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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단편영화 - 생강

빨간부엉이 2006. 3. 19. 22:36

{단편영화 "생강"을 보고 나서..}




올해 일월 어느날 제3회 서울단편영화제의 출품작들이 광주 어느 예술관에서 상영된 적이 있었다. 최근 들어 부쩍이나 팽창된 일련의 우리나라 영화제 속에 서 젊은 감각이 숨쉬는 단편영화를 보기 위해 난 하루 휴가를 냈고 그속에서 9 시간을 화면속에서 유랑하여야 했다. 젊은 비평가상, 예술 공헌상, 최우수 작 품상을 수상한 ‘생강’은 영화학도들의 습작과도 같은 여타 작품에 비해 단 연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생강... ...
살다보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과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불가 항력적인 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현실의 리얼리티는 미화의 과정이나 미사여구 로 포장한 문학이니 영상세계 속의 서정적 인두겁을 뒤집어쓴 허구가 아니기 에 어찌보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것은 그대와 내가 버릴 수 없 는 그 속에 녹아 숨쉬는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의 양분적 요소로 인해 현실 의 리얼리즘은 아름다우며 생강을 씹듯이 뱉어버릴 수 없는 삶에의 골고다 언 덕을 오르는 고행과 고뇌의 연속선상인 것이다. 90분 이상이라는 정형을 지니 고 있는 영화들에 익숙해진 지금의 우리들에게 공륜의 가위질이 사라진 대신 대자본이라는 새로운 잣대의 가위가 등장한 현실속에서 아직은 인정받지 못하 고 -16mm필름의 영화는 다수 제작되나 현상의 과정을 거치는 작업은 우리나라 의 영화현상소의 16mm영화에 대한 비웃음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 쉬운 일이 아 니다- 있으나, 인디 영화의 한 획을 긋고 있는 독립영화제작소 청년의 14분짜 리 단편영화 ‘생강’은 80년대를 관통한 그리고 지켜본, 또 지켜온 운동권 남 편과 그의 뒤에 서서 자신의 시간을 허비해버린 그리하여 이제는 세파에 찌들 고 환경미화원과의 삶의 악착스런 일면을 지녀야 되는 아내의 이야기이다. 아 이의 짜증스러움이 섞인 울음소리의 오프닝과, 어두운 조명을 통한 시간의 그 늘. 90년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 아우라(Aura)를 상실한채 폭력만이 남아선 그 들이 만들어낸 투쟁이라는 허울에 둘러싸인 이념의 사생아와도 같은 지금의 그 들의 페르소나를 바라보며 매일 밤 벌이는 술자리와 오가는 대화의 공허함. 영화 ‘생강’은 우리 살아가는 현실의 늘상 뒷자리를 차지하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한 부부의 씁쓸한 일상을 통해서 늘 희생을 강요당하 는 한국 여인의 정형을 보여주고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 아니면 깨달았다 고 느끼는 자(그는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은 자)와 그의 깨달음을 위해 희생한 자와의 종적관계 그리고, 행복의 파랑새는 먼곳에서만 존재한다 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비평이다. 비록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서 로간 단절된 이미지들의 복합작용을 통한 관객들의 일상에 대한 고찰 도모지 만, 그 뒤에 감추어진 정지우 감독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어느 모녀의 Tea Time을 소재로한 한 소설의 구성은 ‘생강’과 흡사, 아니 거의 같다고 생각된다. 어떤 하나를 볼 때 연계된 유사성을 찾는 것은 때론 비 평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런 것이 자주 보여지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비 극의 원인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지금 자신이 정체에 빠져있 는 시간속에 서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뒤안길에서 자신을 지켜준 것들에 대 한 생각을 환상이나 허구가 아닌 일상 속에서 그리고 현실 속에서 찾아보기를 권고하고 싶다. 진정 생강을 깨문듯한 고통스런, 그러나 깨어있는 의식으로 우 린 세상 앞에 서 있어야 하겠다.

Text : "생각산실 빨간얼굴" 97년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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