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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주보라 ‎- [SEASONS]

빨간부엉이 2021. 5. 2. 15:48

주보라  ‎- [SEASONS] / 2018 / 악당이반


List

1. 계절
2. 봄 1
3. 봄 2
4. 봄 3
5. 바람의 노래 (가야금 ver)
6. 가려진 나날
7. 바다는 말했다
8. 바람의 노래 



처음 이 음반을 접했던 건 국악 코너에 있는데, 여기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화려하고 이쁜 재킷에 대한 끌림으로부터였던 걸로 기억된다. 소리가, 음악이 궁금해서 언젠가 사서 들어봐야지 싶었는데 몇 차례 미루고 몇 년이 흐르다 보니 기억 속에서 잊혔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됐다. 가야금을 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아닌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가요를 부르는데 매우 플랫한 음색으로 부르면서 거기에 25현 가야금이 수반되어 따라온다는 느낌을 주는 영상을 봤다. 굉장히 신선해서 이름을 보니 관심을 가졌었던 그 음반의 주인공이었다. 

위의 시간을 거쳐서 그녀의 가장 최근작을 결국 들어보게됐다. 기존에 가졌던 음반에 대한 인상과, 영상에서 받았던 느낌들이 만들어낸 선입견으로 인해 두 가지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본인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게 주목적이고 거기에  가야금을 갖다 붙이는 것이라면 조금 실망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하나는 뉴에이지풍의 어떤 사운드들로 채워진 그런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위의 생각들은 꽤나 틀렸다. 적어도 가야금을 전공하고 그것에 기초를 두는 음악을 들려줄 사람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어야 했던 거 같다. 가요스러운 느낌의 가창이 얹혀지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은 자신의 창작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보여진다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이 음반에서 주보라의 가야금은 상당히 실험적인 사운드를 견지하고 있다. 봄 연작의 첫 번째 곡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연주는 나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지만 당신들이 들어야 하는 것은 기존의 관습과 학습된 사운드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강변하는 듯 새로움을 준다. 곡 안에서 들리는 농현의 소리를 들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리들은 한없는 떨림 속에서 오는 뒷소리의 여운에서 감동을 받곤 하는데 주보라의 연주는 농현을 하긴 하는데 한 번 정도만 살짝 표현을 하고 나머지는 플랫 하게 소리를 끌어가고 있다. 이것은 내게 있어서 꽤나 신선하게 들렸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기타에 있어서 밴딩이나 초크처럼 반음 처리를 통해서 산뜻한 효과를 주는 것 마냥 가야금이 줄 수 있는 영역의 새로움을 끌어낸 것처럼 들렸다. 그 뒤에 따르는 실험적인 사운드들은 내가 가진 선입견이란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퓨전화된 국악의 외피를 보여주는 곡들도 있고 꾸밈과 순화를 통한 정서적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한 사운드가 배치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 음반은 가야금 연주를 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크게 잃지 않은 창작 음반으로 보여진다. '바다는 말했다' 같은 곡에서 핸드팬과 디저리두의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주보라의 가야금 소리는 말 그대로 정통의 소리에 가깝다. 이 음반에서 가장 실험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음에도 그녀의 연주는 그 안에서 전통의 소리가 어떤 것인가를 연주를 통해 가장 강하게 강변하고 있는데, 그 뜻의 소리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나는 감동과 함께 위안을 받는다.
다만, 가야금 버전이 아닌 마지막 곡 '바람의 노래'는 피아노와 스트링 선율을 배치하면서 이런 스타일의 음반에서 기대할 수 있는 클리셰로 점철된 곡을 넣어두어서 오히려 이 음반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여졌다. 그 점 하나는 아쉽지만 그 외의 것들에서 충분히 훌륭하고 새로움을 이 음반을 통해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온 2014년도 그녀의 데뷔작을 이제 들어보면서 처음 가졌던 생각에서 18년도의 음반으로 오면서 어떻게 소리가 변했을 것인가를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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