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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참 괜찮은 눈이 온다」

빨간부엉이 2019. 12. 25. 16:2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지은이 : 한지혜
펴낸 곳 : 교유서가
분량 : 283쪽
2019년 10월 21일 초판 발행본 읽음

참 괜찮은 눈이 어떤 눈인지는 모르겠다. 읽어본다면 그 책이 괜찮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에 그래도 이 책은 참 괜찮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집중력이 없어지는 나이를 맞이한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한 권의 책을 읽어내는데도 어마어마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책 한 권 읽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지 하루에 8권씩의 책을, 말 그대로 읽어 제끼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했다. 생물학적으로 늙어간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생의 지혜를 습득하게 되기에 등가 법칙으로 이해하라고 말한다면 난 살아가는 지혜 따위는 습득한게 없기에 늙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라고 어리석은 맘 속의 투정도 부려본다. '참 괜찮은 눈이 온다'는 말 장난 같지만 참 괜찮은 책인데 어영부영 떠들어대는 서두마냥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날이 왔다는 단 한개의 어떤 징후도 발견할 수 없는 크리스마스날이 준 건 하루의 휴일이라는 선물이었다. 늦잠을 잘 계획이었지만 새벽에 잠들었슴에도 평소 출근하는 시간에 일어났고, 밀린 음악을 좀 듣고 회사 부장님과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조금 자고 또 음악을 듣고 고구마를 삶아 먹고... 그러다 이 책의 나머지 남은 부분을 다 읽게 됐다. 숙제 같은 마음으로 책들은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즐거우면서 지겨움이라는 이중의 잣대로 쌓인 책들을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여타 에세이들과는 다르다. 예쁜 문장으로 치장하지도 않았고, 정서의 끝을 붙잡고 휘두르려는 감상적 만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상적이고 평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내어 놓는 순간들에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들이 존재한다. 그 문장들이 내게서 빛을 내는건 어쩌면 내가 그 보석같은 문장들을 인지하고.. 발견한 탓일 것이다. 문장이 보석이 된다는 건 내가 보석을 간직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많지 않지만 영롱하고 가슴 시린 보석들이 도사린 그런 책이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특히나 마지막 챕터의 글들은 사회상황 밀착형 글들이고 시대를 통과해가는 작가의 생각들이 냉철하게 분포되어있다. 세상을 바라볼 줄 모르고 눈 닫고 귀 막고 살아가는 나 같은 이들에겐 적어도 정보 이상의 큰 가치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마지막 글의 마지막 문장을 옮겨본다.
"아프고 괴롭고 불안하고 막막한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삶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망치지 마라. 원래 희망은 아프다. 그래서 꽃이 피는 것이다"

덧: 양장본으로 나온 이 책은 겉을 싼 커버도 예쁘지만 커버를 벗긴 양장본 본래의 모습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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