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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tory

스치듯, 거리는 길 위에 남겨진다

빨간부엉이 2011. 6. 17. 10:16

zeiss ikon taxona / novonar anastigmat 35mm f3.5 / kodak colorplus 200 / scan : self (5ed)

수분을 머금지 못한 마음들이 성마르게 오고가네
길 위에 흐르는 오늘 흘린 상처들이 각질의 가벼움처럼 우수수 흩어져 간다네
때 이른 계절이 길 위에 내려오고
어제 나누었던 시덥잖은 대화들이 계절의 설익음 앞에 낙과되어 떨어진다네
의미 없는 말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닐 때
의미 없는 생각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들어서길 염원한다네
남겨지는건 사람도 생각도 의미도 아니라지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흘러가고 비어버린 각질의 부스러기만 부유하는 거리라지

<201105, 서울, 홍대 앞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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