여 3년2개월을 햇빛 한점 없는 독방에서 보내게 되고 그리고 종내 기억속에서 사멸해 가는 것이다. 헨리 영의 반대급부적 인물로 글렌 부소장 (게리 올드만)이 등장하고 그의 삶의 철학이라는 것이 누가 선량하며 누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에 의문을 품게 하며 반어적 표현으로 한 인간을 격리와 소외로 몰고 가는 대다수의 침묵을 비꼰다. 그의 잔혹성은 독방 감금이나 구타를 넘어서서 영의 다리 인대를 끊어 불구로 만들고 그의 사고와 행동을 복종이라는 이름으로 구속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케롤이 울려퍼지는 평온함 속에 더욱 절실함과 비장함을 돋우며 헨리 영은 다시 감금이 되고 나레이터이자 이 영화의 얘기를 이끌어가는 제임스 스템필(크리스찬 슐레이터)은 목소리만으로 그의 재활교육이 삼년째라고 담담하게 말을하여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조장하고 있다. 삼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헨리 영은 독방을 벗어나지만 발작적으로 탈옥을 밀고한 맥케인을 살해하게 되고 그리고 일급살인으로 기소가 된다. 그때가 1941년 6월 이었다. 사실 우습다. 사람을 죽이는데 등급이 있다는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고기의 부위별 등급을 따지듯 죄의 내역에 등급이 매겨진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여론의 욕구충족만을 꾀하는 것은 아닐는지 말이다. 어쨌거나 살해당한 맥케인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피가 식당 바닥을 적신다고 해도 잔인해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의 심정일까? 이로 인하여 변호사 초년생인 제임스 스템필은 첫 번째 사건으로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어버릴 처지에 처하고 둘은 감옥안에서 조우하지만 너무나 많은 환경적 차이로 인해 둘은 쉽사리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헨리 영)의 과거는 17살에 5달러를 동생을 위해 훔친죄로 현대판 장발장이 되어버렸고, 그 이후로 11년간이나 감옥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이다. 앞에서 미화가 어떻고 했지만 누군들 그 비참함에 공감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영화는 장르로서 법정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법정 장면속에 또하나 다른점은 배심원이라는 제도다. 열두명의 배심원은 서양에서의 완벽한 숫자의 개념(12)에서 기인하여 12명이 되었지만 과연 그 수가 완벽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을 그 사람이 되어보지 못한 다른 12명의 사람이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과연 옳은 일이고 가능한 것인지, 난 쉽게 가늠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재판은 진행이 되고 영화는 계속된 생각의 강요속에서 존재하며 제임스 스템필은 알카트래즈와 험슨 소장과 글렌 부소장을 고발하여 둘은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영화는 이 재판이 헨리 영의 재판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제도 속의 주류를 점한 신봉자들과 정의파의 싸움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감옥 속의 또다른 지하 감옥은 우리가 믿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배신의 온상으로써 제공되고 있고 그러함에서 기인한 갖가지 만행들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마저도 앗아가버리기를 주저하지 않음을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다. 재판 진행중 친구라는 존재의 담론속에서 그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해야 하는 친구의 개념이 그 불확실성으로 인해 둘은 관계가 소원해지고 영화속 둘을 연결지워주던 다마지오라는 야구 선수의 56게임 연속안타 실패 장면의 나레이션 삽입은 헨리의 삶의 끝을 암시하고 살인자는 그들이라는 헨리의 마지막 말속에 판결만을 남겨둔채 재판이 종결된다. 재판을 끝내고 둘은 카드를 던지며 자유의 시간을 만끽한다. 그리고, 영은 살의 없는 살인으로 인정받고 배심원들은 알카트래즈와 글렌을 고발한다. 그러나, 단순 감동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면 이 영화를 본 가치가 없게 되어 버린다. 세상사 진실이 얼마나 밝혀지며 진실이 얼마나 자주 승리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자주 밝혀질 수 없고 승리하기 쉽지 않기에 진실은 정말로 진실인 것이 아닐까? 영화속 아니 현실 속에서 헨리와 제임스는 이겨냈다. 이길 수 있다는 의지가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헨리는 역사와 무관심의 대중앞에 또 한 번 승리하게 된다. 죽음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어서 말이다. 그가 마지막 남긴 단어 ‘승리’처럼 헨리는 진정으로 승리했고 우리는 말없는 패배자로 역사의 후손이 되어있다. 하지만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고 누구에겐가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무한 자유 우린 지금 그속에 놓여있다. 수많은 자유가 방종을 낳아 지금 사회는 혼탁해 보이고 그 뿌연 혼탁위의 진실을 사람들은 갈망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가 극적 재미의 추구로 흥행에 성공한 반면 그다지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한 이 영화를 난 두 번째 보았고 그리고 새삼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진실을 추구해야할 힘을 말이다. 케빈 베이컨의 연기는 지금까지 그의 영화가 날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듯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으며 게리 올드만 또한 자신 특유의 악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크리스찬 슐레이터는 아르마니 스타일이든 반항아적 스타일이든 잘 어울리는 역할 변신의 귀재라 생각된다. 이런 세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한 편의 기억에 남는 영화. 참, 음악도 빼놓을 수가 없다. 크리스토퍼 영이 담당한 이 영화의 음악은 비장미와 극적 리얼리티를 더해주고 있으며 영화음악으로 내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라스트모히칸’에 견줄 만한 서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타임 투 킬’이라는 영화 속에서 법정물의 재미와 어거지적인 매튜 매코너히의 마지막 변론을 기억하신다면 그리고 이 영화 ‘일급살인’을 아직 보지 못했고 사는게 그저 따분하고 심심하고 한심하다 생각된다면 헨리 영의 비극적 삶에 대한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별표 몇 개를 영화에 부여하는가는 비평가나 평론가의 몫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몫인 것이다. 난 이 영화에 별 다섯 개를 부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택은 그대들의 자유다.

Text : "생각산실 빨간얼굴" 97.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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