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Music

문진오 - [듣지 않는 노래]

빨간부엉이 2019. 12. 7. 11:45

문진오 - [듣지 않는 노래] / 2019 / Mirrorball Music

 

List

1. 선운사에서 (작시: 최영미)
2. 듣지 않는 노래
3. 늦은 편지 (작시: 김이하)
4. 빈 집
5. 그런 날 오겠지 (작시: 김재진)
6. 마지막 포웅 (작시: 유인애 - 단원고 이혜경 학생의 어머니)
7. 손 잡아 주세요
8.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작시: 신현수)
9. 저 빈 집의 봄 (작시: 유순예)
10. 평화의 바람, 평화의 노래


블랙홀 트리뷰트 음반에서 한차례 상처 받고 펀딩 참여해서 음반 장만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했는데.. 꽤 오래전에 참여했다가 잊고 있었던 문진오님의 음반이 한 달쯤 전에 당도해서 듣고 있다.
사실은 누군지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았고, 그저 그의 30주년 음반이라는 글만 보고 참여했다. 어쩐지 그래야 할 거 같았었다.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래를 불러왔던 거 같다. 노찾사 출신일지도 모르겠고.. 여튼 진솔하게 생긴 외모와 전형적인 노동판 노래의 풍에서 좀 벗어난 듯한 느낌이 괜찮았던 거 같다. 사전 올라온 영상이나 그런거에서 봤을 때.

진짜 투쟁하고 싸워나가야 할 사람들은 대부분 힘이 없고, 소규모가 많다. 노동판의 문화를 접하거나 할 일이 거의 없이 살아와서 인지 방송이나 현실에서 보는건 소위 말하는 귀족 노동자들이 임금 올리기 위한 데모 현장같은 것을 본 게 어쩌면 전부 일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대학생 형들의 시위로 내 발 밑에서 화염병이 터지고 최루탄 가스로 눈물 흘리며 귀가하던 시절을 마지막으로 겪었지만 그건 내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불과 몇 년 후 세상은 그런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던 거 같다. 고등학교를 마친 이후의 세상이 달라진게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의 공기는 어쨌거나 변했던 건 사실인듯 하다. 그런 나에게 노동가요란 익히 잘 알려진 몇 곡의 노래들과 노찾사의 노래들이 전부였던 거 같다. 그 판에서, 그 공간에서 누군가를 위해 노래하던 이들의 시간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아는 세상이란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어쩌면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에 부러 외면하고 살았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가수 문진오는 그 속에서 30년을.. 그 길 위에서 30년이란 세월을 살아왔다. 어쩌면 버텨왔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 세월에 대한 헌사라고 생각했다. 이 음반의 펀딩에 참여하고 음반을 받아서 듣는 일은. 음악이 담고 있는 것은 가열찬 시대의 열기는 아니다. 돌고 돌아온 먼 시절의 이야기들이 지금에 맞춰진 은유의 서사와 함께 잔잔하게 흘러간다. 시대를 이야기하지 않음이 아니지만 방식은 확연하게 달라진 어떤 공기가 10곡의 이야기 속에서 감지된다. 다행히도 그것들은 서글픔 같은 것이 아니고 행동을 촉구하는 등 떠미는 강요가 아니어서 좋았다. 일상 속에서, 누군가의 시를 차용한 가사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노동의 시대에 대한 30년의 이야기는 한지에 먹물이 스며들듯 배어 나오고 감동 보다 감사의 마음이 남는 것이 아름답게 여겨졌다.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세월을 들은 듯 하다.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민 - [HOME]  (2) 2020.01.01
Yuzo Hayashi & Salon '68 - [Memory Of Monica Vitti]  (2) 2019.12.25
정태춘 - [사람들 2019']  (2) 2019.11.28
시와 - [다녀왔습니다]  (2) 2019.11.16
Sasaki Konomi - [Kokoro no Uchi ga Wakareba Ii no ni]  (2) 2019.07.0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