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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정태춘 - [사람들 2019']

빨간부엉이 2019. 11. 28. 21:39

정태춘 - [사람들 2019' - 정태춘,박은옥 40주년 기념 앨범] / 2019 / 삶의 문화


List

1. 사람들 2019'
2. 외연도에서
3. 고향
4. 나그네
5. 빈 산
6. 들 가운데서
7. 이런 밤
8. 연남, 봄 날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그 행복한 경험. 내가 좋아하는 가수 '정태춘' 그의 목소리가 세상에 등장한 지 벌써 40년이 흘렀나 보다. 꽤 오래 신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방송에서는 여전히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던 시절이 오래오래 지속되었는데 2019년 그의 음악 40년을 기념하여 전시회, 서적 출판, 열린 음악회 출연, 불후의 명곡 출연 등 다방면에서 그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한 해가 된 거 같다.

세상은 다사다난하고 시절은 언제나 하 수상하건만 노래하는 이 한 명에 대한 기억과 기록이 하나 더 세상에 더해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면 그 또한 맞는 말이겠다. 그렇지만 정태춘의 목소리는 무슨 상관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항변해 보고 싶어 진다. 젊어서 시절의 '촛불' 같은 사랑 노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의식의 변화 이후 세상의 번민을 타령조로 노래하던 시절로부터 그의 음악은 내 인생에 무척이나 중요한 한 시대가 되고 시절이 되었음을 상기하기에 그의 노래 인생 40년은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무슨 상관이 되는 것이겠다.

4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이 음반에는 신곡은 몇 곡 없지만 새롭게 편곡하고 새롭게 불렀기에 마치 새로운 음반처럼 들린다. 짧은 수록곡과 짧은 러닝타임이 너무나 아쉽고, 4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노래들을 박스셋 발매로라도 전체 다시 접해볼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마음의 속절없음이 안타까움으로 변화된다. 그렇지만 음반에 담긴 사운드와 노랫말의 가치는 어느 한 시절의 어떠함과 무관하게 아름답고 세상을 직시하며, 또는 관조하며 그렇게 한 마리 길 위의 비둘기처럼 응시하는 시선 속에서 세상에 소리 하나 던져진다. 그 소리가 예전의 멜로디 위에 새로운 시절의 시대를 노래하는 '사람들 2019'로 태어났고 아름다운 편곡 위에 이제는 세월의 무게를 어쩔 수 없는 정태춘의 늙어가는 목소리가 더해진 묘한 조화의 서사 위에서 몇 곡의 과거들이 새롭게 호명되어 아름다운 시어로 세상과 조우하고 있다. 딸 정새난슬이 태어났고 그녀의 이름을 딴 노래가 세상에 존재하던 시절부터 그의 음악을 들었고, 이 음반에는 음반을 발표했던 가수 정새난슬과 아버지 정태춘, 변치 않는 서정의 목소리를 가진 아내 박은옥이 함께 한다. 거기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가.

예전에 어떤 인터넷 댓글 중에 어떤 이가 '정태춘은 불평만 하고 아무런 행동하지 않는 가수라 불만이다'라고 적은 댓글이 뇌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이 지금 듣는 가감 없는 음악의 수혜를 누구로부터 받을 수 있었는지 모르는 것일까.. 91년에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나는 전북대 축제에 갔다가 처음으로 정태춘의 공연을 보았다. 불법음반 <아 대한민국>을 공연하던 시절이었다. 노랫말과 멜로디는 그 자체로 내게 충격이었고, 당시에 Tape로만 나와있던 음반을 두 개 사서 하나는 선물로 주고 하나는 내가 거의 1년을 매일 밤 그 음반만 들었던 기억이 있다. 태어나 한 음반을 가장 많이 들은 것을 꼽으라면 역시 그 음반을 넘어설 수는 없겠다. 행동하지 않는 가수가... 불평만 하는 가수가 정말 정태춘일까? 설령 그러면 또 어떤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많은 이들 중에 직업이 가수라면 세상을 선동할 노래를 부르고 또 불러야 함이 당연함일진대 그 당연함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그릇됨을 바꾸기 위해 노래하고 행동해온 그가 정말 뒤에 숨어서 불평만 한 사람이었던가 나는 생각해 본다. 어느 날 노동판으로 뛰어든 그를 적대시한 건 계보를 중시하는 썩어빠진 집단적 이기주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늘 혼자였고, 마치 세상에 대한 불만을 노래로 바꾸어 이죽거리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건 우리가 진보라 부르는 세상의 어떤 집단과 가치는 아니었던가 라고 나는 반성해 본다.

그는 적어도 시대의 가치다. 그리고 보고寶庫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그러하고, 신해철의 철학이 그러하였다. 한 번도 주류가 아니었다고 그 모든 가치가 불평만 하고 사는 이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40주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어느 초겨울 밤에서야 나는 이 음반을 수십 차례 듣고서 이 감상문을 써본다. 다시 또 남은 날들에 나는 이 목소리를 얼마나 호명하고 세상은 바뀌어질 것들에 대해서 얼마나 감응할 것인가.. 새로운 노래 '연남, 봄 날' 3절에는 정태춘이 불평거리고 바꾸고자 했던 세상의 어떤 것들에 대한 사고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 그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나 이 찬란한 봄 날
이제 무얼 잊고 또 버릴까 그 어두운 기억들,
초록 잎 어린 담쟁이 벽을 타고 힘껏 오르는 이 해사한 봄 날,
동네 수퍼 주차장에 햇살이 가득히 쏟아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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